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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 애리얼리, 경제심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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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356회 작성일 14-04-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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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의 대형 할인 마트에 장을 보러 간 당신. 손수 적어온 쇼핑 목록의 물품들을 하나씩 지워가며 물품을 카트에 담고 있는 사이 냉동식품코너에서 갑자기 ‘1+1’ 행사가 시작된다. 생선 한 마리를 사면 한 마리를 더 끼워 준다는 것. 당신의 오늘 쇼핑 목록에는 없던 생선이지만 이 유혹을 뿌리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왠지 지금 안 사면 엄청 손해 일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치기 때문이다. 결국 예상했던 바와 달리 장바구니는 더욱 두둑해지고 생선과 냉동식품을 싸게 샀다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내내 뿌듯해 한다. 하지만 한달 뒤 냉장고를 정리하던 중 먹지 않고 방치되었던 생선과 냉동식품은 끝내 쓰레기통으로 향한다.

흔히 사람을 ‘이성적 동물’이라고 한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매 순간 최적의 선택을 한다는 인식은 인간을 동물과 구분 짓는 가장 중요한 잣대다. 특히 자본주의 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호모 에코노미쿠스’라고 부르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통해 오직 자신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는 것만을 선택하는 경제적인 인간으로 정의한다. 그렇다면 일상적으로 매우 빈번하게 일어나는 위와 같은 일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듀크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로 있는 댄 애리얼리의 ‘경제심리학’은 이렇게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의 비이성적인 행동의 이면에 숨겨진 심리를 흥미롭게 파헤친다. 책은 “인간은 비합리적이지만 그 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제학의 분파인 행동경제학에 근거를 둔다. 행동경제학은 인간 내부에 엄연히 존재하는 ‘비합리적인 요소’를 통해 경제현상을 분석하고 해석을 시도하는 학문이다. 모든 전통 경제학 책의 첫 페이지에 확고하게 서술되어 있는 “인간이 완벽하게 이성적이거나 계산기처럼 정확하다”는 전제와 정면에서 배치되는 이론인 것.

책 속에서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는 어떠한 특정 조건하에서 거의 대부분의 인간이 비이성적인 행동을 저지르게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후한 성과 보수가 성과를 향상시키는가?’와 같은 오랜 경제학적 논쟁에서부터 직장에서의 인간관계와 남녀 간의 연애, 그리고 삶의 목표 추구에 이르기 까지 애리얼리 교수는 인간의 비합리적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이 우리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상세하게 논증한다.

특히나 행복을 극대화하고 괴로움을 최소화 하는 방법과 같은 철학적 주제를 가설을 세우고 실험적으로 증명한 부분은 무척 흥미롭다. “구매를 절제하고, 구매와 구매 사이의 간격을 띄우고, 적응과정의 속도를 늦춤으로써 같은 돈을 썼을 때의 행복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중략) 따분한 일을 하거나 고통스러운 경험을 할 때는 중간에 잠깐 쉬어주는 편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휴식은 그러한 일에 대한 적응을 방해함으로써 오히려 고통을 증가시킬 뿐이다.” 즉 즐거운 일들은 한번에 일어나게 하지 말고 시간을 두고 하나씩 일어나게 하는 것이 좋고 반대로 고통을 주는 일은 한번에 일어나도록 하라는 것이다. 이는 인간이 행복이든 괴로움이든 쉽게 적응하기 때문에 즐거움을 늘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자극을 주어야 하고 반대로 고통은 지속성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고통스러운 일을 하는 도중에 취하는 휴식의 달콤함을 생각하기보다는 휴식을 취하다 다시 일로 돌아가야 하는 괴로움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완벽한 합리성을 전제로 정립된 기존의 경제학은 분명 인류에게 많은 것을 선사했다. ‘합리적인’인간들에 의해 발생되는 수요와 공급곡선에서 균형가격이 형성되고 이러한 수요량과 공급량은 소득·선호·임금 등 다른 많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경제학의 기초 이론은 현실과 완전히 맞아떨어지지는 않아도 여전히 현실 세계를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적인 모델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학적 방정식을 차용하던 경제학은 이제 심리학과 사회과학의 통찰을 받아들여야 할 것처럼 보인다. 책에서도 서술되었듯 기존의 전통 경제학 이론들로는 설명하기 어렵거나 나아가 인간의 '불완전함'을 보여주는 다양한 증거들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우리 인간이 갖고 있는 그러한 불완전성의 효과를 이해하고, 우리가 극복해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그런 후에야 마치 세이렌의 유혹에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를 돛대에 묶은 오디세우스가 될지언정 우리는 좀 더 '합리적'인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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