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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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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윤성준
댓글 0건 조회 6,492회 작성일 13-03-31 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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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Brave New World)> - 올더스 헉슬리, 1932

불과 20년전만 해도 386 컴퓨터를 보며 신기해하던 시대에서 지금은 단 1분이라도 휴대폰이 없으면 일상 생활이 불편해 질 정도로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과학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며 과거에는 상상 속에서만 할 수 있었던 것들이 이제는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상태이고, 기술 발전에 의한 결과물들이 우리 생활에서 미치는 영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며칠 전 해킹에 의한 초유의 KBS, MBC, YTN, 신한은행 전산망 마비 사건에 의해 온 나라가 술렁였던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이렇듯 과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게끔 한 원동력에는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욕구가 근본이 된다. 인간은 항상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기 보다는 항상 더 편하고 나은 상황을 추구하는 성향을 가지고, 과학 기술은 이를 만족시켜 줄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되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과거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서 과연 사람들은 과거보다 '더' 행복할까?

저자인 올더스 헉슬리는 무려 1930년대에 이와 같은 의문을 가졌던 것 같다. '멋진 신세계'는 A.F 632년(포드사가 T형 자동차를 생산해 낸 1908년을 기원 1년으로 하는 가상의 연도 단위)으로 A.D. 2540년, 즉, 약 500년 후의 이야기를 담는다. 책 속의 세상에서는 과학 기술과 다양한 시스템이 발달, 도입된 세계 국가가 등장하는데, "community, Identity, Stability"라는 모토로 운영된다. 태아는 보카노브스키 공법을 통해 실험실에서 배양되는데, 이를 통해 96명의 일란성 쌍둥이를 만들 수 있다. 다시 말해, 인간이 기계에 의해 '찍혀'나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은 사회의 stability를 위한 것이다.

이처럼 멋진 신세계는 사회의 안정을 추구한다는 목표로 인간과 인간의 본성을 통제한다. 멋진 신세계 속 세계는 고도로 기술이 발달한 세계이자 겉보기에는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은 개개인의 인격이 존중되지 않고 모두가 획일화되는 디스토피아를 보여준다. 세계 국가의 지배권 밖에서 자란 야만인 주인공은 이 세계 국가와 접촉을 한 뒤부터 신세계에 엄청난 환멸을 느낀다. 그는 신세계라는 언어가 가져다줬던 환상에 대한 배신감을 템페스트의 한 구절을 빌려 한탄할 정도이다.

"How beauteous mankind is! O brave new world..."

이처럼 멋진 신세계 속 신세계는 이름만 신세계일 뿐 인간에게 전혀 이롭지 않은 부정적인 세상이다. 신세계라면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유토피아'를 떠올리기 마련인데, 책 속에 묘사된 신세계에서는 오히려 행복이라는 감정조차 통제되고 기계적으로 조작될 뿐이다. 기술 발전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고자 했던 것이 오히려 행복이라는 것 자체를 망각시키게 만들어 버린 것이다.

혹자는 이것을 보고 급격한 기술 발전을 너무나도 두려워한 나머지 과도한 상상이 불러 일으켜낸 허구라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책 속의 세계는 작가의 의도 전달을 위해 극단적인 모습을 부각시켜 그려낸 fiction임에는 틀림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건물과 벽에 가로막혀 당장 옆집에 누가 사는지조차 모르며 살아가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심지어 같은 집 안에서 동일한 공간을 공유하며 살고 있는데도 가족간의 교류보다는 모니터 속 가상 공간속의 자아로 존재하는 시간이 더 긴 세상에서 살고 있다. 기술 발전에 따라 우리의 욕망은 채워져 가지만 그에 대한 대가로 더 이상은 느낄 수 없는 행복들의 종류가 많아져 가는 느낌이다. 이러한 점에서 '멋진 신세계'를 단순히 허무맹랑한 공상과학 소설이라고만은 칭할 수 없을듯 싶다.

기술 발전은 세계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고 인류의 더 나은 삶을 향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기술 발전을 막는 것은 세계 기류에 역행하는 것이고 자칫 잘못하면 큰 재앙을 초래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하고자 하는 목적, 인류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본질을 잃어버리게 되면, 그것은 더이상 발전이라고 칭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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