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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 평소 당신의 말 한마디는 몇 도 쯤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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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동규
댓글 0건 조회 1,012회 작성일 25-09-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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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 이기주 -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예민합니다. 

우리말은 점 하나, 조사 하나만으로도 문자의 결이 바뀐다. 책의 제목이 이야기하듯 언어에는 온도가 있다. 그 온도가 너무 뜨거우면 말을 뱉은 사람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듣는 사람은 정서적인 화상을 입기 쉽고, 반대로 너무 차갑다면 상대방의 마음을 얼어붙게 만든다. 하루에 수십, 수백 마디를 내뱉는 나의 언어의 온도는 몇 도일까? ‘언어의 온도’를 읽는 동안, 행여나 내 말과 글로 인해 상처를 받은 사람은 없었을까 생각하며 평소를 다시 한번 곱씹었다. 

말의 무덤, 언총
언총은 한마디로 침묵의 상징이다.
마을이 흉흉한 일에 휩싸일 때마다 여러 문중 사람이 언총에 모여, 
“기분 나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으로 시작하는 쓸데없는 말과
“그쪽 걱정돼서 하는 얘기인데요···”처럼 이웃을 함부로 비난하는 말을 한데 모아 구덩이에 파묻었다.
말 장례를 치른 셈인데,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툼질과 언쟁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그런 날이 있다. 필요 이상으로 말이 많아지는 날. 돌이켜 보면 그럴 때는 항상 하지 않아도 될 이야기들 까지 밖으로 꺼내어 상대방을 다치게 하는 일이 잦았다. 더구나 말이란 그 안에 올바른 내용이 있다 한들, 그것의 온도가 지나치게 뜨겁거나 차갑다면 듣는 이가 놀라 속 뜻을 놓치기 쉽다. 하물며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이라면, 내가 전하려는 메시지를 흐릴 뿐 아니라 상대방 마음에 멍을 남기기 쉽다. 작가가 이야기하듯, 어쩌면 우리는 종종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 건 아닐까.

헤아림 위에 피는 위로라는 꽃
작가는 영화 ‘심야식당’을 소개하며 경청과 이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식당에는 고된 하루에 지친 이들이 뒷골목 후미진 곳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온다. 그리고 그곳의 마스터는 그런 이들에게 친절한 미소나 조언 대신에 그저 차분히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늘 먹던 거로?” 같은 말로 덤덤한 대꾸를 할 뿐이라고 한다. 
그저 흘러가는 하루하루를 보냈을 뿐인데, 어느 덧 나이는 이십대 후반. 아직 많이 젊은 것도 사실이지만, 해가 지날수록 나도 내 주변의 고민도 점점 더 무거워지는 것을 느낀다. 늦은 밤에 퇴근길을 걸으며, 혹은 스트레스를 떨쳐내기 위해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가끔 각자가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고민의 일부를 털어놓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보통의 나는, 상대방이 가장 힘들어 하고 있는 것에 공감하는 말과 함께 위로의 말을 건네고 했다. 하지만 요즘은 이렇게 이야기 하다 보면 상대방이 내게 털어놓는 고민의 무게보다 내 어쭙잖은 공감의 한 마디, ‘힘내’ 혹은 ‘화이팅’ 이라는 말 한마디 가 너무나 가볍다고 느껴 괜시리 말을 아끼게 될 때가 있다. 
책을 읽어보니 ‘알다(知)’라는 동사는 명사 ‘알(卵)’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즉 우리가 무엇인가를 안다고 하는 것은 사물 혹은 현상의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내부까지도 모두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대목을 보고 난 다음 나에게 대입해 보았을 때, 나는 과연 상대방의 진심을 헤아리고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는 것인지 자문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쩌면 상대방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건네기 위해서는 그 사람을 진정으로 위해 입 보다는 귀를 여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흔히들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적절한 위로의 타이밍은 찬찬히 상대방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이해한 다음일 것이다.

책을 덮고, 인상 깊은 부분을 다시 한 번 보기 위해 첫 장을 펼쳤을 때, 한 구석에서 책은 수십만 개의 활자로 이루어진 숲과 같고, 그것을 이른 아침 고즈넉한 공원을 산책하듯 거닐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소망의 한 마디를 보게 되었다. 가만히 보면 말과 글도 모두 숲과 닮았다고 느꼈다. 잘 다듬어지지 않은 숲은 그 안에 아무리 예쁜 나무가 숨어있다 한들 거니는 사람이 그것을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쉽지는 않겠지만 오늘부터는 말 한마디, 문자 하나에도 불필요한 것은 과감히 덜어내고, 거친 부분은 잘 다듬어 내 마음이 온전히 전해지도록 내 언어의 숲을 잘 가꾸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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