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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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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동빈
댓글 0건 조회 1,093회 작성일 25-07-14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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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 ”

- 강준만 著 「한국 언론사」 를 읽고 -


 이 책은, 한국 언론의 태동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언론이 어떤 궤적을 걸어왔는지를 시대별로 정리한 책이다. 조선 말기 개화기의 신문 탄생부터 시작해 일제강점기를 지나, 해방 이후의 혼란기와 군부 독재 시기, 그리고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언론 환경 변화까지를 빠짐없이 다루고 있다. 특히 저자는 언론이 시대마다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정치권력과의 관계 속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왔는지 구체적 사건을 바탕으로 서술하고 있다. 신문과 방송, 통신, 그리고 지금의 가장 주된 언론 매체라고 할 수 있는 인터넷 미디어까지 한국 언론의 변화가 담담하게 정리되어 있어, 언론사라는 방대한 역사를 큰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다소 사소한 뉴스에서 비롯되었다. 얼마 전 대한민국 대통령실에서 기존 브리핑 시스템을 바꾸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전까지는 대변인 또는 정부 관계자만을 비추던 카메라가 이제는 기자들이 질문하는 장면까지 비추게 되었고, 질문을 던지는 기자의 얼굴과 말이 실시간으로 국민 앞에 공개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이 변화가 내게 큰 인상으로 남은 이유는 언론이라는 존재의 무게, 그리고 책임이라는 단어와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라는 직업은 말과 질문으로써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요즘 같은 때에는 특히, 대답을 듣지 못하더라도 그 질문 자체가 진실을 밝힐 수 있는 중요한 대답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말은, 그 질문은 어떤 무게를 지니고 있어야 하는가. 그 무게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방법이 이번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국 언론사」를 읽으며 새삼 떠올랐다. 한국 언론의 역사는 결코 깨끗하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매번 탁하지만은 않았다. 때로는 독재의 나팔수가 되기도 했고, 때로는 시대의 양심이 되기도 했다. 권력과 야합하며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순간도 있었고, 등불처럼 민심을 밝혀 세상을 바꿨던 순간도 있었다. 그런 굴곡진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결국 질문하게 된다. 언론은 지금 어디에 서 있어야 하며, 어떻게 스스로를 단련시켜야 하는가. 세상 앞에 얼굴을 드러낸 채 던지는 질문은 더 신중하고, 더 품위 있는 언어로 나아갈 수밖에 없다. 우리에게 있어 언론은 결국 말을 하는 사람들이며, 그 말은 단순한 소리의 발생, 정보의 전달을 넘어서 누군가의 인생을 흔들고, 때론 세상을 바꾸며, 더 나아가 한 시대를 고스란히 남기게 된다.

 

 우리는 우리가 책임지지 않아도 되는 순간에 가장 말이 많아지며 그다지 진중하지 못할 때가 많다. 그 다음은,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책임져야 할 순간이 생길 수도 있을 때 말이 적어지지만 그만큼 조금 더 신중해진다. 그리고, 내가 책임져야 할 말만 해야 하거나 책임져야만 하는 일을 마주할 때는 단 한 두 마디조차 쉽게 하지 못하고 그 말의 무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짐을 느낀다. 이런 생각이 많이 들어서인지, 요즘 나는 말이 좀 느리다. 예전 같았으면 거침없이 말로 풀어냈을 상황에서도 일부러 뜸을 들이거나 침묵함으로써, 앞으로 뱉을 말에 대한 시간을 벌고 있다. 말이 섣불러 감당하지 못할 책임을 지는 것보단, 말이 늦어 차라리 미숙해 보이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 때문이다. 뭐, 물론 생각이 짧았다고 무조건 말이 가벼워 지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길었다고 말이 스스로 품위를 갖추지는 않더라. 그만큼 꼭 시간이 신중함에 비례하지 않고, 신중함이 말의 무게에 비례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조금씩 내 말과 마음에 무게를 더해감에 있어 그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다. 모든 역사가 그래 왔듯이, 나에게도 말 한마디가 나의 삶을, 누군가의 인생을, 그리고 이 세상을 바꿀 순간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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