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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과 받는 것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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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261회 작성일 14-04-29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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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국지연의에서 묘사되는 유비라는 캐릭터는 그 서사를 접하는 독자에게 언제나 큰 감동을 선사한다. 젊은 시절 짚신과 돗자리를 엮어 겨우 생계를 꾸리던 장사치에 불과한 사람. 그렇다고 훌륭한 집안적 배경도 없이 단지 지나가는 왕족의 피를 받은 것 하나 밖에 내세울 것 없던 그가 천하를 삼분하는 촉나라의 황제로 등극하는 스토리는 가히 놀라움 그 자체이다.


이렇듯 별볼일 없던 그가 황제가 된 비결로 꼽는 것이 있으니 바로 뛰어난 사람을 자신의 수하로 만드는 능력이다. 유비의 자인 현덕에서 덕(德)이라는 글자는 마음 심(心)에 얻을 득(得)자가 더해진 것으로 즉 덕은 단순히 도덕적 품성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말로 풀이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그로 하여금 그토록 훌륭한 장수와 재사들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일까? 혹자는 그가 사람을 얻기 위해서 먼저 군주로서의 권위를 스스로를 내려놓고 그들이 필요한 것을 먼저 내어 주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그는 탁월한 리더로서 받는 사람이 아닌 먼저 주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받는 것과 주는 것이 사회적 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학문적으로 연구한 흥미로운 결과가 다음에 소개할 기브앤테이크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경영 대학원 와튼스쿨의 조직심리학과 교수인 애덤 그랜트가 돕는 행위와 생산성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연구한 결과를 정리한 책이다. “기브앤테이크”에 따르면 세상에는 남에게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 기버(Giver)와 자신이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으려는 테이커(Taker), 그리고 남이 나에게 도움이 되는 뭔가를 해줄 때 자신도 남에게 보답하는 매처(Matcher)로 구성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상대방에 대한 호혜원칙의 세 부류 중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다리의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일까? 얼핏 생각하면 자기에게 필요한 무엇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잘 얻어내는 테이커가 사회적 성공의 꼭대기에 위치할 것 같아 보인다. 삶에서 특히 일터에서 권력을 차지하고,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이익보다 내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남보다 강해져야 한다는 ‘성공의 철칙’이 우리의 의식 세계를 지배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연구는 오히려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무한 경쟁으로 점철되는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는 부류는 바로 기버라는 것.


  “가령 엔지니어 세계에서 가장 생산성이 떨어지는 사람은 기버였다. 캘리포니아 주의 전문 기술자 16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도와준 기술자들은 가장 성공적이지 못했다. (중략) 남을 도와주느라 정작 자기 일을 제대로 끝내지 못한 것이다. (중략) 이처럼 성공의 사다리에서 밑바닥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큰 사람이 기버라면, 꼭대기에는 누가 있을까? 테이커일까? 혹은 매처일까? 둘다 아니다. 자료를 다시 한번 자세히 들여다 본 나는 놀라운 패턴을 발견했다. 성공의 사다리의 꼭대기에도 기버가 있었다.”


  그렇다면 왜 기버가 사회적으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는 부류가 되는 것일까? 그에 따르면 이는 바로 인생이 100미터 달리기가 아닌 마라톤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우리 삶은 대부분 제로섬 게임이 아니며, 모든 것을 고려할 때 기버는 결국 합당한 대가를 얻는다. (중략) 기버가 신뢰와 신용을 쌓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언젠가는 명성을 얻고 성공을 돕는 관계를 형성한다.” 더불어 현대사회에서는 업무체계가 팀을 중심으로 한 시스템으로 변화하면서 기버가 더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덧붙인다. 이 밖에도 기버들이 결국 승리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다양하게 설명하지만 결론은 타인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들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 결국에는 그들을 승자의 자리에 올려놓는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노자의 가르침이 머리 속에 스친다. “장차 축소시키려고 하면 반드시 먼저 펴주어야 하고, 약하게 하고자 하면 먼저 강하게 해주어야 하고, 쓰러뜨리려고 하면 먼저 일으켜 주어야 하며, 빼앗으려고 하면 먼저 주어야 하니, 이것을 일러 은미한 밝음 (혹은 밝음을 감춤)이라고 한다.” 이는 노자의 통치술이 압축돼 있는 구절이다. 상대방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속내를 보여서는 안 된다는 노자의 가르침이 일견 이타적 성향을 갖는 기버와 상반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감추어진 속내야 어찌되었든 내가 먼저 줌으로 인해 더 큰 것을 보상 받는다는 명제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자명하고 명백한 진리임에 틀림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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