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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성장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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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536회 작성일 14-04-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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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문명의 요람이자 민주주의 발상지로 수많은 신화를 간직한 나라 그리스. 요즘 세계 경제는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비롯한 유로존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초미의 관심사다. 2001년 유로존 회원국이 된 그리스는 당시 낮은 금리로 빌린 해외 자금을 이미 비대해진 공공 기관을 유지하는데 투자했다. 많은 공적 자금이 투입되자 경기는 활황을 구가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빚으로 이룬 성장의 함정이었다. 위기가 닥치는 순간 거품처럼 경기는 순식간에 붕괴되었고 이는 전세계적인 경제 불황으로 옮겨 붙을 수 있는 도화선이 되기 충분했다.

얼마 전 SBS에서 방송된 스페셜 ‘세 나라의 성장 교향곡, 착한 성장의 조건’은 유럽의 세 나라인 그리스, 이탈리아, 그리고 독일의 서로 다른 경제 사회적 상황을 짚어보고, 그들의 문제점에 빗대어 우리 나라의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몇 달 전에도 KBS에서 기획된 유럽 재정위기 관련 다큐멘터리를 봤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대안 제시와 해법을 새롭게 모색한다는 점에서 제법 흥미로움을 주기에 충분했다. 방송을 보면 그리스, 이탈리아 일반 시민들의 생활고를 과감 없이 보여주어 평소 뉴스와 신문을 통해 전해들은 것 이상으로 그들의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절감할 수 있었다.

현재 그리스는 26퍼센트에 이르는 살인적인 실업률로 사실상 국가부도와 다름이 없는 상황에 처해있다. 유럽연합은 구제 금용의 대가로 그리스에 긴축재정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그리스 정부가 임금을 삭감하고 인력을 감축하려고 하자 시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연일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또한 국가로부터 수혜 받던 개인연금마저 대폭 삭감되면서 노인층에서의 불만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임금과 연금삭감으로 생겨난 불만은 기득권층에 대한 분노로 이어지게 되었고 정부와 국민을 이어주던 믿음의 끈은 잘려나가게 되었다.

한때 그리스 경제 파탄의 원흉으로 과도한 복지 정책이 지목되기도 했지만 사실 문제는 투명하지 못한 정부에 있다고 방송은 지목한다. 정치인과 기득권층의 고질적인 탈세와 부정부패 문제가 국가 부채를 가중시킨 큰 원인이 된 것이다. GDP 대비 25%가 넘는 지하경제 규모 또한 위기의 원인이 정치인 및 정부 관료의 도덕적 타락에서 비롯되었음을 얘기하는 반증이 된다. 결국 제 할 일을 하지 않은 정부는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내지 못했다.

서방 선진 7개국. 이른바 G7 중 한 나라인 이탈리아는 섬유, 자동차등의 제조업과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패션사업으로 숨가쁘게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한때 세계 8위의 경제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일자리가 사라졌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123%에 이르고 청년 실업률은 36.2%에 달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경제 위기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도 그리스와 마찬가지로 정치인들의 부정부패를 들고 있다. OECD 국가지표 비교를 봐도 그리스를 상회하는 지하경제 규모와 부정부패 지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위기가 닥치자 계층간 지역간 양극화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매년 4만명이 넘는 고학력자들이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떠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서울대 사회 발전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의료비 부담과 경제곤란 등의 점수를 토대로 그리스와 이탈리와아 비교해 보면 우리도 결코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고 한다. 특히나 주목할 만한 점은 우리나라가 투명성이 현저하게 낮은 저 신뢰 사회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현 정치권과 정부에 대한 절대적인 불신은 현재 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을 크게 하고 있다.

방송을 보면 위기에 빠지느냐 그렇지 않느냐 국가들이 이것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단순히 크게 두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고 한다. 하나는 공적 사회 지출을 얼마나 많이 하느냐 그리고 다른 하나는 신뢰나 투명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사회냐로 압축된다. 특히나 신뢰나 투명성이 없는 상태에서 공적 사회 지출이 늘어나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위기에 빠지게 될 수 있음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유럽의 경제 위기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 구도를 달리고 있는 독일의 경우 우리와 삶의 질 수준 등을 비교해 보면 그 격차는 더욱 커진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위기를 잘 이겨낸 독일 경제는 현재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는 다른 유로존 국가들과는 달리 1% 대의 견실한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과연 성장과 복지 두 가지를 동시에 이루어내는 저력은 과연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독일 정부는 모든 경제인구가 직업을 갖도록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래서 직업 훈련에 많은 투자를 하고 많은 경제 인구가 납세자가 되도록 하여 많은 세수를 확보한다. 그렇게 확보된 세금은 사회 공적 자본으로 투명하게 사용된다. 노동 시장 활성화는 국가 경쟁력을 키우고 일을 통해 국민이 낸 세금은 다시 복지혜택으로 돌아가는 경제 선 순환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일할 능력이 있는 여성에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은 독일의 노동시장 정책에 주요한 관심사이다. 전문적인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는 사내 보육원과 적극적인 재택근무제도는 고급 여성 인력을 활용해서 산업 경쟁력을 높이려는 독일 사회의 고민을 반영한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위한 이른바 가족친화정책. 그리고 개인에게는 삶의 여유를 주고 회사는 경쟁력을 높이는 공존의 방식. 그 바탕에는 합의와 신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위기에 빠지느냐 그렇지 않고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 하느냐를 결정짓는 것이 신뢰와 투명성의 문제고 결국 변화하는 환경에서 위기에 빠지지 않고 적응하기 위해서는 신뢰 수준을 높이고 적극적인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방송은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와 신뢰에 기반하여 국가 정책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만으로 과연 현재 우리나라가 겪는 경제와 사회 위기를 근본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까? 사회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인 것은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한 일자리 창출과 여성을 비롯한 경제 활동 가능 인구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예컨대 포퓰리즘에 편승하여 저소득층에게 무조건 나눠주는 수동적 복지 정책에서 벗어나 국민들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노동을 통해 그들이 성취감을 맛볼 수 있도록 해주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복지 정책으로의 이행 말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사회 저변에 팽배한 불신의 벽이 걷히고 신뢰와 소통의 선 순환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복지 확대 속에서도 경제 성장을 이뤄내는 착한 성장의 기본은 국가와 국민 사이에 만들어지는 신뢰에 기반한다. 하지만 그 신뢰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기득권층과 정치권력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위기를 맞아 좌초하는 그리스와 이탈리아. 위기를 이겨내고 성장을 일궈내는 독일. 다가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위기와 성장의 갈림길에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나라에게 절실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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