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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학원, 리더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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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일
댓글 0건 조회 5,484회 작성일 12-10-31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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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윤학원, 리더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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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기(Biography)류의 책을 즐겨 읽진 않는다. 어릴 때 읽던 세종대왕, 이순신장군 등 유명한 사람들의 위인전들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점은 그 사람의 인생이 성공적이었다는 내용을 알려줄 뿐 그 사람의 인생은 그 사람의 인생이며 그들에게 찾아왔던 같은 기회가 나에게도 같은 형태로 찾아오지는 않기 때문이다. 처한 환경도 다르며 모든 것이 상이한 생활 중에서 내가 그들이 찾았던 성공의 열쇠를 같은 형태로 찾으리란 naive한 기대보다는 간략한 self-motivation정도를 얻는다고 보는 것이 더 맞아 보인다. 그들 인생의 교훈점을 찾아서 내 인생에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가 결국엔 범람하는 자기계발서의 메시지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매우 익숙한 이름이 있었고 이분에 대한 책이 전기형식으로 나왔다는 사실이 신기해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윤학원지휘자는 어릴 때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던 분이었다. 영락교회 주일 2부 예배 시온성가대의 지휘자셨고 최근까지 거의 38여년 동안 지휘하셨던 분이셨다. 본당 예배만 들어가면 꾸벅꾸벅 졸던 내가 왜 이렇게 대학교 입학 후로는 계속 영락교회 주일 예배, 그것도 오전 9시반 2부예배에 그리 큰 마음의 울림을 받아왔을까 생각해보면 윤학원 장로님께서 이끄시는 시온성가대의 영향이 매우 컸음을 몇 달 전에 깨달았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우연찮게 읽게 되었고 평소 생각해 오던 몇 가지 간단하지만 조금은 철학적인 '삶의 방향'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기에 이를 글로 남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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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자체는 인터뷰 형식으로 윤학원 지휘자와 문답을 진행한 내용이었다. 그의 50년 지휘 인생의 여러 에피소드와 일에 대한 열정, 그리고 그에게 최근 대중적 인기를 가져다 준 KBS ‘남자의 자격’프로그램에서의 청춘 합창단 이야기가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음악선생님께서 노래를 잘 한다며 시범창을 시키신 이야기, 인천공고 응용화학과를 나오면서도 밴드부에서 음악적 꿈을 키워온 이야기 등 그가 지금의 위치에 있기까지 거쳐온 다양한 경험들을 서술 하고 있었다. 사실 이런 내용은 일반적인 유명한 지휘자라면 거쳐갔을 법한 일반인들에겐 비범하지만 그들에게는 평범한 에피소드들이었다. 하지만 윤학원지휘자에 대한 다른 인터뷰들을 찾아보면서 그가 한 이야기가 내 생각의 물꼬를 터주었다. 네이버에서 진행한 문화예술인 인터뷰 질문 중 “솔로몬 왕의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고 하시는데 왜 그러시느냐” 라는 질문이 있었다. 그의 대답은 쉬웠지만 막상 삶에서 쉽게 행동에 옮기지 못하는 답이었다. 살면서 거치는 많은 것들이 시간이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시시때때로 무언가에 필요 없이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 하면서 살려고 한다는 대답이었다. 물론 합창을 열심히 지휘하겠다는 집착은 해야 하지만 1등을 하려고 집착하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 솔로몬의 구절을 통해 삶의 여유를 가지며 살리라는 대답이다. 물론 솔로몬 왕의 헛되고 헛되다라는 구절은 그의 말처럼 집착을 버리고 삶에서 여유를 조금 갖자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사실 굉장히 철학적이고 종교적인 내용이다.

내가 생각을 깊게 해보았던 부분은 이런 종교적인 내용은 아니었다. 집착이라는 단어에서 시작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것저것으로 머리 속에서 복잡하게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살면서 개인적으로 가지게 되는 집착들과 의식적으로 그것에서 벗어나서 여유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최근 들어 수도 없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집착 없는 삶이라고 하면 얼마나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어떻게 보면 집착이란 것이 인생의 큰 흐름을 한 방향으로 꾸준히 몰아가주는 큰 해류 같은 존재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윤학원 지휘자가 말하는 합창이라는 전공에 대한 열의를 ‘집착’이라고 굳이 표현한다면 내가 현재 가고 있는 길에 대한 좋은 집착은 삶을 조금 피곤하게는 할 수 있겠지만 내 인생을 임의로 표류하게 하지 않고 일정한 방향으로 밀어주는 순풍의 역할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윤준보 교수님의 연구논문작성법이라는 수업에서 인생의 Goal을 향해 Electric Field가 걸려 있다면 Random한 움직임이 이곳 저곳 scattering되면서 부딪히긴 하지만 결국엔 effective하게 Goal의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는 비유가 겹쳐서 떠올랐다.

사소한 것에 집착을 하며 힘들게 지내고 난 후, 되돌아 보면 별 거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를 하는 경험은 누구에게나 다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수도 없이 겪는 일이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손에 핏줄을 세우며 세게 움켜쥐고 있던 미련을 놓아버리고 나서야 그 사소한 것의 덧없음을 깨닫곤 한다. 앞에서 먼저 말한 집착과는 다른, 말 그대로 ‘부정적인 집착’의 경우가 그렇다. 이런 생각을 조용히 하다 보면 항상 고민은 하지만 결론은 쉽지 않은 질문에 다다른다.
“그렇다면 좋은 집착과 사소한 집착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답을 내리기엔 너무나도 철학적이기도 하고 마치 자기계발서의 진부한 페이지를 보는듯하기도 하다. 어떤 고민을 하면서 힘든 시기를 지내고 있을 때는 이 사안이 좋은 집착인지 필요 없는 집착인지 전혀 알 수도 없고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주변에서는 각자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경험에 기초하여 조언을 해주고 나는 곧잘 그런 조언들을 되뇌여 본다. 하지만 그 구분의 경계는 결국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후회를 하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귀납적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 후회할만한 선택을 했었다면 그 일련의 과정 또한 내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올 선택의 기로에서 참고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면 되는 것이다. 내가 처한 상황에서는 내 주변에 쳐진 울타리 너머를 보기가 항상 쉽지만은 않다. 그래서 더 선택이 힘들기도 하다. 하지만 내 선택에 대해서 내가 책임을 충분히 지며 한 방향을 향한다면 나중에 되돌아 보았을 때 내 삶이 후회로만 가득한 선택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후회가 있더라도 좋은 경험이었노라 말하며 한 발짝 더 전진 할 수 있다면 더 이상 그 후회는 내 인생의 마이너스는 아니리라 믿는다.

후회 없이 완벽한 삶을 살려고 모든 조건을 재가며 집착하는 것보다 내가 지금 하지 못하면 다시는 하기 힘든 좋은 기회들을 자각하지 못해서 떠나 보내고 있는 것은 없는지 차근차근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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