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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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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승훈
댓글 0건 조회 1,002회 작성일 25-08-17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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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난다

- 이꽃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 2'를 읽고 -




 LMArena 라는 이름의 여러 대화형 인공지능의 언어 모델을 평가하고 비교하는 플랫폼이 있다. 사용자가 직접 프롬프트를 입력하고, 모델명이 블라인드 처리된 두 답변에 대해 평가하는 사이트이다. 그런데, 최근 해당 사이트에 이름과 출처를 알 수 없는 image to image (그림을 입력해서 다른 그림을 생성하는) 모델이 추가되었다. 이는 nano-banana 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며, 사용자들은 해당 모델이 구글의 새로운 비공개 모델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실제로 여러 생성된 이미지들을 확인해 보았는데, 지금까지 존재하던 AI 모델과 비교하여 한층 더 실제와 비슷한 모습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이미지 생성형 AI 의 발전 속도를 보자면,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난 후에는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는 사진의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꽃님의 '죽이고 싶은 아이 2'는 이름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작가의 전작 '죽이고 싶은 아이'의 후속작이다. 전작인 죽이고 싶은 아이는 주인공 주연이 절친했던 친구 서은의 살인사건 주요 용의자로 지목되며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인간의 믿음이 얼마나 쉽게 무너지는 것이며, 한 사람의 인생이 주변 사람들에 의해 어떻게 망가지는지를 다루고 있다. 후속작 '죽이고 싶은 아이 2' 는, 용의자로 지목되었다가 누명을 벗은 주연의 가족이 그 이후에 어떤일을 겪게 되며, 그 아픔을 어떻게 회복하는지를 중점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무너진 한 가족이 어떻게든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가족의 사랑과 부모의 역할, 그리고 아이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된다.


 사건에 연루되어 무너져 버린 가족의 아픔과, 그 회복이 '죽이고 싶은 아이 2'의 주요한 주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전작과 후속작의 스토리 라인과, 전작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기 때문에 원래는 후속작을 쓰지 않으려 했다는 작가의 말을 토대로 생각해 보면, 작가가 진정으로 해당 작품들의 주제로 삼고 싶었던 것은 이 사회에 만연한 증오와 비난에 대한 경고가 아닌가 싶다. 해당 작품은, 주인공 가족의 시점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을 빌려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 과정에서 주변 사람들은 사건에 관련된 단편적인 정보들만을 토대로 주인공을 의심하고 비난하며 한 가족을 무너뜨리는데 일조하게 된다. 딱히 주인공과 척을 졌던 것도 아니고, 관계도 없었던 주변 사람들이 한순간에 철천지 원수가 되어 언어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무너뜨린다.


 알다시피, 이런 일은 현실에서 빈번하게,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이다. 물론 작품 내적으로 작가가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사람들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느낌도 없지않아 있긴 하지만, 현실이 아닌 인터넷 상에서 무슨 사건이 터졌다고 할 때마다 득달같이 달려들어 지목된 사람을 죽일듯이 비난하는 일은 정기적인 행사가 되었다고 확실하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진실이 밝혀지고 비난받던 이들에게 아무 죄가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을때, 비난하던 사람들은 어디갔는지 연기처럼 사라지고 갈갈이 찢겨진 피해자만 남겨지는 일도 이제는 흔하디 흔한 일이다. 마치 그 사람이 죽일듯한 죄를 저지른 것처럼 이리저리 떠들던 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또 새로운 먹잇감을 찾아 새로운 이슈를 만들고, 지목된 사람은 또 갈갈이 찢겨나간다. 그런 일이 수없이 반복되고 있다.


 더 무서운 점은, 이제 한 사람을 죄인으로 낙인찍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고, 정보를 조작하는데 들어가는 수고가 훨씬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바로 AI 의 발전과 함께 말이다. 실제로 최근 논란이 되었던 한 연예인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서 증거로 제출된 녹취록이 AI 로 조작된 가짜였다는 의혹이 일어났다. 물론 아직 법원에서 명확한 결론이 나오진 않았지만, AI 가 정보를 조작하는데 있어서 얼마나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지금도 주의깊게 정보를 확인하지 않으면, AI 로 생성된 정보를 진짜와 구분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나, 원래 해상도가 높지 않은 CCTV 나 잡음이 섞인 녹음 파일을 가장할 경우, 그 구분은 훨씬 어려워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AI 가 더더욱 발전하게 되면, 이제 인간의 눈과 귀로는 진짜와 가짜를 더 이상 구분할 수 없는 세상이 올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조작된 정보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트리는 일은, 지금보다 더 빈번하게 일어날 것이 틀림없다. 어차피 그들에게 진실은 중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욱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세상이 올 것이고, 그만큼 조작된 정보를 통해 사람들을 현혹하려 하는 자들이 많아질 것이다. 물론 그 행위 자체를 막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인터넷이 이미 사회의 뿌리까지 깊이 박혀있는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자기 이득을 위해 다른 사람이야 어찌되든 아랑곳 않는 사람들이 쉽게 바뀔것 같지도 않고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진실이 밝혀지기 전에, 논란만으로 한 사람을 비난하는 행위는 최대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인터넷에서 끊임없이 양산되는 정보들은 의심해야 할 것이고, 그 정보들의 뒤에 어떤 악의가 숨어있진 않은지 신경써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한 행동들이 모이고 모여, 책에서와 같이 한 사람과, 그 가족을 붕괴시켜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항상 자각해야만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라는 속담이 있다. 어떤 소문이나 논란이 일어났을 때 그럴만한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소문이나 논란이 일어난것이 아니냐 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속담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불 없이도 연기를 만들 수 있다. 그야말로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연기가 나게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만큼, 반대로 인류 역사를 따라 내려오는 하나의 미덕의 중요성이 더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즉 말과 행동과 생각을 항상 신중히 하라는 말이다. 일반적인 경우 자신의 말과 행동이 주변에만 영향을 끼쳤던 과거에도 그랬을 진데,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게 된 지금은, 이 미덕의 중요성이 더 높아진 것 같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진실을 밝혀내는 것이지만, 개인으로서 그것이 힘들다면, 최소한 자신의 말과 행동으로 인해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굴뚝 아래에 정말로 불이 있는지 확인할 자신이 없다면, 연기를 보고 불이 붙었다며 온 동네에 떠들고 다니는 것은 어리석어진 시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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