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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가는 인생을 거슬러 올라간다면...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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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일
댓글 0건 조회 6,399회 작성일 14-04-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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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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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소중하다.

일초, 일분, 한 시간이 지나면 되돌릴 수 없다.

누구나 지나간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않음을 알지만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보다는 무심하게 지나가버리고 다시 오는 ‘시간’에 익숙해진 나머지 아까워하지 않고 흘려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인류가 타임머신을 그토록 꿈꾸는 것은 지나간 로또 번호를 알아내기 위해도 아니고 상한가나 하한가를 기록한 주식의 급변시각을 알기 위해서도 아닌 지나간 과거의 젊음에 대한 욕망이 아니었을까.

이 책의 원 제목은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이다. 위대한 개츠비로 유명한 작가 Scott Fitzgerald가 집필한 책이며 단편 소설이다. 원 제목에서는 Curious하다고만 나와있지만 한국어로 번역되면서 그 Curious한 case가 바로 벤자민에게만 시간이 거꾸로 가는 상황임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동 제목의 영화로도 2009년에 개봉하였고 160분이 넘는 Running Time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마음 잔잔하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우연찮게 책을 구하여 읽어보았는데 영화로 보았던 그 잔잔한 표정과 인생의 애잔함이 눈 앞에 떠오르는 듯하여 읽으면서 내내 마음이 따뜻했던 책이었다.

제 1차 세계대전 말 즈음에 미국 New Orleans에서 아기가 태어났는데 그의 신체는 80세가 넘은 할아버지의 신체였다. 태어날때부터 관절염에 백내장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얼굴은 쭈글쭈글하다. 아버지는 벤자민을 노인요양원 앞에 버렸고 벤자민은 그곳에서 자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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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아이는 늙은 몸으로 태어나서 시간이 지나며 점점 젊어지고 보통 사람들이 늙으면서 꿈꾸던 젊음을 시간이 지날수록 꽃피우며 살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다웠던 아내는 점점 주름이 늘어가지만 벤자민의 몸에서는 점점 주름이 없어지며 20대 청년, 10대 소년, 그리고 갓난아기로 몸이 늙어간다. 결국에는 할머니가 된 아내의 품속에서 아기의 모습으로 인생을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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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비현실적이며 아무런 문맥적인 내용도 없이 그저 무작정 그런 아이가 태어나면서 영화/책은 시작되지만 작가의 집필 이유를 보게 되면 가슴이 숙연해지게 되었다. 작가는 이 소설집필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고 한다. "우리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은 맨 처음에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마크 트웨인의 말에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 벤자민의 인생은 최악의 순간에서 최고의 순간으로 흘러가지만 그의 아내 힐데가드는 최고의 순간에서 최악의 순간으로 흘러가며 인생을 사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 작품은 순리대로 흘러가는 삶, 시간, 그리고 죽음에 대해서 차근차근 보여주고 있다. 물론 벤자민 부부의 시간의 흐름은 반대방향이다. 평범하게 태어나고 희로애락을 거쳐서 인생의 최고의 순간인 젊음을 불사르며 결혼하여 아이를 낳고 세상에 치여 살며 자신의 몸의 한계를 향해 매 순간 달려가는 그 순간순간의 모습을 통하여 인생의 아름다움과 자연의 순리의 행복함을 그렇지 못한 벤자민의 인생을 통해 뚜렷하게 대조시켜주고 있다. 세월의 지식이 삶에 배어 인생의 발걸음을 묵직하게 내딛을수 있는 중년의 삶은 누가 봐도 성숙하고 기품있어 보이며 다들 그렇게 늙어가길 원한다. 하지만 동시에 과거의 젊었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늙어가는것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생각일 것이다. 젊은 날의 치기어린 삶, 그리고 세월이 주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묵직하지만 굳건한 삶은 분명 자연의 순리대로 모두 한번씩은 겪게 된다. 세월이 감에 탄식을 뱉으며 과거의 추억조각을 잡고 사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현재 살고 있는 순리대로의 삶, 그리고 다 각자 다른 높이의 인생의 허들을 헤쳐나가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의 행복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는 가슴 따뜻한 작품이었다.

영화속에서 벤자민은 죽기전에 아이의 모습을 가지고 치매를 앓으며 자기를 씻겨주는 늙은 할머니모습의 아내에게 이렇게 말한다.

"I have a feeling that there's a lot of things that I can't remember. The whole life I had, and I can't remember what it was".

아이의 모습을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벤자민을 바라보는 늙은 아내의 눈에는 애잔함이 느껴졌고 그 장면을 보며 자신이 살아온 길을 되돌아 볼 수 있는 노년의 삶 또한 매우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살아온 수십년을 되돌아 봤을때 자신이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인생의 어려움을 극복해왔는지 되돌아 볼 수 있는 능력이 내가 늙었을때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 수십년이 더 남았지만 지금 당장부터 살아가야할 인생이 엄숙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내는 괜찮다는 말로 그를 위로한다. "It's OK. It's OK to forget things."

늙음과 죽음, 인간 삶의 순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사람들, 또는 치열한 인생의 허들을 넘어가며 자신이 달리고 있는 길의 아름다움을 알아차리기 힘들어하는 현대인의 가슴을 적셔줄 따뜻한 체온을 지닌 작품이라고 느꼈으며 꼭 한번 영화로라도 보기를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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