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제국의 몰락 : 오너가 꿇어야 산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5,476회 작성일 13-12-30 14:32

본문

[제국의 몰락 : 오너가 꿇어야 산다] – 김구철 지음


 

‘오너가 꿇어야 산다’. 상당히 도발적인 제목이다. 평소 자기계발서나 정치, 시사 등의 분야에는 특별히 끌렸던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렇게 책의 부제에 꽂혀 오랜 시간 보고 있었던 것은 상당히 드문 일이었다. 오너가 숙인다. 평상시 상식대로라면,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의 회장이 누군가에게 몸을 낮추고 있는 모습이라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오히려 우러러 볼 수 밖에 없고 감히 범접하기 힘든 위치에 있어 만인의 부러움을 사는 모습이 우리가 상상하는 그들의 이미지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이 책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오너의 가장 중요한 위기관리 대응 법은 바로 자세를 낮추고 대중에게 꿇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최근 국가의 위기관리 대응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가 바로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 성추행 사건이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방미 스케줄 차 미국 호텔에 묵던 청와대 대변인이 한 어린 여성 인턴의 성추행 혐의를 입은 해당 사건은 국격의 추락이라고 표현될 정도까지 언론과 사회의 큰 질타를 받았다. 대통령비서실 대변인은 대통령의 얼굴이자 최측근이다. 우리나라 공직자 중에서도 최상위 계층에 존재하는 사람이다. 이정도 되는 사람이 아무리 인간적으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더라도 이렇게 구설수에 오르는 것은 국격 손실 측면에서 청와대의 대응에 큰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저자는 위기관리를 해야 할 청와대 홍보수석팀에서의 위기의식 결여로 인한 안이한 초기 대응이 문제였다고 한다. 당시 대통령 방미 일정을 소화하고 있던 홍보수석팀 입장에서는 성희롱 사태에 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당시 이남기 수석이 윤창중 대변인에게 했다고 알려진 발언 중 ‘재수 없게 됐다’, ‘변명해 봐야 납득 안 된다’ 와 같은 내용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뒷받침한다. 윤창중 대변인 본인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피해자인 여성 인턴을 불러 30분이라는 시간 제한을 걸어 놓고 설득을 하려 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 일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차후 일정을 미뤄두고라도 사건이 터진 직후에 여성 인턴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사건을 진화했으면 이후 직위 경질 및 대통령이 직접 나서 사과하는 일 까지 번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윤창중 대변인의 여성 인턴 설득이 별 효력 없이 끝나고, 귀국 이후 기자회견 당시 그저 변명에 급급했던 점, 그리고 이남기 홍보수석이 낸 사과 성명에도 피해자에 대한 사과보다는 대통령의 방미 성과에 대한 칭송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점에서 위기 관리의 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은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오너 혹은 최고에 가까운 의사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일지라도, 더 이상 본인들의 위치가 위기의 방패가 되어주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리고 위기를 대처하는 가장 좋은 (혹은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방법은 좋지 않은 사실은 가능한 본인이 먼저 드러내고, 진정성 있게 사과하고, 사건의 경위를 최대한 자세하고 진솔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요즘과 같이 SNS 및 기타 미디어 매체들로 인해 루머의 확산 속도가 빠른 시대에서는 사건의 조작 및 은폐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이다. 따라서 잘못은 인정하고 사건이 일파만파로 커지기 전에 미리 사과하는 것이 현대 사회 위기 관리 방법의 유일한 정도(正道) 라고 할 수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