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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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스위엔의 『당신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요』는 우리가 무심코 쓰고 있는 사회적 가면에 대해 성찰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우리가 타인과 마주할 때 쓰는 여러 가면이 때로는 관계를 원활히 하지만, 결국 진짜 자신을 잃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타인과 마주할 때 무심코 가면을 쓰곤 한다. 그러나 그 가면은 나를 보호하는 동시에 나를 가두기도 한다.” 라는 문장은 인정하기 싫은 불편한 진실이었다. 나 또한 연구실, 친구 관계, 연인 관계 그리고 가족 관계에서 서로 다른 색의 가면을 쓰며, 어떤 모습이 본래의 나인지를 서서히 잊어가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지난 여름에 있었던 한 장면이 떠올랐다. 휴가를 맞아 지친 몸과 마음을 요양하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 A 가 사는 부산으로 무턱대고 내려갔다. 친구 A 와 함께 광안리 해변에서 조개구이를 먹으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서로의 삶이 바빠 자주 보지 못하다 보니 만남이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해변가에 앉아 숯불 위에서 조개가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우리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웃으며 떠올렸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대화는 각자의 졸업 이후 삶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그 자리에서 나는 오랜만에 가면을 벗고 솔직한 내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그 친구 앞에서 나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연구가 뜻대로 풀리지 않아 느꼈던 무력감, 인간관계에서 겪은 지친 순간들을 숨김없이 털어놓았다. 친구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안고 있던 고민과 불안을 주고받으며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했다. 그 과정은 “진짜 관계는 서로의 약점을 드러내도 괜찮다고 느낄 때 시작된다.” 와 겹쳐졌다. 나는 대화를 하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속으로만 삭이고 있던 무거운 짐을 내려놓았고, 누군가 내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고 공감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광안리의 바닷 바람은 그날따라 유난히 상쾌하게 느껴졌다.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또 다른 구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고, 바꿀 수 없는 일은 그냥 그렇게 두면 된다. 벌어진 일은 그냥 받아들이고 현재에 집중하라” 라는 문장이었다. 연구를 하면서도, 또 인간관계 속에서도 나는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에 집착하며 스스로를 힘들게 했던 적이 많다. 결과가 예상처럼 나오지 않을 때, 다른 사람의 마음을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없을 때, 나는 자꾸만 좌절하거나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곤 했다. 하지만 저자의 이 문장을 읽으며, 바꿀 수 없는 것을 억지로 붙잡는 대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더 건강한 태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불가능한 것을 바꾸려 애쓰지 않고, 지금 여기에서 나 자신을 솔직히 드러내는 순간에야 비로소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인생이 가면 무도회라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내 진짜 얼굴을 드러낸 채 참석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웠다."
-프란츠 카프카-
책을 덮으며 나는 앞으로의 삶에서 어떤 가면을 쓸지보다, 언제 어떤 순간에 그 가면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를 더 고민하게 되었다. 종국엔 카프카처럼 가면을 내려놓은 것이 후회될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내가 애정하고 신뢰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가면 없이 나 자신으로 존재하고 싶다. 광안리에서 친구와 나눴던 대화처럼, 허심탄회한 순간들이 내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당신은 어떤 가면을 쓰고 있나요』는 내게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동시에 그 가면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와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일깨워준 책이었다. 이제는 바꿀 수 없는 것에 얽매이지 않고, 현재에 충실하며 진짜 나를 지켜내는 삶을 살아가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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