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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리 코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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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5,649회 작성일 12-10-31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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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분 (파울리 코엘료)

‘파울리 코엘로’라는 작가를 내가 처음으로 접한 것은 ‘연금술사’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판타지 스러운 제목과는 달리 한 사람이 깨달음을 얻어가는 여정을 잔잔하게 묘사한 책이었기에 이 작가에 대해 굉장히 깊은 인상이 남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 그가 직접 사창가에서 일하는 창녀들과 인터뷰를 하면서 집필했다는 ‘11분’은 내게 이 작가는 어떤 관점으로 이들을 바라보았을까 하는 작은 의구심을 들게 하였다.

창녀의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그것은 금기이고, 입 밖에 내어 말하기 곤란한 문제이며, 누군가와 대화하기에 껄끄러운 소재이다. 그리고 금지된 것은 언제나 매혹적이기 마련이다. 이 책은 인간에게 사랑과 성이란 과연 어떤 의미가 있고, 성에 성스러움이 담길 수 있는지, 그 성스러움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그 주제 위에 ‘마리아’라는 여자가 있다. 작 중 마리아는 수많은 남성을 상대하는 일상을 일기를 통해 적어나가면서 매춘을 하는 그녀의 심리 상태를 독자들이 엿볼 수 있게 한다.

책의 제목인 ‘11분’은 성인 남녀의 평균 성행위 지속시간을 뜻한다. 소설 속에서 마리아는 수많은 성공한 남자들이 그 ‘11분’에 집착하며, 두려워하며, 삶의 의미를 그곳에서 찾는다는 사실에 의문을 가지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녀가 읽은 그 어떤 책에도 답은 나와 있지 않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녀가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도중에 두 명의 ‘특별 손님’이 등장하여 궁극적인 해답에 이르는 길을 각각 제시한다. 둘 중 어떤 남자도 순결하거나 완벽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섹스의 궁극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들에게 섹스의 궁극은 삶과 사랑, 영혼의 자유를 의미한다.

이전 작품인 ‘연금술사’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도 ‘해답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섹스가 주제이지만, 본질적으로는 기독교의 세계관 속에서 오랫동안 왜곡되어온 섹스와 사랑을 이야기하는 종교적인 시점에 대해 논하고 있다. 책의 시작은 ‘성이라는 주제 자체를 이야기 해보자’라는 의도에서 출발하여 고대 신화의 현대판 경전의 형태를 갖추게 되고 결국은 섹스에 대한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즉, 고통과 죄의식이라는 기독교 의식을 벗어나 삶의 기쁨을 찬양하고 몸의 쾌락에 솔직함으로써 영혼의 구원을 받자는 제안인 것이다. (작 중 주인공의 이름이 마리아 인 것도 기독교에 관련된 내용을 전개한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다만 작가가 다룬 화제인 섹스에 대해 이야기를 풀어나갈 주인공이 평범하지 않은 창녀라는 점은 작은 모순을 낳았다고 생각된다. 매춘에 대한 보수적인 사상이 일반적인 대한민국에서 창녀의 이미지는 좋지 못하다. 윤리적인 측면에서 성을 사고 판다는 개념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용납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들은 스스로를 드러내지 못한다. 한 예로 성매매 특별법으로 인해 생존권을 위협받는다고 시위할지언정 선글라스와 마스크는 결코 놓지 않는 것은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다. 때문에 작 중에 묘사된 마리아라는 인물의 이지적이고 고결한 모습은 독자가 보기에는 이질적으로 다가온다. 이는 마리아를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이후의 모든 교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을 방해한다.

예부터 우리 사회에서 성에 관한 이야기는 늘 금기시되고 기피되어 왔다. 근래에 들어 그러한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지고 점차 개방적으로 변해갔지만 작가가 있는 외국에 비하면 여전히 보수적인 편이다. 인간의 본능 중 일부를 차지하는 성욕을 배척하고 억압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그 의미가 왜곡되지 않게 잘 인식하는 것이 앞으로 우리 사회를 한 단계 더 성숙하게 할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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