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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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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택용
댓글 0건 조회 6,079회 작성일 12-09-30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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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서른을 앞둔 나는 철이 덜 들었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르겠지만 따뜻함이 더 느껴지기 때문인지 아직 ‘어머니’ 보다는 ‘엄마’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런 내게 ‘엄마’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만으로 그 친근함과 따뜻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는지 절로 책에 손이 간 것은 아닐까. 하지만 ‘잘가요’라는 앞의 말은 이별, 아쉬움, 애잔함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이는 등단한지 41년만에 작가가 말하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섬세한 기록을 통해 그에 대한 그리움과 후회를 가지고 세상의 모든 자식을 대신해 띄우는 편지이기 때문이다.


한 평생, 무겁고 가혹한 삶에 억눌려 살아온 사람이 명줄만은 질기게 길어 아흔 네 해를 살다 간 주인공의 엄마. 그 긴 세월을 자식한테 행여 누가 될까 뒷전에서 숨죽여 바라보며 가슴 속 응어리마저 삭히며 살아온 세월은 얼룩진 누더기처럼 힘겨웠다. 그 엄마가 결국 한 줌의 먼지로 날아가지도 못하고 자식의 바짓가랑이와 구두 위로 내려앉을 때, 세상의 모든 엄마의 마지막이 다 그렇지 않을까 한다. 주인공은 어느 날 새벽에 어머니의 죽음을 알리는 배다른 아우의 전화를 받는다. 고향을 떠나 살면서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현재까지도 버리지 못한 주인공에게 뒤늦게야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있던 어머니에 대한 애잔함과 미안함이 밀물처럼 들어온다. 아무렇지도 않게 떠나신 어머니를 아무렇게나 떠나보낼 수 없는 작가는 자신을 희생하며 우리를 키워낸 세상의 모든 어머니, 미련하고 바보 같은 어머니의 모습을 세밀히 그려낸다.


책속의 엄마는 자신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아온 아들에게 미안해서 결코 마음을 드러내 놓고 한마디 하지 못한다. 그러나 아들은 여태껏 엄마에 대한 원망으로 엄마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 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자식 노릇마저 제대로 한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곁에 있는 아들보다 멀리 있는 주인공을 그리워하는 엄마. 엄마에게는 열손가락 중 주인공이 유달리 아픈 손가락이었음에 틀림없다. 주인공에겐 고약같이 멍울진 체온의 기억으로 남아 있는 엄마,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신비한 체온을 가진 엄마가 떠난 어느 날 문득, 주인공은 마음 속 고향처럼 밀려오는 그리움과 허전함을 느낀다. 고향을 떠나며 터득했다고 자부했었던 사랑, 맹세, 배려, 겸손과 같은 눈부신 형용과 고결한 수사 들은 속임수와 허물을 은폐하기 위한 허세에 불과하였으며 자신의 생에 진정 부끄러움을 두지 않는, 가슴속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말은 ‘엄마’ 그 한마디뿐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소설의 엄마는 죄 없이 평생 자신을 희생하며 자식을 키워낸 우리들의 엄마의 모습이다. 평생을 등 한번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로 힘든 삶을 살았지만 한 번도 삶의 행복을 느끼지 못한 우리네 엄마의 모습이 떠오를 때쯤이면 코끝이 찡해져 간다. 고단하고 숨가쁜 삶속과 가슴 찢어지는 아픔 속에서도 엄마는 언제나 더 큰 품으로 끌어안으시는 모습을 보여주셨다. 굴곡진 삶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러지는 자신의 인생속에서 자식을 끝끝내 지켜내고 사랑했었던 그 마음을 작가는 마지막 먼지가 되어 자신을 감싸는 어머니의 손자락을 바람을 통해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보통 책을 덮으면 보이는 표지의 결이 다른 책과 크게 다를 게 없지만, 유달리 이 책의 결은 엄마의 주름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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