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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학 오디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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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635회 작성일 12-11-02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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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대한민국에서 미의 대명사를 꼽으라면 많은 사람들이 주저하지 않고 황신혜라는 배우를 떠올리곤 한다. 당시로서는 보기 어려운 서구적 마스크와 마치 컴퓨터가 그려낸 듯한 완벽한 얼굴의 비율을 보면서 대중은 그녀에게 ‘컴퓨터 미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다. 사실 이러한 시도는 고대의 조형물이나 유적 등에서 당대의 미학적 기준을 살펴보려는 노력에서 출발했지만, 최근에는 브라운관에 비치는 연예인들의 신체나 눈코입 등의 비율을 분석하는데 더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모든 대중이 공감하는 보편타당한 절대적 미의 기준은 존재할 수 있는가? 어떤 이는 이상적인 비율의 얼굴을 가진 연예인을 보고 아름답다라고 느끼는 반면 누군가는 수학적으로 너무 정확한 비례가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오히려 수학적 비례 외의 플러스 알파에 더욱 매력을 느끼곤 한다. 즉 사물이 아름다우려면 엄격한 비례 속에 약간의 빗나감을 표함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름답다라는 관념은 어쩌면 굉장히 혼연한 개념이다.

진중권의 책 미학 오딧세이는 이처럼 명석한듯하지만 또한 혼연한 개념인 예술과 아름다움에 관한 학문인 미학을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책이다. 총 3권으로 이뤄진 미학 오딧세이 시리즈 중 첫번째 편은 네덜란드 판화가이자 수학과 논리학의 난제를 다룬 독특한 작품세계로 유명한 에셔의 미술에 관한 주제 10가지를 통해 원시, 고대, 중세 시대를 거쳐 근대예술에 이르기까지 서양 미술사의 중요한 부분을 아우르며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미학(aesthetica)이란 말은 독일의 철학자 알렉산더 바움가르텐(1714~1762)이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르네상스 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예술은 이성적 작업으로 간주되었다. 가령 뛰어난 과학자이자 예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예술과 과학을 동일한 이성적 산물로 생각했으나, 18세기 계몽주의 시대에 접어들면서 예술을 감성의 문제로 생각하기 시작한다. 인간의 지성은 인식론에서, 의지는 윤리학에서 연구하고 있으니, 인간의 감성도 연구할만하다 생각하고 이를 감각을 뜻하는 그리스어 에스테시스를 본떠 에스테티카(aesthetica)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이러한 감성에 대한 학문인 미학이 학문으로서 위상을 갖기까지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변천의 과정을 겪는다. 이 책이 특이한 점은 이러한 서양 미학사의 변천을 가상과 현실이라는 두 가지 관계로 파악하고 서술해 나간다는 것이다. 가령 노동과 유희와 주술의 의도가 강했던 선사시대에서는 가상과 현실을 특별히 구별하지 않았다. 하지만 주술로는 더 이상 소망을 이룰 수 없음을 깨닫고 종교가 등장하고 철학이 등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인간의 삶 속에서 현실과 가상이 분리되면서 문명이란 것이 시작되었고, 이렇게 탄생한 가상에 의해 고대 예술은 시작되었다고 본다.

대학에서 미학을 전공한 저자는 일반 대중에게 미학이라는 생소한 학문에 대한 쉽게 다가갈 수있도록 교양서 수준으로 책을 구성했다지만 막상 읽고 보니 쉽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많은 책이다. 그만큼 미학이라는 학문이 종교과 철학, 역사 등을 아우르지 않고서는 설명되지 못하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전체에 걸쳐 딱딱한 문어체보다는 철학자 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듯한 구어체를 사용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애쓴 저자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 때문인지 초판이 출판 된지 10년 이상이 훨씬 지난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되는 인문 교양서로 남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누군가 두 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 번 읽을 필요도 없다고 했다. 하지만 이 책은 몇 번에 걸쳐 되새김질하며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책의 내용이 한번에 소화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면이 있기도 하거니와 특유의 위트와 유머를 통해 저자가 던지는 생각할 거리가 행간에 가득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아름다움’이라는 친숙한 관념에 대한 역사적, 철학적 의미를 학문적 시각으로 정리해보는 것은 이미지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예술과 문화와의 관계를 음미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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