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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비티, 떳떳하게 지구귀환캡슐에 한국어를 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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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일
댓글 0건 조회 4,638회 작성일 13-10-31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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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a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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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하는 배우 중 하나인 조지 클루니가 주연한 영화이기도 하고 워낙 개봉 전부터 소문을 자자하게 들었기에 개봉하자마자
찾아가서 본 영화이다
. Science Fiction이라고 하지만 정작 영화를 보면 허구성이 느껴지기
보다는 오히려 우주에 다녀 온 적도 없지만 너무 사실적이어서 손에 땀을 쥐며 본 영화였다
. 영화의 주제는
간간이 화제가 되던 우주 쓰레기에 의한 사건이다
. 실제 지구의 궤도를 도는 우주 쓰레기가 약 6천톤에 이르고 추적이 가능한 지름 10cm 이상의 쓰레기는 22000개로 파악되고 있다고 한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러 올라간
여자 기술자인 스톤박사
(산드라 블록)와 전문 우주조종사
매트
(조지 클루니)가 지상 600km에서 수리작업을 하던 중 러시아가 폭파한 자신들의 인공위성 잔해와 부딪히면서 두 명만 생존하게 되고
산소도 없고 소리조차 나지 않는 까만 우주 공간에서 티끌과도 같은 인간의 한계를 온 몸으로 느끼며 지구로 귀환하기 위하여 발버둥 치는 내용이
90분동안 펼쳐진다. 국제 우주 정거장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체분사기로
겨우겨우 갔지만 조지클루니는 끝내 둘 다 생존하지 못할 것 같다는 판단 하에 자신을 희생하고 스톤 박사를 살리게 된다
. 그 후 스톤 박사는 혼자 흔들려 가는 생존 의지를 다잡으며 겨우겨우 시뮬레이션으로 밖에 조종해 본적 없는 지구
귀환 캡슐을 찾아서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고군분투하지만 귀환 캡슐이 고장 나는 바람에 근처에 있던 중국 우주정거장으로 가서 중국의 귀환캡슐로 귀국하게
된다
.





    다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하나같이 느낀 점을 말할 때 ‘중력의 귀중함’, ‘있다가 없어졌을 때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되는 공기, 중력 등등’ 이라고들 한다. 사실 그런 의미로 감독이 만들었을 수도 있고 우주
쓰레기의 위험함을 강조하기 위해 만들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난 영화를 보는 내내 미국,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과학 기술이
발달해서가 아니라 저 우주에 저 거대한 과학기술의 결정체를 올리기까지 수많은 해당 국가의 국민들이 인내와 피땀을 흘려 이룩했을 그 과정이 부러웠다. 가장 부러웠던 순간은 스톤 박사가 중국의 우주 정거장에 들어가서 귀환 캡슐을 작동시키는데 한문과 중국어로만
나오던 그 장면이었다.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러시아 귀환캡슐인 소유즈호에서는 러시아어만 나오고, 중국 귀환캡슐에서는 중국어만 나오는 당연하지만 참 부러운 모습이 영화 끝나고도 잔잔하게 남아 있었다. 새삼 글로벌 시대에 국수주의를 따지자는 것이 아니지만 한국의 우주정거장에서 귀환캡슐을 탄다면 한국어로 써있고
한글 안내 멘트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최근 엄청난 경제력을 뒷받침하여 세계 경제대국/과학대국/군사대국이 되어가는 중국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실제 중국도 2011년 말에 소형 우주정거장 톈궁(天宮)을 띄웠고 2020년까지 전체 모듈을 만들겠다고 야심차게 우주정거장에
도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 번 실패하고 겨우 우주에 러시아추진체의 힘을 빌어 올라간 나로호를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이제 갈길이 멀지만 차곡차곡 밟아나가서 우주강국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IT강국이니 뭐니 해도 우리나라의 급성장 DNA에는 너무 실용성만 강조하는 태세가 많이 녹아버린 듯 하여 안타까울 때도 많았다. 실제 2009년에 한참 이명박정부에서 녹색성장을 외치며 친환경에너지를
외칠 때는 정부차원에서 수 조원씩 퍼부으며 녹색관련 산업을 지원했지만 실제로 당시 공모전에 참여하고 관련 정책 연구원들의 세미나도 들으면서 느낀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너무 보여주기식 행정이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 태양광에 보조금을 퍼주면서 원했던
결과는 균형적이고 분산된 녹색에너지가 기존 망의 부하를 덜어주며 독립적으로 성장해가는 것이었겠지만 결국엔 할당제로까지 기존 발전사업자들에게 할당하고
솔라패널을 깔기 위해 대규모로 산을 밀어버리고 보조금이 기하급수적으로 기형적이게 들어가자 부랴부랴 지원을 축소하니 애초에 의도했던 보조금을 통한
해당 산업의 건강한 발전이 힘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역시나’ 정권이 바뀌며 녹색키워드가 창조키워드로 바뀌어 또 다른 연속성 없는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나마 지금은 전문경영인이다 실무를 아는 장관이다 해서 실제 경험과 지식이 해박한 전문가를 정책입안과정에서
적극 참여시키고 있다고 하니 걱정을 덜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많은 정책들은 언 발에 오줌 누어 잠시 눈가림을 하거나 전혀 현실과 맞지 않는
탁상 행정식의 ‘빨리 빨리, 결과는 최단 기간 안에 최저가지만
최대한 가시적으로..’의 성격을 띈 매우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보인다.





   다들 노벨상 수상 기간만 되면 한국은 언제 저런 순수과학상을 타나 안타까워하곤 한다. 그리고 신문들은 하나같이 기초과학을 중요시 하자, 성과위주의 눈가림
식 연구에서 벗어나자고 매년 부르짖기만 한다. 그리고 몇 달 뒤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곤 한다. 연구는 연구비만 준다고 해서 척척 햄버거 나오듯이 만들어 낼 수 있지 않다.
돈을 수백억 퍼다 줘도 하나의 작은 연구의 발자국을 내딛기까지 정부가 바뀌든 정책입안자가 바뀌든지간에 인내를 가지고 연속성 있게 기다려
줄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뿌리깊게 박히지 않는다면 연구에 도움이 되기 보단 대부분 단순히 행정기관, 연구기관들의 판공비 돈잔치밖에 되지 않을것이다. 당장Impact Factor가 몇이고 평균을 내서 몇 편 이상 논문을 냈으니 우수교원, 우수
학생상을 주고 그렇지 못하면 연구 ‘못’하는 경고대상이라고
내모는 것이 과연 연구의지를 북 돋울 수 있을까…  얼마전에 옆 연구실에서 세계적인 연구결과를 몇년 동안 한우물을 파서 발표했다고 한다. 그 과정은 과연 될까?라는 의심도 많았고 리뷰과정도 년단위가 넘어갈정도로 길고 힘들었다고 한다. 가시적 성과만를 바라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매우 힘들었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스카치 테이프로 뗐다 붙였다 하던, 누가 보면 “그런 거 할 시간에 실험이나 더해! 그게 되겠냐!!”라며 뒤통수 칠법하지만 결국엔 노벨상으로 연결되었던 그래핀의
발견이 과연 한국의 실정에서 나올 수 있을까? 다들 신문이고 방송이고 그렇게들 진부하고 지겹게 말하면서 정작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이 참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복잡한 심경은 사실 미국학교를 다니다가 한국에 귀국하여
한국식 내신공부를 하던 때부터 가지고 있었는데 잠시 잊혀지고 있었던 그 생각이 중국 우주선에서 중국어와 한자가 나오는 장면에서 느닷없이 다시 떠올라
버려서 씁쓸하기도 했다. 많이 바뀌어 가고 있다고 믿지만 한국 귀환캡슐에서 한글과 한국어가 나오는 그 때에
가서야 이 씁쓸함이 풀릴 거 같은 생각이 든다.





성적을 좋게 받아도 스스로 떳떳한 만큼 공부를 하지 못하면 참 찝찝해하던 때도 있었다. 소위 말하는 노하우, 스킬을 통해 결론에 빨리, 그리고 더 화려하게 도착 할수도 있고 실제 그렇게 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추대 받는 사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실력만 가지고는 귀환캡슐에
한글을 넣지 못할 것 같고 설령 넣는다고 해도 떳떳하지 못할 것 같다. 이제 연구의 길에 갓 발을 들여놓고
이제 겨우 첫 번째 챕터를 마쳐가는 상황에서 노하우을 쫓으려는 나 자신을 다잡고 스스로 떳떳할 만큼 공부했던 시절을 되돌아 볼 수 있게 해준 90분의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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