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옹주 - 조선 마지막 황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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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 마지막 황녀
대한민국에 있어 근현대사는 곧 일제강점기를 뜻한다. 대륙진출에 대한 야욕의 발판이 되어 유린당한 우리 나라는 그들의 식민지가 되었고, 그 과정 중에 명성황후 시해라는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당했다. 누구나 조선 최후의 황후인 명성황후에 대해서는 알며 그 분을 마지막으로 조선 황실의 핏줄이 끊겼다고 이야기를 하기에, 조선 마지막 황녀라는 덕혜옹주의 존재는 처음부터 생소하기 그지 없었다. 공주가 아닌 옹주라는 명칭… ‘옹주’란 국왕의 서녀 등에게 준 작호라고 한다. 적녀가 아니었기에 대중들의 기억에 잊혀졌던 그녀였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덕혜옹주’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로 태어나 살아갔던 한 여자의 삶을 이야기 하고 있다. 그녀의 유년시절부터 강제로 일본으로 넘어가 기구한 일생을 보내다가 다시 고국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인생은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듯이 결코 순탄치 않고 고통스러운 길이다. 그러한 삶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이 소설은 그 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일본으로 끌려간 황족들의 삶과, 재일 한국인들이 겪어야 했던 차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일본에 의해 이루어진 일이지만 결국에는 그러한 일본인들에 의해서 무시되고 또 부정되었던 시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독립군이나 일반 민중들의 삶이 아닌 황실 여인의 삶을 보여주기에 다소 생소할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책을 읽고서 일제의 만행을 다시금 떠올리고 분노할 여지는 충분하다.
작 중 그녀가 겪는 수많은 시련 중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온 건, 일본인 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자신의 딸이 자신에게 미개한 조선인의 피가 흐르는 것을 저주한다고 덕혜옹주에게 외치는 장면이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자식으로부터, 황실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이로부터 조국을 부정하는 말을 듣는 조선 마지막 황녀인 그녀의 가슴은 어땠을까? 그건 분명 단순히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조롱과 비웃음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상처였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가 정말로 일제가 노린 것 중 하나였다면 그들의 비인간성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으리라.)
일본의 조선 식민지화 계획으로 ‘창씨개명’이라던지 일본동요를 부르게 한다든지 하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한 것들이 조선의 대부분 국민들을 향해 행해진 만행이라 한다면, 덕혜옹주의 일생은 조선의 황족을 욕보이며 그 근간을 정신에서부터 무너뜨리려는 일제의 만행이라 생각된다. 그러한 일본의 행동들이 하나하나 쌓여왔기에 해방이 되고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본과의 관계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자애와 관용의 마음으로 과거의 일은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허울 좋은 말에 휩쓸려 지난 과거를 잊는다면 그건 역사의 교훈을 무시하는 것이다.
모진 멸시와 차별 앞에서도 끝까지 고고함을 잃지 않으려 했던 덕혜옹주의 모습들은 그저 소설 속에서만 등장하는 허구가 아니라, 그녀의 모습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회고록에도 남겨져 있다. 조선 최후의 황녀이자 지금은 잊혀진 대한제국 마지막 황족.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우리는 그녀를 기억해야 할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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