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장미와 나이프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김희태
댓글 0건 조회 1,404회 작성일 25-07-16 18:19

본문

추리소설의 매력은 첫 페이지부터 펼쳐지는 인물들의 정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복잡하고 미묘해지는 인물 간의 갈등,

그리고 작가가 곳곳에 심어둔 복선을 찾아내는 재미에 있다. 

사건이 전개될수록 독자는 마치 유명한 탐정이 된 것처럼 범인을 추리하게 되고, 마지막 해결 과정에서 자신의 추리가 맞아떨어지는 순간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쉽다'고 느껴질 수 있다. 

다른 추리 작가들과 비교했을 때 추리가 단순하고 트릭 또한 예측 가능한 경우가 많으니. 

범인의 동기가 유치하게 느껴지거나, 때로는 범인이 처음부터 대놓고 드러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함이야말로 게이고 작품만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나 같은 평범한 독자들도 쉽게 추리의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해주니까.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작이자 '탐정 클럽' 시리즈를 묶어 새롭게 펴낸 ‘장미와 나이프’는 그의 작품 세계의 초석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소설집의 가장 큰 매력은 소설의 진행이 탐정의 시선이 아닌, 사건을 의뢰하는 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이다. 

독자는 자연스럽게 의뢰인의 입장이 되어 사건의 전말을 추리하고, 수수께끼의 탐정 클럽의 활약을 통해 사건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각 단편은 사랑, 증오, 질투, 복수 등 인간의 가장 본능적인 감정들이 어떻게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대형 마트 사장의 죽음을 둘러싼 두뇌 싸움(위장의 밤), 계획된 욕실 감전사의 충격적인 진실 (덫의 내부) 등,

평범한 일상에 균열이 생기는 과정을 게이고 특유의 투박하지만 섬세하고 흥미로운 필체로 서술해 나간다.


우리가 추리소설을 읽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바로 마지막에 모든 진실이 밝혀질 때 느끼는 카타르시스일 것이다. 

다섯개의 단편을 읽으며, 마지막장을 덮는 순간. 복잡하게 얽혀 있던 실타래가 풀리고, 흩어져 있던 단서들이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질때, 

우리는 지적인 쾌감과 함께 안에 묵혀놨던 짜증나는 감정이 해소되는 걸 느끼게 된다. 

특히 앞에서 언급했듯, '쉬운' 소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이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라면 그의 초기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추리소설 입문자라면 장르적 재미와 깊이 있는 통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책이다. 

가끔씩 내 안에 짜증이 쌓이고 하는일도 잘 안될때, 이 책을 읽어보면 어떨까. 

우리가 현실에서 아무리 힘들고 지쳐도, 책 안의 세계에서는 누구보다 뛰어난 탐정이니까.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