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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곳에 가면 나는 자유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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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일
댓글 0건 조회 6,096회 작성일 14-04-2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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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가면 나는 자유롭다
전성호 저, 출판사 자작나무, 1994년, ISBN 8976762088



멋진 문장이다.

사람들은 낯선 곳에 가면 당황하고 어려워한다. 불안해하는 사람도 많다. 혼자 훌쩍 여행을 떠나기 두려워하는 많은 사람들은 낯선 곳에서 일어날 불확실한 일들에 대해 걱정하며 떠나지 못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신이 진보적이라고 주장해도 가슴 깊이 어디엔가는 안정적인 현재의 끈을 놓고 싶지 않는 본능적인 생각도 항상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별할 것 없는 여행 에세이 한 편을 오랜만에 골라잡고 읽었지만 이 책은 항상 나에게 설렘을 주는 소중한 책이다.

저자인 전성호씨는 나와 특별한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다. 전성호 선생님이라고 호칭해야 더 맞을 것이다. 2002년 휘문고등학교에서 국어선생님으로 뵈었고 그분의 수업에는 항상 다른 선생님들이 가지지 못하는 듯한 뭔가가 있는 듯 하였다. 미혼이셨고 30대중반을 넘기신 나이로 기억이 난다. 항상 어머니를 ‘우리 오마니’라고 부르시며 맛깔 나게 인생이야기를 해주시곤 하셨다. 나이가 많으시지도 않았고 인생을 엄청 드라마틱하게 살아 오신분 같지도 않았지만 그 분의 수업과 에피소드들은 나의 고등학교 국어 수업시간을 지겹지 않은 발랄함으로 채워주었다.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나의 국어 선생님이라서 처음 그 책을 구입했을 때 더 망설임이 없기도 하였다. 항상 수업시간에 들려주시곤 하셨던 다양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서 구입하기도 하였다. 제목이 정말 마음에 들었는데 이 제목이 내 DNA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역마살을 더 끄집어 낸 것 같기도 하였다. 나는 비행기를 좋아하던 소년이었고 조종사가 되고 싶었지만 눈이 나빠서 포기하였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비행기를 좋아하며 여행을 꿈꾸며 항상 새로운 도시에 가서 지도 한 장을 들고 헤매고 싶은 사람이다.그런 나의 잠재된 특질을 이 책은 항상 살살 부채질해주고 있는 책이다.

한 번만 읽은 것도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도 몇 번 읽었고 대학에 올라와서도 큰 여행을 앞두고 몇 번 읽곤 했다. 저자가 방방곳곳 다니며 겪은 내용을 맛깔나는 언어와 단어로 풀어놓은 에피소드들이 재미있기도 했지만 이 책이 주는 매력은 저자가 여행에세이를 쓰는 전문여행꾼이 아니라 나의 ‘국어 선생님’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나의 국어선생님이 백묵과 교과서를 들고 있지 않은 상태로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겪은 의외의 모습이기 때문일 것이다. 개그프로의 대사를 읽고있노라면 귀에 자동으로 그 음성이 생생하게 떠오르듯, 이 책을 읽는 내내 전성호 선생님이 내 옆에서 그 문장들을 직접 말로 읽어주시는 것과 같은 생생함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한 책이다.

미국회사인 Caterpillar에서 오래 근무하셨던 아버지 덕분에 태어나자마자 짧게나마 미국에서 6개월 살았고 초등~중학교 시절에 동남아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살았던 터라 외국여행을 매우 자주 다녔고 그러면서 운 좋게도 여행이 주는 설렘을 어릴 때부터 만끽하며 살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가족여행으로 다녔던 여행은 그저 따라다니던 여행에 지나지 않았고 내가 스스로 돈을 벌어 계획하고 다녀오는 여행에서 이 책의 제목을 점점 진하게 몸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은 내 과거여행길뿐만 아니라 이제 다녀올 많은 여행길에서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문구로 평생 남을듯한 명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람마다 개인적으로 삶의 피폐함에서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어줄 무언가를 가지고 산다. 어떤 이에게는 그것이 영화일수 있고 술 마시는 것일 수 있으며 등산이나 운동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이 무엇이든 개개인에게는 푸석하고 힘든 일상에서 자신을 좀 더 촉촉하게 해줄 수 있는 인생의 윤활유 같은 행복한 활동임이 틀림 없다. 나에겐 낯선 곳에 가서 나 자신에게 자유로움을 선사하는 여행이 내 인생을 천천히 굴러가게 해주는 추억이란 든든한 자양분임이 틀림없다. 2009년 여름, 에스토니아의 수도 탈린 어느 골목길에서 만났던 노년의 인생을 여유롭게 사는 어느 노부부 같은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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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용기와 시간 그리고 마음의 여유를 항상 잃지 않는 삶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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