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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중국 가난한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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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윤상
댓글 0건 조회 6,230회 작성일 12-09-05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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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국제 외교 관계에 있어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세 나라를 꼽으라면 미국, 일본, 중국일 것이다. 이들 나라 중 자본주의(혹은 자유주의)를 채택하지 않은 중국만이 일반 국민들이 느끼기에 가장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알다시피 중국의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2010년 기준으로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 2천억 달러, 그 중 미국 국채 보유액은 1조 2천억 달러에 달한다. 게다가 매년 8% 이상의 초고속 경제성장률은 마치 고속도로에서 300km/h 로 질주하는 덤프트럭을 연상케 한다. 이렇게 커진 경제력만큼 중국은 세계에서 점점 더 센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 중국은 100여년 전에도 아시아에서는 대국이었다. 하지만 유럽 열강의 힘에 굴복한 근현대사 때문에 우리나라 이상으로 그들의 애국주의는 대단하다. 이 때문에 중국내에서 자국을 비판하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중국 정부의 심한 단속 및 검열 때문에 주변국인 우리나라에서조차 중국 내 경제상황이나 정치상황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한다. 이 점에서 중국 출신의 랑센핑 교수의 지적은 어느 누구보다 현재의 중국 경제가 처한 상황과 그 원인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그는 그의 조국의 중국의 미래에 대해 주로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기에 세계는 그를 뛰어난 경제학자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중국정부는 그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책에는 크게 5가지(작게는 15개의 세부) 항목을 주제로 현재의 중국이 처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문제점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라는 부유하지만, 정작 중국인 개개인은 가난하다는 점이다. 세계 각국의 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을 살펴보면 중국은 고작 37%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높은 미국이나 멕시코가 70%가 넘는 것을 보면 결국 중국은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럽, 일본은 50% 이상이고, 우리나라와 호주가 45% 이상이다.) 이처럼 민간소비가 GDP 대비 작게 되는 원인은 2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민간소비량의 가능치가 애당초 작은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소비하는 대신 저축량이 커서 상대적으로 작게 나온 것이다. 후자라면 오히려 중국인들은 아주 알뜰하게 저축 많이 하면서 소비를 자제하는 풍토여서 잠재적인 경제힘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지난 5년간 중국의 8대 도시 가계 저축률이 26%에서 12% 수준까지 떨어진 것을 보면 GDP 대비 민간소비 비율이 작은 것은 절대적은 소비 가능 수치가 작기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중국인 개개인들은 가난하다는 것이다. 매년 10%가 넘은 GDP 성장은 결국 중국 정부의 힘을 키워주고 있지만, 정작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으면서 국민 개개인은 여전히 가난한 생활을 하고 있다. 커진 중국 정부의 힘은 결국 소수의 권력자들에 귀속되기 때문에 소수의 권력자들의 재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반면 국민 개개인은 여전히 가난한 생활을 하게 됨으로써 빈부격차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결국 중국 관계 당국은 임금 현실화라는 명분하에 2010년에만 하더라도 평균 20% 정도의 임금 인상을 허용했지만, 여전히 일반 국민들은 가난하다. 하지만, 여기서 저자는 중국인과 중국기업이 제대로 보수를 받을 수 없다고 얘기하면서 그 원인으로는 미국과 같이 판매결정권을 가진 선진국 업체들이 가격을 후려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또 30년 전 중국이 막 개혁개방을 시작했을 때 이미 미국과 유럽이 치밀한 전력을 세웠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도 제기한다. 역시나 랑센핑 교수 또한 애국심 가득한(?) 중국인 이기에 이와 같은 결론을 내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 내 독자를 의식한 의견인지 불확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정책 실패를 언급하지 않은 점은 그의 주장의 신빙성을 낮추는 결과를 가져왔다.

위의 문제는 비단 중국만이 겪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GDP 성장과 여러 경제지표 및 대외무역지수 흑자라는 좋은 경제지표들은 뉴스에서 자주 듣곤 하지만,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전혀 그렇지 않다. (얼마전 발표된 물가지수 1.2% 상승의 뉴스는 내 주변을 포함에 어느 누구도 믿지 않는다.) 벌어들이는 임금 소득은 전과 별반 차이가 없는데 물가만 오르기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대기업 위주의 수출 주도형 국가이기에 내수시장이 작아서 상대적으로 소비력이 약하기 때문인데, 소비력이 약하다는 점에서는 중국과 상통한다.

저자가 지적하는 또 다른 문제점이라면 최근 중국 젊은이들의 세태변화가 있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가난을 비웃고 물질만 추구하는 이른바 ‘영혼없는 물질만능주의 의식’이 팽배하다는 것이다. 돈만 아는 세태,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으로 성공에 올인하는 모습은 중국의 젊은이나 우리나라의 젊은이나 그다지 다르지 않다. 중국의 TV 프로그램처럼 백만장자가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우라나라 연예 프로그램도 외모 지상주의, 스펙과 학벌, 경제력 등이 사람을 평가하는 모든 요소로 묘사하는 것은 중국 못지 않게 심각하다. 하지만, 이러한 세태변화에 대한 해결책은 저자가 제시해주고 있지 못하다. 사회 전체가 바라는 가치가 변화해야만 바뀔 수 있는 것이기에 사회정책 상의 문제가 동반되어야 해결 가능하지만, 중국 내부의 정치상황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끝으로, 중국의 개인들만 가난한 것이 아니다. 중국의 기업 또한 개인만큼이나 가난하다. 팍스콘의 비극으로 알려진 사건은 중국 기업의 현실을 대변하고 있다. 팍스콘은 애플의 주요 제품들의 부품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OEM 업체이다. 지난 2010년 여기 근로자 13명이 연달아 투신자살 하여 화제가 되었는데, 그 이유는 표면적으로 팍스콘의 군대식 경영이었지만, 배후는 애플이라는 점이다. 인건비를 쥐어짜서 폭리를 취하려는 애플의 가격정책 덕분에 팍스콘 근로자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받지 못하고 기계처럼 혹사당했고 이를 이기지 못해 자살한 것이다. 과장된 얘기인지 모르겠지만, 생산라인의 일부 직원은 부품이 땅바닥에 떨어지는 것이 소원이라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떨어진 부품을 줍기 위해 잠시나마 허리를 구부릴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 기업은 판매결정권을 가진 선진국 업체들 사이에서 불행한 선택을 할 수 밖에 없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국 정부의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중국 정부는 이러한 사건이 생길 때 마다 관련자들의 처벌만 할 뿐 그 후속 대책을 세우지 않기에 지금 이 시간의 중국 기업 및 중국인들은 여전히 가난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가졌던 중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궁금증은 충분히 해결하였지만, 정작 우리나라 경제와의 강한 연관성은 찾지 못하였다. 비슷한 경제문제를 가진 것 같으면서도 그 근본적인 원인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이는 중국과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이념의 차이에서 주로 왔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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