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 마이클 샌델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문정훈
댓글 0건 조회 5,808회 작성일 12-11-02 10:13

본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어릴 적 도덕 수업 시간에 돈의 가치를 어느 정도로 매길 것이냐는 주제로 토론했었던 기억이 얼핏 난다. 물론 그 당시에 팽배해 있던 주입식 교육 방식에 기인해 선생님이 미리 정해놓은 결론을 향해 마치 흐르는 강에 몸을 맡기듯 토론이 진행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흐릿하지만, 미리 정해져 있던 그 결론은 “비록 자유 경제주의로 돈의 중요성이 강조 되었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였던 것 같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약 20여년의 시간을 살아오는 동안 아쉽게도 돈이 살 수 없는 것에 대한 사례를 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현실과 동떨어진 우리 세대 교육의 문제인 것일까? 아니면 이상과 동 떨어진 현실이 문제인 것일까? 이에 대한 고민은 비단 우리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었나 보다. 과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저서로 전세계 독자들에게 도덕의 의미를 되새겨 주었던 마이클 샌델은 이 책을 통해 앞서 이야기 했던 돈의 역할과 사용 범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시장이라는 천칭 저울의 한쪽 팔에 금 한 돈을 올렸을 때 그 반대쪽 팔에 올릴 수 없는 후보 목록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저자는 공공성, 윤리, 도덕, 헌신, 의식, 교육, 생명, 진정성, 선의, 자연 및 그 구성원 등이 그것이라 말한다. 얼핏 당연히 비교대상이 안될 것 같은 이 가치들은 미국내에서 신자유주의가 등장한 이후부터 그 신자유주의의 반성 및 개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지금까지 시장에 의해 때로는 조금씩, 때로는 적극적으로 잠식되어 왔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 나라의 경우, 신자유주의의 팽배와 동시에 과거 IMF를 거치면서 돈의 영향력이 커지는 속도가 더욱 도드라지는 경향을 보인다. 요즈음 TV에서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나 일일연속극에서는 돈이 결혼 상대나 친구의 선택을 넘어 개인의 인성, 범죄에 까지도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데, 시청자들의 공감을 통해 높은 시청률을 끌어내어야 하는 이들 매스미디어의 특성을 감안 해보면 돈의 영향력에 확장이 미국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된다.

드라마에서만 묘사되는 이런 씁쓸한 일은 의외로 주위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일례를 들어 보면, 요즘 미혼 여성이 결혼 상대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가 “연봉”이라고 한다. 두 번째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는 “집안”이다. “돈”과 관련된 이 두 요소를 인생 설계에서 가장 큰 일 중 하나인 결혼에서 짚는 것은 여자들이 느끼는 돈의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나아가서는, 당당하게 돈을 밝히는 이들에 대한 시선이 매섭지 않다는 것 또한 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common sense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정착한 것이다. 이렇게 야금야금 파고 들어온 이 이념은 나이 드신 부모를 일정 수준의 돈을 드리면 어린 자식을 돌봐 줄 보모로 만들었고 자식을 이런 저런 사교육에 보내면서 언젠가는 투자한 만큼 이상의 수익을 얻게 될 거라 믿는 상품으로 만들었으며 연말 고과의 끄트머리를 잡고 대롱대롱 거리는 사람은 조직의 구조를 약하게 만드는 레고블럭으로 여겨져 교체되거나 폐기되기 십상이며 남들은 하나씩은 다 가지고 있는 명품백을 자기는 생일에도 선물 받지 못한다며 부인은 남편의 자격에 실격점을 준다. 이런 단면은 어느덧 당연한 듯 우리의 일상이 되어가는 현실을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경고하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는 저서에서 다양한 사례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돌파구를 제시하지는 않는다. 문제인식에 따른 판단과 실천의 영역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놓고 말이다. 열린 토론식 수업으로 강의를 진행하는 저자의 스타일이 책에도 그대로 묻어 있는 듯 하다. 사실, common sense의 옳고 그름을 명확히 힘들다. 그저 많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면 그걸로 우리를 대표하는 패러다임으로 정착해 버리는 것이지 누가 이래라 저래라 해서 바뀌거나 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만약 어떤 패러다임이 잘못 되었다면, 대중의 자각을 통한 능동적인 공감대 형성이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독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돈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를 환기시키는 저자의 접근 방법은 아주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신 자유주의의 팽배와 IMF로 우리 곁에 새롭게 자리매김한 돈의 정체성에 대해 아쉬움을 가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이 패러다임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생기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 책에서 저자가 독자에게 토론을 독려하기 위해 던진 글귀로 이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한다.

" 우리는 반대에 부딪힐까 두려워서 자신의 도덕적•정신적 확신을 공공의 장에 내보이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맞서지 않고 뒷걸음질 친다고 해서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시장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게 되는 셈이다. [중략] 시장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관행과 재화의 의미에 관해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숙고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재화의 의미에 관해 논쟁하는 것을 넘어, 좀 더 큰 의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본문 274~275P 중에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