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有]나라에 대한 숭고한 희생...국립 대전 현충원 참배기
페이지 정보

본문
나라에 대한 숭고한 희생...국립 대전 현충원 참배기
(배경음악은 맨 아래에서 끌수 있습니다)
대전생활을 한지도 벌써 1년 8개월째나 되었지만 가보지 못한 곳 투성이였다. 더 시간이 지나서 대전을 떠나는 날이 오기 전에 꼭 들러봐야겠다고 한 곳 중 하나가 국립 대전 현충원이었다. 간다 간다 하고서도 몇 달이나 지났고 마침 머리도 복잡하고 해서 훌쩍 떠났다. 원래 타던 스쿠터가 고장나서 수리 맡기며 센터에서 무상대여 받은 스쿠터 성능도 한번 테스트 해 볼 겸, 시원해졌지만 갑자기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9월 15일 일요일 오후에 국립 대전 현충원을 향해 달렸다.

사실 현충원을 특별한 일 없이 그냥 찾아간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친구의 페이스북에 계속 묘비가 올라오기에 이상하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군복무중 사고로 동생이 죽었고, 그랬던 동생이 좋아하는 햄버거 찾으려고 대전시내 돌아다니며 대전까지 동생을 보러 오는 것이었다. 묘비명에 계급과 이름이 있길래 현충원 홈페이지에서 이름검색하여 묘역을 찾아서 친구 동생을 보러 갔다. 마침 천안함에서 전사한분들의 묘역도 바로 옆에 있고 내 동생의 친구도 천안함에서 전사한 46인 중 하나였기에 찾아가보고 싶었다. 그리고 연평도 포격 때 돌아가신 분들의 묘역도 그 옆에 있었다. 나라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가까운 곳에 이리도 많은데 한번은 가봐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말 오후에 무작정 찾아갔던 것이었다.
입구부터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주말이라 그런지 소중하게 아꼈지만 이미 떠나버린 가족들, 친구들에게 메아리 없는 명절인사를 나누러 온듯한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았다. 다들 생전 그렇게 아끼던 사람들이 좋아하던 음식들을 싸 들고 사별할 때 고통스러웠던 이별의 아픔은 세월로 이미 묻어 버린듯한 표정으로 묘비 앞에 앉아 있었다.
“아빠 할아버지가 몇 살 때 돌아가셨어?”
“형이 어디있지?”
“잘있었니 아들아..”
“형이 어디있지?”
“잘있었니 아들아..”
이런 말들이 주변에서 들려왔고 비록 여기에 내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묻혀있진 않지만 마치 나도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내고 만나러 온 것 같은 엄숙함과 슬픔이 왠지 모르게 느껴졌다.
1988년 10월 31일 서울에서 출생.
2009년 12월 3일 동해에서 순직.
친구 동생의 묘비 앞에서 한참을 바라봤다. 네모난 돌에 이름과 ‘육군 상병’이 앞에 적혀있고 뒤에는 출생지와 출생일, 사망 지와 사망 일이 적혀있었다. 내 동생과 생일이 3일밖에 차이 나지 않는 친구의 동생의 묘비 앞에서 만감이 교차했다. 나도 2년3개월의 군생활을 했고 내 동생도 해병대에서 군생활을 했지만 몸 건강히 나라에 대한 의무를 끝낼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도 참 감사했다. 안타깝게 군 생활 중 죽음을 맞은 친구 동생의 묘비를 보면서 그리고 천안함 묘비의 문구(이곳에는 2010년 3월 26일 NLL수호임무 수행 중 북한 잠수정의 어뢰공격으로 전사한 천암함 46용사들이 잠들어 있습니다), 연평도 전사자의 묘비의 문구(여기 연평도 포격전 참전 해병 고이 잠들다! 2010년 11월 23일)를 읽으며 나라를 위해 목숨바치는 것이 참 숭고하고 멋진데 막상 내가 그런 갈림길에 서있다면 이 분들처럼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맴돌았다.
묘비 하나에만 시선을 가까이 두고 보다가 뒤를 돌아 넓게 펼쳐진 묘역을 봤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차갑고 네모난 비석들이 벌써 뻘겋게 노을이 지려는 하늘 색깔과 섞여서 차갑지만 포근한 느낌이 느껴졌다.

묘비들 옆을 무심코 걸어만 가다가 한 부부가 눈에 들어왔다. 아들의 묘비인듯한데 돗자리를 깔고 마치 앞에 아들이 살아있다는 듯이 대화체로 말을 하고 있었다. 참 가슴이 아팠는데 부부를 뒤로 하고 걸어 나오다가 나도 왜인지 모르게 전혀 알지도 못하는 묘비 앞에 그냥 앉아보았다. 위에서 바라보는 시선으로 봐오던 묘비는 그냥 돌아가신 분들의 흔적으로만 보였는데 앉아서 눈높이로 바라보니 마치 마주앉아서 대화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그래서 유족들이 그 앞에 자리를 깔고 앉는것일까... 멀리만 느껴지던 영웅들이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한참을 그냥 앉아있었다. 햇볕이 따뜻했고 묘비도 평안해 보여서 엄숙한 마음이 절로 들었다.

나라를 위해 전쟁에서 전사를 했든 군대에서 작업을 하다 죽었든 불의의 사고로 죽었든 참 아프고 어려운 길이었을 테고 그걸 세월의 힘으로 가슴속에 묻고 사는 유족들을 생각 하면 새삼 참 이 평화로운 일상이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란 점을 느끼게 된다. 푸른 잔디위에서 따뜻한 날씨에 찾아봐서 포근한 느낌이 들었지만 한겨울 눈 덮인 이곳이 주는 마음의 울림은 또 다를 것 같았다.

현충원 곳곳에 있는 큰 돌에 새겨진 문구들은 우리가 영위하는 평화로운 일상이 얼마나 많은 희생과 피나는 노력으로 일궈낸 것인지 알려주고 있는 듯 하였다.
“엄숙하고 거룩한 사명앞에 순결한 청춘의 피를 뿌린 영원히 사는 임들이여.
당신들의 드높은 정신, 그 거룩한 이름은 내 조국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살아 남으리라.”
당신들의 드높은 정신, 그 거룩한 이름은 내 조국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살아 남으리라.”
다들 수고 정말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전글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 14.04.29
- 다음글송건호 평전 13.09.09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