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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의 배신 : Bright-Sid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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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5,775회 작성일 12-12-0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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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어느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를 가더라도 항상 1위를 놓치지 않았던 ‘시크릿’이라는 책이 있었다. 그 책에서 주장한 ‘끌어당김의 법칙’은 당신이 바라는 그대로 이루어진다는 논리를 펼쳤고 동시에 그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음을 피력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주술적인 면모가 엿보이는 이러한 사고방식을 많은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을 하게 된 배경에는 사회에 만연해있는 긍정주의에 있다.

미국의 한 유명 저널리스트가 자신의 경력이 호환되지 않는 세계에서 화이트칼라 구직 체험과 워킹 푸어 경험을 하면서 느낀 긍정주의의 이면을 면밀히 파헤친 <긍정의 배신>은, 한국에 뒤늦게 소개된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배신 3부작’ 마지막 책이다. 사실 책의 원제는 “Bright-Sided (밝은 면만 보는)”로 배신과는 거리가 멀지만, 사회적 고통을 긍정 마인드로 견뎌도 소용이 없는 세상을 드러낸다는 점에서는 꽤 잘 지은 제목이다.

긍정주의의 태동은 사회적으로 강요된 우울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칼뱅주의에서 비롯되었다. 동양철학의 성악설에 가까운 성향을 지닌 칼뱅주의는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반성과 노동을 강요하였고, 그러한 엄격한 교리 속에서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이러한 칼뱅주의 이후에 나타난 새로운 사고방식을 총칭해 신사상 (New thought) 또는 신사상 운동이라 부르며, 오늘날 우리들이 흔히 접할 수 있는 긍정적인 태도의 기원이 된다.

칼뱅주의에 대한 반발로 일어난 신사상 운동은 당시 불안한 사람을 위한 진정제, 심리적인 문제를 겪는 사람을 위한 치료제로써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에 와서 긍정적 사고는 모든 사람에게 부과된 의무가 되었다. 이는 긍정주의가 기업 속에 동기 유발 산업의 하나로 파고 들었기 때문이다. 고용주들에게는 긍정적 사고가 낙담의 늪을 벗어나 앞으로 나아가라는 권고가 아니라 직장에서 직원들의 통제를 위한 수단, 더 높은 실적을 내라고 들들 볶는 자극제로 쓸 수 있게 되었다. 동기 유발이 채찍으로 사용되면서 긍정적 사고는 순응적인 직원의 품질 보증서가 되었고,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회사의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미지로 비춰져 배제되었다.

1980년대 이후 다운사이징 국면에서 고용 사정이 악화됨에 따라 긍정주의는 고용주들의 좋은 핑계가 되기 시작했다. 다운사이징으로 정리 해고가 된 사람들에게 기업들은 정리해고의 원인을 사회나 회사의 불합리성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본인의 마음가짐이 초래한 결과라 말하고, 괴로움을 극복한 뒤 긍정적이면서 매력적인 태도로 바꾸면 꿈꾸는 직장을 다시 다닐 수 있을 거라고 말한다. 만연해 있는 긍정주의 속에서 사람들은 비판적인 시각,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하고 모든 원인과 해결방안을 나에게서 찾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 ‘모든 답은 내 안에 있다’는 말로 상시화된 자기 감시, 자기 최면의 합리화는 문제의 해결에 환경의 변화와 같은 다른 요소는 부차적인 것으로 과소평가해버리고, 오직 자기 자신만 변화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일관한다.

그래서 긍정주의에서 동기유발산업으로 탈바꿈하여 기업과 교회로 퍼져나간 긍정심리학은 기업 CEO, 교회 목사, 독재자와 같은 사회 지도층과 이해타산이 맞는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세상에 작용하는 원리를 굳이 양자물리학을 들먹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끼워 맞춰 이를 휘둘렀고, 결국은 기업과 금융계를 좀먹어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같은 일을 일으키거나 안보에 대한 주의 경고를 무시한 채 안일한 대처 끝에 911 테러와 같은 비극을 불러 일으켰다.

물론 그렇다고 비관주의가 칭찬을 받을만한 일은 아니다. 누구나 투덜대고 불평을 늘어놓는 사람보다는 ‘괜찮은’ 사람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맹목적 긍정주의도, 그리고 비관주의도 현실을 그대로 직시하지 못하고 환상 속에서 지내는 것뿐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맹목적 긍정/비관주의가 아닌 현실주의, 비판적 사고, 방어적 비관주의이다. 머리를 비우고 긍정 복음 1장을 외우고 있을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이 말만큼은 해주고 싶다.

“생각하기를 멈춘 사람은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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