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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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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천용
댓글 0건 조회 5,779회 작성일 12-10-01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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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선물을 주거나 받는 것에 인색한 나는, 특히나 더 싫어하는 선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책 선물이다. 누군가는 ‘책’을 ‘만원이 줄 수 있는 최고의 행복’이라 했던가. 그런 생각에도 어느 정도 납득은 가지만 적어도 나의 경우엔 다른 이야기인 것 같다. 책 선물을 싫어하는 이유는, 새로운 숙제거리가 생겨난 느낌이 들어서이기도 하지만, 독서를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 책을 선물해주는 사람을 보며, ‘나를 아는 사람이 이런 걸 선물해?’ 라는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다. 특히나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 나에게서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은 책이었는데, 그 이유는 책의 제목에 있었다. 내가 얼마나 남의 얘기를 잘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길래, ‘경청’이란 책을 선물해줬단 말인가!

주인공 이토벤은 별거 중인 아내와 발달장애인 아들을 둔 중년 남성이다. 현악기 제조회사의 홍보팀 과장인 이토벤은 베토벤처럼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유달리 자기 주장이 강하다 하여 별명이 ‘이토벤’이 되었다. 이토벤은 회사가 경기불황속에서 구조조정을 통하여 대리점 개설권을 받는 조건으로 자진퇴사를 하게 된다. 새 출발을 다짐하여 대리점 오픈을 준비하던 중 이토벤은 점차 귀가 안들리게 되고 생명까지 잃게 되는 불치의 판정을 받게 된다.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하지만 이대로 생을 마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고 생의 마지막으로 아들에게 무언가를 남겨주고 싶다는 결심을 하고 바이올린 치료교육을 받고 있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남은 시간 동안 바이올린을 직접 만들어 주기로 결심한다. 바이올린 제작법을 배우고 만들어가는 과정 가운데 만나게 된 구박사로부터 ‘경청’의 소중함과 그 동안 자신이 얼마나 남의 말이나 주위 것들에 귀기울이 않아 왔는지 깨닫게 되고 자신이 변화 되고 뿐만 아니라 자신이 몸담고 있는 팀과 회사 전체에까지 선한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다.

남의 말엔 전혀 귀 기울이지 않던 이토벤이 갑자기 너무 드라마틱하게 순한 양으로 돌변하는 데서 오는 어색함과 뻔한 스토리 전개가 아쉽기는 했지만 나름대로 전해지는 메시지는 있었다. 핵가족화와 바삐 돌아가는 일상으로 인한 가족 간의 대화의 단절.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문화의 감소와 더욱 팽배해지는 개인주의. 요즘 들어 급증한 우울증 환자들과 정신질환들. 실로 대화가 줄어들고 그로 인한 많은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는 요즈음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건강한 대화의 부재로 인해 외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솔직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토로하고 이해 받아 본 경험이 적은 사람들은 상처 받을까 두려워서 자신의 속마음을 잘 털어놓지 못한 채 마음에도 없는 말들을 털어놓기 부지기수다. 이해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은 적다. 인정받고 싶은데 인정해주는 사람은 적다. 이러한 필요의 불균형이 어그러진 사회를 만들고 있다.

이토벤은 몸의 귀는 점점 어두워져 가고 불편해져 가지만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듣고 새로운 것들을 발견해가게 된다. 소리를 듣는 것만이 듣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올바른 경청의 태도는, 자신의 마음을 비우고 상대의 입장에서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것들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듣는 사람보다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은 이 시대와 우리 사회에 가만히 상대에게 귀 기울여 듣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소통의 지혜인지 일깨워주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우리 사회가 경청의 태도를 길러서, 보다 살기 좋은 사회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해 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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