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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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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4,968회 작성일 14-04-29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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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의 원제는 ‘최후의 비밀(L’Ultime Secret)’이다. ‘뇌’는 사람 뇌의 깊숙한 곳에 절정의 쾌락을 제공하는 이른 바 최후의 비밀로 일컬어 지는 부위가 있다는 것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펼쳐진다. 소설의 주인공 핀처 박사는 이 부위를 인위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되고 뇌 수술을 통해 쾌락중추에 전기자극을 받음으로써 체스 세계챔피언의 자리까지 오르며 유명세를 타게 된다. 하지만 결국에는 스스로 쾌락을 통제하지 못하고 죽음이라는 비극을 맞게 된다.

최후의 비밀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실존하는 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소설은 쾌락이 인간 행동의 동기를 이루는 ‘최후의 비밀’이며 인간 스스로 쾌락이라는 자극을 조절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한 중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게임, 포르노, TV, 카페인 등 중독으로 불리는 많은 쾌락성 자극들이 존재한다. 하버드 의과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디어드리 배릿이 쓴 “인간은 왜 위험한 자극에 끌리는가”를 보면 인간이 왜 이러한 중독성 자극에 끌리며 어떻게 해야 이러한 자극에서 보다 자유로워 질 수 있는지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해답을 얻을 수 있다.

먼저 인간이 이러한 위험한 자극에 빠지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1930년대에 틴버겐 박사가 제안한 ‘초정상 자극’이라는 개념을 가져온다. 초정상 자극은 자연이 주는 자극보다 더 크고 더 강렬한 자극을 주면 그것이 동물들의 선척적인 선호 성향을 ‘강탈’하며 보다 강한 과잉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베타 투어(열대어)가 사는 수족관 벽에 거울을 갖다 대면, 무지개빛깔의 화려한 수컷은 거울에 비친 모습을 침입자로 알고 열심히 공격한다. (중략) 수컷 제비의 가슴은 밝은 갈색인데, 암컷 제비는 그 색을 적응도의 지표로 보고 가슴털이 가장 짙은 수컷을 고른다. 과학자들이 5달러 99센트짜리 매직펜을 가지고, 암컷에게 퇴짜 맞았던 수컷의 가슴을 더 짙게 만들어주면, 이내 암컷들이 달려와 짝짓기를 하려고 줄을 선다. (중략) 노벨상 수상자 니코 틴버겐은, 동물의 본능을 진화시킨 원래의 실물보다 실험자가 만든 모조품이 그 본능을 더 강하게 자극할 수 있음을 확인한 뒤에 이 용어를 만들었다.”

우리가 보기에 이 동물 행동들은 우습고 재미있지만, 저자는 이러한 반사적 본능이 인간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인간의 성적 본능을 과도하게 자극하는 포르노그래피, 인종청소와 살육으로 점철되는 끊임없는 전쟁 또한 인간의 종족 번식과 영역 본능에 기반한 강렬한 자극의 산물이라고 얘기한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이러한 전쟁과 자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반복하게 되는 것일까?

“인간의 본능은 1만년 전 아프리카 사바나에서 수렵채집을 하던 생활에 맞게 설계되었다. 우리가 사는 현대 세계는, 인구밀도, 기술혁신, 오염의 급격한 증가 때문에 그 본능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 진화는 그렇게 급속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이는 대부분의 현대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동물적 본능이 바뀐 환경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 그리고 이러한 동물적 본능을 자극하는 인위적인 것에 인간은 몰두하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 가장 대표적인 예로 책에서는 패스트푸드를 든다. 그 옛날 기름진 음식, 설탕, 그리고 소금은 매우 희소했고, 하나라도 발견해서 섭취하는 것이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향상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물질들이 패스트푸드와 이기적인 광고주들의 음흉한 수작으로 인해 너무도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책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거대한 푸드코트에서 길을 잃은 수렵채집인”에 다름아닌 처치가 된 것이다.

바뀐 환경 속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간. 그렇다면 해결책을 두 가지이다. 하나는 우리의 동물적 본능을 바꾸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 저자는 전자에 대해 몇 가지 예를 들며 본능을 바꾸는 유전적인 진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수십 만년에 걸쳐 진화된 동물적 본능이 한 순간에 바뀌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마치 핀처 박사가 자신의 뇌를 활성화 시키고 좀 더 자극적인 쾌락을 위해 기계장치의 전류를 강하게 높이다가 급기야 죽음에까지 이른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생명공학의 도움으로 초정상 자극에 보다 잘 대처할 수 있는 유전자의 설계가 이루어진다면 이에 대한 가능성 또한 열려 있다. 하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대응은 후자 쪽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우리가 간과하고 지나친 “위험한 자극”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보다 주변을 ‘낯설게 보는 힘’을 기르는 것. 그것에 해법의 열쇠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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