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고구려 (2011) - 김진명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5,959회 작성일 13-03-01 13:56

본문

고구려 (2011)

우리 나라 역사에 대해 아는 것은 우리가 지내는 사회의 관습과 문화 등의 근원을 찾아가는 것이며 민족적 정체성과 자부심, 애국심 등을 가지게 해준다. 우리 나라 사람들의 말과 행동, 자아와 민족의 정체성, 가치관 등이 모두 우리 나라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그 효시와 변화를 알 수 있다. 이것뿐만 아니라 우리는 역사적 사실들을 반면교사로 삼아 현재의 삶을 살아가는 동안 비슷한 과오를 겪지 않도록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왜곡되거나 조작된 역사적 사실에 대한 재평가와 재정립이 필요할 것인데, 이보다도 앞서 우리 나라 사람들의 역사에 대한 깊은 관심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그 중 근현대사는 그나마 많은 사료들이 남아있고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식이 높았던 시기에 대한 것이라서 많은 연구와 해석이 이루어졌지만 삼국시대를 비롯한 고대사 및 고려사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의 조선사편수회 등에 의해 진행된 한민족의 역사 말살과 2002년부터 시작된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 역사로 편입하려는 동북공정으로 인한 역사 왜곡 등으로 우리의 역사가 위협받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더욱 높은 관심과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게다가 중국 역사를 담은 삼국지나 수호지, 초한지 등은 널리 읽혀져 인물과 사건들을 줄줄 꿰는 사람이 많은 반면에 우리의 삼국 시대에 대한 역사적 소설의 관심은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이런 요즘과 같이 우리의 고대사가 한 순간에 뒤틀려 버릴 수 있는 시대에는 국민들에게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는 훌륭한 역사소설이 정말 필요하다. 2011년 초에 발간된 김진명 작가의 장편소설 ‘고구려’는 이런 상황의 우리에게 고구려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필요하며 중요한지를 보여주듯이 당당하게 등장하여 세간의 많은 관심을 받았다.

작가는 글의 서두에 “우리 젊은이들이 ‘삼국지’를 읽기 전에 ‘고구려’를 먼저 알기 바란다”는 바람을 표현하였다. 우리 고대사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지고 있었던 고구려가 아직도 우리의 영토였으면 하고 생각해보았던 경험은 학생이었던 시절에 한번쯤이라면 있었을 법한데, 교과서에서 배웠던 정도의 인물과 사건들 정도를 빼면 고구려에 대한 많은 지식이 없는 나로서는 작가의 이 한마디가 촌철살인의 비수가 되어 나의 가슴을 찔렀다. 이 책을 읽지 않을 수가 없게 만든 그 한마디로 인해 틈이 나는 대로 읽기 시작하였다. 이 소설은 고구려 역사 중 가장 극적인 시대로 손꼽히는 미천왕 때부터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장수왕까지 여섯 왕의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을 집필하기 위해서 작가는 약 17년 동안 다양한 사료를 검토하고 해석하여 준비하였다고 한다. 내가 읽은 부분은 세 권의 미천왕의 일대기 중 첫 권에 불과하다. ‘도망자, 을불’이라는 소 제목이 붙어 있는 이 책에서는 미천왕이 왕좌의 오르기 전에 도망자로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되는 환경이 그려진다. 왕손으로 태어났지만 봉상왕의 폭정으로 인해 주변의 모든 왕손이 숙청되면서 죽임을 당할 위기에 놓여지지만 무사히 궁을 빠져나가 떠도는 생활을 하는 을불은 봉상왕에 대한 복수와 고구려의 안정을 위해 때를 기다리며 조용히 힘을 키우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내용 중에서 두 가지의 장면이 머리 속에 깊게 남아 있는데 그 중 하나는 상부(봉상왕)가 왕좌로 오르면서 죽임을 앞둔 안국군이 죽음으로써 후사를 살리는 길을 택하게 된다는 점이다. 비록 그가 대장군으로서 당시 고구려 최고의 영웅이고 많은 이들이 따랐지만 당장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반역과 같은 방식을 통해 피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받아들여 의로운 후사를 위한 길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자로서 일신의 안위 만을 위하지 않고 후세를 위해 희생하는 길을 ‘운명’으로 거뜬히 받아들이는 장면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상부(봉상왕)가 왕좌로 오른 이후 이루어지던 숙청 속에서 아들 을불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항상 자신을 바짝 낮추어 상부의 눈에 거슬리지 않으며 지내었던 상부의 아우 돌고가 을불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 또한 잊을 수가 없다. 비록 평소에는 바보놀음 하듯이 목숨을 보전하면서 지내던 모습이었지만 이 모두가 의협심이 많은 아들이 봉상왕의 눈에 띄어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하려는 행동이었으며, 아들의 튀는 행동 뒤에 처음 자신을 드러내어 자신을 방패로 삼아 아들을 도망토록 한 아버지의 희생정신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 나라 최고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비롯하여 다양한 베스트셀러를 집필하였던 김진명 작가의 필생의 역작에 대한 기대에 맞게 지루함이 없고 속도감이 있어서 계속 빠져들게 만든다. 다만 약간 무협 소설에서 자주 보여질 듯한 전개와 표현 등이나 생각보다 다소 부족한 구성으로 인해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현실의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갈수록 역사가 주요 중점 과목들에 밀려서 차츰 변방으로 밀려나 많은 학생들이 제대로 된 역사 교육을 못 받는 상황이 되는 것이 안타깝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의 텔레비전 방송에서 하는 드라마들 중에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사극이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그 내용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들을 중심으로 허구적인 부분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역사 자체보다는 인물과의 관계나 주연 배우 등 다른 부분이 중심이 되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았을 때 대중에게 우리 나라의 역사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긍정적인 면도 충분히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사극 드라마보다도 더 재미있고 삼국지나 초한지 못지 않은 스펙터클한 우리 고구려 선조들의 이야기를 담은 ‘고구려’를 읽어보기를 권해본다. 현재 4권까지 출판되었고 곧 5권이 나올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리는데, 앞으로 장수왕의 이야기까지 지속적인 출판을 기대한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