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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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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4,940회 작성일 13-11-06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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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워 z


 

요즘은 책이든 영화든, 문화생활을 접할 시간이 많이 줄어들어서 가끔씩 보는 영화가 너무 재미있고 인상 깊게 다가온다. 최근에 본 영화는 좀비를 주제로 한, ‘월드워 z’인데, 개인적으로 좀비 관련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오랜만에 재미난 영화를 기대하며 들뜬 기분을 안고 보았다. 그런데 보고 난 이후에 이 영화는 기존의 좀비물과는 많이 다른 요소를 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단순히 즐겁게 보는 영화가 아니라 나름 생각할 여지를 많이 남겨준다고 느꼈다.


 

기존의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들 - 새벽의 저주, 28일 후, 나는 전설이다 등 – 은 나름의 이유와 원인을 통해 죽은 사람이 움직이는 상태가 되는 좀비가 나타나고 많은 사람들이 희생 당하는 내용의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런 처참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과정이나 그들과의 전투장면 등과 같은 지엽적인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 때로는 잔인한 장면도 보여지기도 하였다. 이런 영화들 중에는 단순히 킬링 타임을 위해 큰 의미 없는 것들도 많지만, 그 중 일부 영화들은 그런 혼란기에 드러나는 인간의 이기적이거나 잔혹한 면을 보여주면서 인간 내면의 어두운 측면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기존 좀비 영화들의 공통점은 좀비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는 호러 혹은 스릴러 장르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앞선 영화들과는 달리 ‘월드워z’는 좀비를 주제로 한 영화임에도 불고하고 미국에서 13세 이상 관람가(국내 15세 이상)의 기준을 충족시킬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미 뭔가가 다르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마치 한 편의 재난 영화를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 영화에서도 좀비는 분명히 공포의 대상이지만 특정 개인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먼 시선에서 바라보며 좀비화 (바이러스의 확산) 되는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공포’와 ‘재난’의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재난 영화는 종종 공포 영화로도 분류가 될 수 있는데, 대표적인 예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죠스’ 같은 영화는 피해자가 집단이라는 점에서 재난 영화로 분류된다. 그래서 ‘월드워z’에서는 좀비 하나하나에 집중하지 않고 먼 거리에서 좀비들이 거리를 뒤엉켜 뛰거나 성벽을 오르는 등의 대규모 씬을 종종 보여주며, 이런 장면들로 인해 관객들은 마치 ‘딥 임팩트’나 ‘투모로우’에서 해일이 도시를 쓉쓸고 지나가는 놀라운 장면을 보는 것과 유사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런 장면들은 기존의 좀비 영화에서 전혀 보여 주지 못한 압도적인 분위기를 전달하며 관객의 시각을 자극하는 화려하고 매혹적인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이 영화는 소설 ‘세계대전z’를 원작으로 하여, 브래드 피트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의 치열한 경합 끝에 판권을 획득한 이후 영화화 한 것이다. ‘세계대전Z’란 소설은 좀비가 창궐한 세계를 시작으로 그 마무리까지의 이야기를 페이큐 다큐 형식으로 풀어낸 장편소설로서 미국 최대 인터넷 서점 아마존에서 50주간 전쟁 부문 1위, SF와 판타지 부문에서 각기 베스트 1위, 2007년과 2008년 종합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들어갔던 작품이다. 영화에서의 내용은 사람을 좀비로 만드는 바이러스가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발생하고 매우 빠른 시간에 전 세계를 휩쓸게 되는 상황에서 전 UN 조사관 제리(브래드 피트)가 이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바이러스 발병 원인을 쫓으면서 겪는 사투와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원작은 생존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건에 집중하며 공포와 두려움을 겪은 다양한 인터뷰이들의 감정과 상황 묘사가 잘 이루어지는 반면, 영화에서는 제리와 그의 가족을 중심으로 진행하여서 단조롭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그런데 원작에서의 내용이 정치학적으로나 군사학적으로 세세한 묘사력을 많이 보여주어서 상당히 현실적인 요소를 많이 반영하고 있지만, 그 상황을 너무 암담하고 처참하게 그려 영화에서는 상당부분을 생략하였다고 한다. 특히 원작에 등장하는 핵심 내용 중 하나인 ‘레데커 플랜’은 너무 잔인하고 비 인간적인 생존 방식이었기 때문에 빠진 것 같다. ‘레데커 플랜’을 간단히 얘기하면 생존자가 최대한 많이 살아남기 위해서 비생산적이거나 비필수적인 사람들을 ‘미끼’로 하여 그들의 집중을 분산시키는 동안 주요 방어 지점의 방어 수준을 굳건히 하고 전력을 다진 후 적(좀비)를 제거한다는 계획이다. 이 뿐만 아니라 영화와 원작의 결말도 크게 다르다고 한다. 원작의 큰 스케일에서 힘겹게 이끌어 내는 결말과 달리 영화에서는 주인공 제리가 백신 개발의 힌트를 얻으면서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수 있게 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는데, 사실 이런 전개는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영화에서 보여졌던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 많이 아쉬웠다. 게다가 의학전문가도 아닌 주인공이 백신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놀라운 직관의 소유자인 점은 주인공을 너무 영웅화 하는 점에서 더욱 아쉬웠다.


 

이 영화에서 보다 현실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서 비상사태에서 필요한 인력과 그들의 가족들만을 항공모함에 태우고 나머지 생존자들은 대륙의 피난처에 남겨두는 설정을 하였다. 사실 이러한 설정은 다른 재난 영화에서도 볼 수 있겠지만, 당장 전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사람들과 그의 가족들은 바로 항공모함에서 쫓아내는 노골적인 장면에서부터 평화롭지 않은 상황에서는 비 인도적인 상황이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휴전 중인 상황에서는 언제든지 전쟁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긴 평화로운 시기는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의 생애 중이나 혹은 자녀의 생애 동안 전쟁이나 평화를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만약 그런 혼란의 상황이 왔을 때 과연 나는 나의 가족들을 책임져 돌볼 수 있을 지, 이 영화를 보면서 스스로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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