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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라피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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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문정훈
댓글 0건 조회 7,396회 작성일 13-03-04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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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그라피의 발명, 린 헌트

누구나 ‘음란한’ 그림이나 글 앞에서 불편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속으로는 한번쯤 눈길을 던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겉으로 그걸 표현해 내는 일은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런 기억의 주요 근원일진데, 왜 이런 상황이 연출되는 것일까? 왜 이런 물건들을 우리를 민망하게 만드는 것일까? 이것은 왜 만들어지고, 수입과 확산이 금지되는 것일까?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로, 음란물의 정의는 정확히 무엇이며 어떤 적용기준이 있는가?

누구나 가져봄 직한 이 의문에 대해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이 바로『포르노그라피의 발명』이다. 일반적으로 포르노그라피는 널리 인정되고 있는 기존 도덕이나 사회적 금기를 의도적으로 침해하면서 생식기나 성행위를 사실적인 형태로 기록하거나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정의된다. 그런데 우리가 지닌 일반적 통념과 달리 포르노그라피는 정치적 발생배경을 가져서 17,8세기 유럽에서는 일종의 정치비평이었다. 특히 계몽사상과 포르노그라피는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계몽사상가인 '디드로'도 포르노그라피를 썼고, 그로 인해 투옥되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들이 보여주듯, 많은 포르노그라피가 앙시앵레짐(프랑스혁명 이전의 제도)에 대한 공격을 위해 그려진 것이다. 성적 타락을 폭정이나 전제정치와 연관시키는 시각은 마리 앙투아네트와 1789년 이후 프랑스 궁정을 주도하던 다른 인물들을 공격하는 팜플렛에서 절정을 이룬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포르노그라피가 정치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주로 프랑스와 영국의 소설과 그림으로 보여준다. 또 계몽사상 고조기에 유독 포르노그라피가 생산되지 못했던 네덜란드를 들어 그런 연관성을 입증하고자 한다. 네덜란드는 당시 국제적인 출판의 중심지라는 여건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언론자유가 잘 보장되어 있고, 또 정치적 풍자할 대상이 없었다는 것이다. 프랑스혁명 이후 공격대상을 잃은 포르노그라피가 점차 비정치적인 모습을 지니게 된다는 분석도 흥미롭다.

서부유럽의 르네상스가 포르노그라피의 출현을 도왔으며, 인쇄술의 발전으로 대중화된 외설문화는 궁정정치와 귀족계급을 비판하는 자유사상의 수단으로 사용되었고, 계몽주의적 자연관에 기인한 일종의 성적 계몽사상의 발로이기도 했고, 점차 로크와 라 메트리의 유물론과 연계된다는 점이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얻게 되는 역사적 지식이다. 이 책의 관점에서 포르노그라피는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 예술가 진영과 성직자, 국가관리 진영사이의 충돌에 의해 규정된 “문화적 전투지대의 이름”이다.

포르노그라피의 발명사를 다룬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음란함’에도 여러 가지 질적 유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저질 외설이 아닌, 사상적 배경을 가진 음란함이 있다는 것, 그리고 새로운 세계관을 가지고 기존 터부에 도전했던 포르노그라피가 왜 단순한 외설물로 타락하게 되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정치비평을 그 뿌리로 하는 기존의 것과는 달리 단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데에 그 모든 힘을 쏟는 포르노그라피는 분명 외설물로 구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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