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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에게 죽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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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위주형
댓글 0건 조회 4,916회 작성일 13-11-04 20:37

본문

 

<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


 

 

우리에게 ‘백설공주’는 아름답고 선한 이미지를 가장 먼저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다. 그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선사한다는 듯 한 책의 제목이 무언가 섬뜩하기만 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은 독일의 넬레 노이하우스라는 작가의 추리 소설이다. 이 책은 추리 소설이 갖추어야 할 긴장감은 계속 유지하면서도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고드는 탄탄한 스토리 때문에 장기간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이다. 작가 자신이 사는 독일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삼았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고, 추리 소설임에도 인간의 내면을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남기는 듯 한 느낌이 새로웠다.

 

작품은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것 하나 없는 전도유망한 청년 토비아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 술에 취해 여자친구 둘을 살해하고 그 시체를 은닉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들어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10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그는 자신 때문에 쇠락한 아버지에 대한 죄책감과 마을 사람들의 냉대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죽은 여자친구와 닮은 아멜리라는 여자가 다가오고, 아멜리 역시 잘생기고 매너 좋은 그에게 이끌리면서 홀로 11년 전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한편 피아, 보덴슈타인 형사 콤비 역시 괴한의 공격으로 중태에 빠진 여인이 토비아스의 어머니임을 알고 11년 전 사건에 흥미를 느낀다. 살인 전과자와 형사들의 등장으로 마을에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이번에는 아멜리가 실종이 된다. 그리고 토비아스는 이러한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사건들이 한 사람이 아닌 자신이 살고 있는 타우누스라는 마을 사람 전체의 모의였음을 알게 된다.

 

모든 것이 완벽한 한 남자, 그리고 마을에서 잘나가는 그의 아버지... 그의 친구들과 마을사람들은 이런 이들에게 남모르는 시기와 질투심이 쌓여간다. 그리고 드디어, 그들을 망가뜨리기 위해 마을사람들은 죄 없는 불쌍한 ‘백설공주’를 죽이고 주인공 토비아스에게 그 죄를 뒤집어씌운다. 작품이 절대 짧은 분량이 아님에도 읽는 도중에 지루해서 책을 덮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 때로는 주인공인 토비아스의 입장이 되어 그가 정말 살인을 저질렀는지 고민하기도 하고, 마을 사람들의 냉대에 슬기롭게 대처해나갈 수 있도록 그를 응원해야 하고, 때로는 불량스러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현명하고 정 많은 아멜리가 되어 11년 전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 그리고 드디어 사건의 진실과 마주하는 그 순간이 찾아왔을 때, 독자들의 마음은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병적인 질투, 권력욕, 복수와 증오 등 인간 세상의 모든 추악한 이면도 함께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자칫, 작품의 소재가 평범한 추리물의 전형적인 전개방식인 누명을 쓴 주인공의 복수극으로 보여질 수 있다. 사실, 어느 정도 일맥상통하기는 하지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속의 주인공 토비아스의 모습과 행동은 평범한 추리 소설의 주인공과는 다소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일반적인 추리 소설의 영웅적이고 초인적인 등장인물이 이 작품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이 매우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추리소설이 가장 크게 독자의 흥미를 잃게 하는 것이 절대적이며 거의 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주인공의 등장인데, 이러한 전개는 독자들로 하여금 작품을 같이 파헤치고 추리하는데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러나 작품 속의 주인공 토비아스는 너무나 평범한 청년이다. 사건의 실마리를 혼자서 해결하지도 않고, 너무나 평범한 한 명의 약자이자 독자들이 지켜줘야 하는 하나의 구성원이다. 독자들은 이 불쌍하게 누명을 쓰고 고통 받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에는 그의 누명을 벗기고자 독자들이 매우 열심히 글을 읽어 내려간다. 그리고 추리해간다. 범인을 찾아 토비아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서...

 

나는 이 책을 보면서 마음 한 편이 계속 무거웠다. 하나는 범인들에 대한 분노였을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내가 이 범인들을 이해하고 있다는 충격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우리 인간들은 정해놓은 법과 도덕으로 인해 항상 착한 모습만을 강요당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분명 사람 안에는 추악한 본성들이 숨어있다. 나도 그런 본성이 없지 않음을 인정하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이 범인 중에 한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마저 들었다. 한 명이 저지른 범죄는 용인하기 힘들지만, 여러 사람이 한 편이 되어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안에 속한 한 사람의 입장에서는 범죄의 인지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까. 이러한 인간의 본성이 있기에 공동체가 한 사람을 매장시키는 일은 실제로도 얼마나 쉬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은 시종일관 독자로 하여금 누구를 믿어야 하고 누구를 경계해야 할지 알 수 없게 만드는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다. 오직 트릭에만 매달리는 기존 미스터리에 질린 독자들은, 외지인의 출입이 거의 없는 폐쇄적 분지 마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을 통해 인간 내면의 감출 수 없는 추악한 본성을 깨닫게 된다. 조그마한 한 마을을 배경으로 이웃들을 연관 지어 나가며 풀어가는 추리 소설이기 때문에 독자들을 더욱 흥미진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 작품은 살인사건을 다루지만 잔인하거나 공포스러운 무언가가 직접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친숙한 ‘마을’이란 곳을 배경으로 사용함으로써 살인범이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일 수 있다는 전개로 인해 소름끼치게 만든다. 이러한 배경을 설정함으로써 ‘우리 이웃은 정말 믿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마저 만들게 하지만, 그만큼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추악한 모습들과 위험성이 항상 우리 주변에 있음을 경고한다.

 

미스터리 소설을 ‘백설공주’라는 동화의 고전적인 이미지와 결부시켜 신비감과 미궁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효과를 만들어 낸 저자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을 당한 백설공주는 정말 순수했을까? 백설공주에게 죽음을 줄 수밖에 없고 긴박했던 그날의 진실을 알고 싶은 독자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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