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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有]“기쿠지로의 여름”, 내 인생의 마사오는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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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일
댓글 0건 조회 6,440회 작성일 13-05-01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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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쿠지로의 여름”

내 인생의 마사오는 누구일까…

(배경음악은 맨 아래에서 끌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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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를 처음 접한 계기는 인터넷도 아니었고 제목도 아니었다. 유명한 영화도 아니었고 우리나라에서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도 아닌 일본에서 1999년 개봉한 영화이다. 다만 나와 어머니께서 가장 좋아하는 피아노곡 중 하나인 Hisaishi Joe의 Summer가 Soundtrack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보게 된 영화였다. 영화 자체는 유명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들려오는 배경음악에서 친밀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노래의 작곡자가 누군지 몰라도 워낙 귀에 익은 노래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피아노 곡으로 접하게 된 영화지만 노래가 주는 감동만큼이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안 가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마사오는 처음 등장부터 눈이 약간 좌우로 쳐져서 딱 봐도 순하디 순한 순둥이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여름방학을 하루 앞둔 마사오는 방과후 집에 돌아와서 혼자 차려진 밥을 먹는다. 그리고 축구교실을 가지만 방학이라 쉰다는 말을 듣고 시무룩하게 다시 돌아온다. 저녁에 할머니께서 차려주신 수박 한 덩이를 앞에 두고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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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어디계신가요? 엄마는 어디계신가요?”

“아빠는 사고로 돌아가셨단다. 엄마는 저 멀리서 너를 위해서 일하고 계신단다. 그러니 열심히 공부하면 커서 어디든 혼자 갈수 있단다.”



할머니는 아침밥을 차려놓고 일을 나가시고 마사오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놀 친구들을 찾아 다니지만 여름방학을 맞아 친구들은 다들 가족끼리 떠나버렸다. 혼자 남겨진 마사오는 집에서 엄마의 사진을 발견하고 엄마를 찾으러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가자마자 동네 깡패들에게 돈을 빼앗긴다. 하지만 다행히도 평소 인사하며 지내는 동네 아주머니와 아저씨 덕에 돈을 다시 돌려받게 된다. 아주머니는 아저씨에게 마사오를 데리고 마사오 어머니를 찾아주고 오라고 한다. 믿음직한 아저씨였다면 좋았겠지만 이 아저씨는 등에 거대한 문신을 새긴 껄렁껄렁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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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아이와 함께 여행경비로 준 5만엔조차 경륜으로 다 날려버리고 심지어 마사오의 주머니에 있던 2천엔조차 도박에 걸어버린다. 이리 저리 사고 치며 돌아다니는 아저씨와 결국 겨우겨우 엄마의 집까지 가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본 엄마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하여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었다. 마사오는 엄마에게 가보지도 못하고 뒤돌아 서서 울고 만다. 그런 마사오를 보며 아저씨는 평생 말썽만 피우며 살던 모습에서 바뀌어서 아이에게 행복한 여름방학을 선사해주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축제에도 데려가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도 보내며 아이를 위해 노력하고 결국 아이는 그런 아저씨의 마음에 고마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며칠이 지나서 동네로 다시 돌아온 아저씨와 마사오는 매일 마주치던 길목에서 작별인사를 하는데 평소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을 불량배 아저씨의 입에서 “다음에 또 엄마 찾으러 가자. 건강해라. 꼬맹이! 할머니 잘 모셔!”라는 말이 나오며 아이를 친자식처럼 따뜻하게 안아준다. 돌아서서 집으로 가는 아저씨에게 마사오가 물어본다.

“아저씨! 아저씨는 이름은 뭐라고 불러야 해요?”
“기쿠지로다 임마! 어서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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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 오르고 다시 그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오며 집으로 뛰어가는 모습을 기쿠지로는 멍하니 바라보며 영화가 끝난다.

영화를 두 번째 보면서야 깨달았다.

영화의 제목에서 기쿠지로는 아이의 이름이 아니다.

제목에서 나온 기쿠지로가 누군지조차 생각하며 보지 않고 당연히 아이의 여름방학이니 아이의 이름이겠거니 하고 봤던 것이다. 아이와 아저씨 두 주인공 모두 서로 전혀 맞지 않을 사람들이지만 서로에게 멋진 여름방학을 선사해준 셈이다. 아이는 부모님 없이 우울하게 크던 어린 시절에 잊지 못할 추억을, 기쿠지로는 인간미 없이 살아온 인생에 마음 따뜻한 부성애를 느끼며 영화는 끝나게 된다.

사실 감독이자 주연 배우로 항상 출연하는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를 몇 개 보았지만 대부분 황당무계하거나 잔인한 영화들이었는데 (자토이치, 배틀로얄 등) 이번 영화는 마음 잔잔한 가족영화였을 뿐 아니라 감독이 지은 제목의 묘미가 가장 크게 다가왔던 것 같다. 누구나 ‘아이’의 이름일 것으로 생각했던 기쿠지로가 사실은 덜 성숙한 아저씨의 이름이었고 과연 누가 누구에게 좋은 여름을 선사해준 것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멋진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의 어머니를 찾아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덜 떨어진 인생을 되돌아보며 진정한 어른으로서의 성숙을 했다는 점에 있어서 보면 제목을 참 적절하고 멋있게 지었다고 생각했다.

누구나 자신의 인생을 똑바르게 인도해주거나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고 자각하게 해주는 조력자 같은 사람이 한 명쯤은 있기 마련이다. 선생님이 될 수도 있고 친구가 될 수도 있다. 영화에서처럼 52살의 기쿠지로에게는 부모님 없는 9살 마사오가 바로 그를 성숙한 어른으로 가게 해준 선생님인 것이다. 그게 누가 되었든 심지어 그것이 사람이 아닐지라도 각자의 인생을 잡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의지하며 살기 때문에 사람을 인간(人間)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예상치 못하게 間(서로 간)자의 의미를 기쿠지로의 여름에서 찾을 수 있어서 행복한 영화였다. 각자 자신의 인생에서 나를 지탱해주거나 참된 길로 인도해 주는 존재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라는 듯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런 존재가 평생 의지할 배우자, 그리고 내가 믿는 절대자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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