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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쉼표 있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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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일
댓글 0건 조회 6,796회 작성일 14-04-29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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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hankyung.com/nas_photo/200712/2007123174738_2007123168381.jpg







참 안타까운 기사를 읽게 되었고 평소에도 느끼던 바가 커서 이에 대해 글을 써 보고자 한다. 지난달 10일쯤 공부의 전설이라고 불리던 한 학생이 교수 연구실에 침입하여 기말고사 문제를 훔치기 위하여 해킹을 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혔다고 한다. 그는 서울의 한 고등학교도 1등으로 졸업하고, 수능의 언어/수리/외국어 등 주요 과목을 모두 만점을 받았으며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하여 5학기 연속 성적우수상을 휩쓸고 학교 외부 장학금도 2곳에서 받았다고 한다. 공정거래위원장상도 타고 휴학 없이 4년을 최 우등 성적으로 졸업하여 연세대 로스쿨에 입학했고 연대 로스쿨 역사상 최초 전과목 A+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모든 것이 완벽하고 흠 없어 보이는 전도 유망한 청년이었지만 왜 이렇게 그의 인생이 곪아터져 버린 것일까?



나는 싱가포르에서 미국식 교육환경에서 공부하다가 한국에 귀국, 치열하다는 강남8학군으로 아무것도 모르고 이사 와서 휘문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곳에선 안다니면 오히려 이상했던 강남 사교육을 온전히 몸으로 다 체험했다. 그렇게 중고등학교 시절을 오로지 내신과 수능공부만을 바라보고 비서울대는 수시도 못쓰게 하며 무조건 농대라도 서울대를 가라고 권유하시던 진학지도 담당선생님에 떠밀려 서울대를 가겠다고 수능을 봤다. 3학년 2학기에는 전교 1등도 해보았고 그런 내 자신을 보며 ‘잘 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라는 생각을 했다. 소수점 0.1점까지 살벌하게 등수에 반영되며 한 문제 틀렸다고 울던 아이들이 있던 강남 8학군을 벗어나 아등바등 대학을 가서 거기서 또 B하나 안받고 위 뉴스 주인공처럼 모두 A+로 성적표를 도배하기 위하여 정신 없이 달려오길 군 휴학 3년 포함하여 7년을 했다. 또 스펙을 위해 공모전을 한답시고 보건복지부 주최 공모전에 참가하여 보건복지부장관상도 탔다. 그렇게 대학을 B없이 졸업하고 석사를 마친 이 시점에서 이와 같은 뉴스를 접하고나니 가슴 한 켠이 아리고 왠지 모를 공감을 하게 된다. 저 뉴스의 주인공처럼 불법을 저지르고 얻은 성적도 아니고 남들 그렇게 흔하게 하는 교양수업 컨닝도 하지 않고 따낸 나에겐 피나는 성적이지만 다시 되돌아보면 왜 그렇게 살아왔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내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었던가? 

내가 무엇을 하기 위하여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해왔던 것일까? 

그래서 내가 이룬 것은 무엇인가? 

바라보고 살 목표가 성적밖에 없었던 것일까?

그리고 왜 난 ‘잘 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며 살았을까? 뭘 그렇게 잘했기에?




절대 내 인생을 후회한다던가 가치 없는 삶을 살았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위의 기사의 주인공이 뒤틀어진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기에 그의 범법을 조금이나마 타협해주고 싶은 생각도 추호도 없다. 하지만 나를 포함하여 많은 이 땅의 젊은이들이 뚜렷한 목적 의식이나 삶의 방향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지 않고 사는 것 같아서 그렇게 가슴이 아렸던 것 같다. 학생 시절에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성적을 보이면 과연 똑똑한 것일까? 난 단 한번도 내가 똑똑하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다. 절대 겸손 떠는 소리도 아니고 실제로도 아니다. 항상 나는 그저 한국식 교육 평가방법에 매우 익숙해지고 노련해졌을 뿐이라고 말한다. 어딜 어떻게 공부하면 시험문제를 잘 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시험에 임해왔다. 한국에 귀국하자 마자 좋지 않던 내 내신점수를 보시며 점수가 조금 올랐을 때 칭찬해주셨던 내 중3 담임선생님의 말씀 한마디가 듣기 좋아서 더 공부했던 것 같다. 그런 motivation으로 남이 봤을 때 보기 좋은 과일이 되고자 그렇게 10대~20대를 보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식 교육방법이 그런 사고를 하는 학생을 양성해나가기 최적화 된 시스템일지 모른다. 그런 시스템 안에서 학생들이 진정으로 자신의 방향성과 꿈을 위해서 교육과정을 선택해 나가는 일이 일어나기란 거의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참 신기하게도 우리나라는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높으면 다들 적성이 의대와 법대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곤 한다. 과연 정말로 공교롭게도 점수가 높으면 적성과 관심이 자연스레 의대와 법대로 가게 되는 것일까? 얼마 전에 신림동 고시촌에서 법원공무원을 준비하는 학생의 인터뷰를 보았는데 갑자기 저 학생이 법원에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갖는 것이 꿈이라서 저렇게 힘들게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학생도 법원공무원이라는 직업이 하고 싶은 일이었다기보다는 안정적인 공무원이라는 직업 때문에 선택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면 행복한 것은 다 안다. 그리고 우리는 학창시절을 지나오며 하고 싶은 일을 하라는 말을 피상적으로 수도 없이 들었다. 다만 한 귀로 흘리며 안정적이고 고 수입의 직업을 추구해왔다. 그 사이에서 고민을 한 친구들도 많았을 테고 실제 주변에서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 교육과정과 그 중간 단계들을 밟아나가는 친구들도 많다.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최근 종영한 인기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20대 대학생들의 진로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한 대사가 있었다. 힘들게 의과대학에 들어와서 ‘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뭐인지조차 모르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휴학한 그 학생이 어쩌면 가장 극명하게 위와 같은 현상을 지적한 것은 아닐까.



어떻게 됐든 커리어를 선택하여 인생을 주욱 살고 나서 은퇴할 때 즈음에 인생을 되돌아보면 일을 하다 보니 즐기게 되었고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노라고 얘기할 수 있겠지만 지금 팔팔한 20대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미래에 대해 너무 걱정을 미리 하고 뛰어드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떻게 보면 이렇게 고민하는 것 자체가 모든 것에 정답을 찾고 모범적 (도대체 어디 기준에서 모범적인지 모르겠지만) 으로 인생을 착착 살아가려 하는 욕심 때문은 아닐까? 실패와 모험을 싫어하는 경쟁적인 우리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현상인 것인가? 참 복잡한 생각이 머리를 맴돌지만 석사학위까지 마치고 나서 막상 다음 발자국을 내 딛자니 엄습하는 머리의 복잡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20대 후반의 시기를 급하게 달려나가는 과정에서 아직도 내 미래와 꿈에 대해서 명확한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안타까운 기사의 주인공처럼 1등 지상주의의 사회에서 잘 닦여진 경로에서 일탈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실패가 두렵지 않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급하게 나무 사이를 쉴 새 없이 헤쳐 지나가다가도 때때로 멈춰서 나무에 올라 숲을 잘 지나고는 있는지 볼 수 있는 사색의 시간을 통해 잠시나마 인생의 경로를 짚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밤이다. 숨가쁘게 정신 없이 연구원의 길을 밟는 모든 한국의 자랑스런 청년들이 그저 한국사회에서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지 그리고 어디로 그렇게 바쁘게 달려가고 있는지 잠시나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 의미 있는 쉼표가 가득한 삶을 살길 바란다. 다만 이미 지나온 과거를 바꿀수 없으니 후회하지 말고, 미래에 다가올 일을 다 알수 없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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