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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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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026회 작성일 13-09-05 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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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보면 과학과 종교간의 충돌은 과학이 발달하고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끊임없이 계속되어온 쟁점이었다. 중세 기독교는 아리토스텔레스의 자연철학을 금지시켰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또한 교회의 무수한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갈등을 야기한 것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도 한 종교단체가 고등학교 생물 교과서에 시조새와 말의 진화와 관련된 부분을 삭제해 달라고 교육과학기술부에 요청을 한 사건이 논란이 되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런 요청을 실제 교과서를 집필하는 몇몇 출판사에서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이 사건을 두고 세계적인 과학적널인 ‘네이처’에서는 한 페이지 이상을 할애하여 다루면서 한국 과학계의 문제점을 보도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큼 치열한 논란을 야기하는 진화론에 대해서 정작 우리 일반인이 알고 있는 것들은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생물이나 집단이 끊임없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 이나 ‘적자생존’의 의미만을 기억할 뿐이다. 그러나 뉴멕시코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있는 제프리 밀러가 쓴 <연애>를 읽어보면 진화론과 관련된 우리의 사고를 새롭게 전환하고 확장시킬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자연선택 이론은 무려 한 세기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언어, 도덕, 예술, 창의성 등의 특질들을 설명하는 데 완전히 실패했다고 한다.

“생존주의 가설은 자연사적 세상과 발명, 상업, 지식 능력을 잇는 다리는 놓아 줄 수 있을지언정, 인간 문화의 보다 장식적이고 유희적인 측면들, 즉 음악, 미술, 스포츠, 드라마, 코미디, 정치적 이상 등에 대해서는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한다. (중략) 이 사실을 알았던 다윈은 진화는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뿐 아니라, 그와 대등한 중요성을 가진 ‘짝 고르기를 통한 성선택’ 과정을 거치면서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즉 그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선택(적자생존)을 의미하는 반면 생물학계에서 다뤄지는 진화론은 자연선택과 성선택 두 가지를 의미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선택 이론이 19세기 다윈이 진화론을 끌고 나온 후 무려 100년 동안이나 학계와 사람들로부터 외면당해 온 까닭은 무엇일까? 밀러는 크게 두 가지의 이유를 꼽는다. 첫째는 다윈이 살았던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사회적 분위기이다. 사실 다윈의 가장 중요한 저작은 자연선택을 주장한 <종의 기원>과 성선택을 다룬 <인간의 유래와 성선택>이다. 다윈은 <종의 기원> 이후 모든 연구와 집필 활동을 성선택 이론에 집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다윈의 성선택 이론이 중요하게 다루어 지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그 이론이 사회의 저변을 뒤흔드는 급진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즉 빅토리아 시대 영국 남성들은 “차라리 우리 인류가 침팬지와 공통 조상을 지녔다는 이론”은 참을 수 있어도 이를 테면 “잠자리의 주도권이 여성에게 있다는 주장”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둘째는 학자들의 내숭이다. 어찌되었던 성선택론은 섹스에 관한 이야기이다. 당시의 학자들에게 섹스는 그대로 드러내놓고 강의하고 설명하고 글을 쓰기에는 여전히 쑥스러운 주제였던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진화에 대한 논의의 중심을 생존 중심에서 구애 중심으로 돌려놓음으로써, 우리가 인간의 독특한 능력인 풍부한 예술, 도덕성, 언어, 창의성을 얼마나 더 잘 이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다소 빽빽한 행간을 관통하는 그의 논리는 무엇보다 간단하다. “인간의 뇌의 발달은 적어도 10만 년 전 현생인류의 등장과 더불어 완료되었다. 그러나 기술혁신, 농업의 발달, 인구팽창 등은 그로부터 9만년 이후에 일어난다. 진화는 당장 이익을 남기지 않는 미래를 위해 투자할 여력이 없다. 따라서 인간의 지능의 발전을 생존이익과 연결시키는 것은 틀렸다”는 것이다.

그는 책 전반에 걸쳐 자연선택론 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인간의 여러 특징적 양상들을 거론하며 성선택론이 인간의 진화를 설명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임을 이야기한다. 그러한 이유로 무엇보다도 짝 고르기를 통한 성선택은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보다 훨씬 ‘지능적인 과정’이라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그의 주장이 때로는 당돌해 보이기도 한다. 인간 본성의 거의 모든 면과 풍습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인류의 언어, 미술, 도덕성의 진화마저도 초지일관 성의 진화 하나로 설명해내려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수많은 증거와 재기 넘치는 생각들로 그의 추론을 충분히 매력적인 논리와 변론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 동안 우리는 화석과 같은 여러 증거를 통해 진화는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또한 진화론과 관련해서는 학계와 종교계를 비롯한 다른 이해 집단과 관련하여 수많은 논쟁과 이견이 존재하는 것 또한 인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론이라는 말에 자연선택, 적자생존, 원숭이 외에 다른 것을 연상시키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진화론이 얼마나 훌륭하게 인류의 마음과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지를 경험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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