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다스리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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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지키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
2011년 3월 11일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은 2만여 명이라는 사상자와 수천 명의 실종자를 발생시킨다. 이 대지진으로 인해 인명피해 뿐만 아니라 동북부 지역의 경제는 파탄이 났으며 많은 거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주했다. 그로부터 1년이 조금 넘었지만 아직까지 일본인들에게 대지진으로 인해 생겨난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행복하게 일하는 연습』,『생각 버리기 연습』과 같은 연습 시리즈를 통해 익숙한 코이케 류노스케 주지 스님의 새로운 책은 바로 이런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지는 지에 대한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이 특히 일본인들은 물론 일본인들이 겪었던 재난의 순간을 목도했던 우리들에게도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시작된 경제적 불황의 여파와 북한과의 정세 불안 등으로 심리적 고통을 겪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마음을 지키는 연습은 반드시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매우 용기 있는 말을 일본 국민들에게 전하고 있었다. 한 나라의 큰 재난이 닥치고 난 직후에는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슬픔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너무 강요되다보면 침울하고 슬픈 감정이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저자는 걱정하고 있다. 침울한 분위기가 또 다른 불행을 몰고 오는 이것이야 말로 우리가 진정 조심해야할 두 번째 화살이라고 저자는 꼬집고 있는 것이다. 큰 실패나 재난 이후 일정 기간 동안의 슬픔과 그리움은 애도의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람으로서 마땅한 도리라 볼 수 있겠지만, 정도를 넘어선 슬픔은 남겨진 사람들의 회복을 늦추는 의미 없는 집착일 뿐만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이 시련을 딛고 일어서는데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문명과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은 어떤 자연물보다 앞선 존재라고 느껴지기도 하지만, 쓰나미 사태나 지진과 같은 일들을 겪고 나면 그런 인간의 생각이 얼마나 허세에 불과한 것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자신감이 클수록 좌절역시 큰 법. 모든 것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던 인간이 힘없이 쓰러질 때 느끼는 그 좌절감에 심신이 무너져 버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대자연에 맡기는 이 마음가짐이야 말로 스스로를 낙심이나 분노로부터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또, 이 책의 마지막장인 “행복의 정의가 바뀌다”에서는 제목 그대로 오늘날 의미가 퇴색해버린 진정한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을 알려주고 있다. 저자가 일본인들의 사고를 지배했던 그동안의 행복은 쾌감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메이지유신이 있었던 19세기 후반부터 일본인들 사이에서는 쾌감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사고방식이 점차 뿌리를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바로 그런 사고방식 때문에 오늘날 일본인들의 자살률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저자가 특별히 이 두 가지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고 만족시켜주는 쾌락의 수단과 도구들이 점점 늘어져 갔다. 그런데 그런 것들로 인해서 얻는 쾌감이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극단적인 우울증에 빠지고 마는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런 쾌감이 늘어갈수록 우리 인간들의 불감증은 커져간 것도 우울증의 하나의 원인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가 먹고 싶고 꾸미고 싶은 것은 돈만 있으면 바로 해결되고 이제 더 이상 돈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오히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과거에는 크게 문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결국 쾌락이 곧 행복이라는 사고방식은 쾌락을 마음껏 충족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게나 반대로 그 쾌락을 충족시킬 수 없는 사람들에게나 모두 불행의 시초가 되어버린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하루빨리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진정한 행복의 의미는 곧 삶을 살아가는 의미이고, 이것이 극단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이 장에서 알려주는 진정한 행복을 찾는 과정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단기간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행복이야말로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기다려야지 얻을 수 있는 고귀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너무 많은 것에 신경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단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도 마음의 평온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고도의 집중이 정신운동과 관련 있는 것이라면, 기초적이고 반복적인 운동을 하는 것은 신체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장소를 왔다 갔다 하거나, 팔을 빙글빙글 돌리거나 하는 작은 행위도 우리 마음의 평온함을 활성화시키는 좋은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런 반복적인 운동을 할 때 중요한 것은 목적의식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목적의식은 해당 목적을 달성하고 나면 뇌 속에 쾌감물질을 발생시키는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평온함과는 정반대의 신경회로가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마음의 평안을 찾는 방법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알려주고 있는 이 책은 시기적인 이유 때문에 많은 일본인들에게 정신적 위로가 되어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평온이 필요한 대상은 대지진이라는 재난을 겪은 일본인들뿐만이 아니라 오늘날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다. 문명의 이기 속에서 그저 쾌락의 노예가 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이 책은 진정한 행복과 평화, 자비와 자선을 찾게 해주는 작은 안내판과 같은 역할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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