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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 박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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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승민
댓글 0건 조회 6,402회 작성일 14-04-1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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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2010) – 박범신

우리가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의 대상에 제한이 있을까. 더욱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가 사랑하는 혈족이 아닌 타인일 수 있는 대상은 누구까지이며, 어디까지일까. 아니 이러한 것보다 원론적으로, 우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나이는 언제까지인가. 만약 70살 노인이 십대의 이성에게서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추태로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사랑을 느끼는 본인들이 거의 대부분 자신의 감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경우가 없는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사회의 암묵적 관습에 이들은 철저히 배척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는 때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속여야 하거나 숨겨야 하는 상황에 자주 놓여지면서 끊임없이 이성과 감정의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소속 집단의 가치기준을 넘어서기로 결정을 하게 되면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취급을 받으며 살아온 모든 삶에 대해 철저하게 해부되어 정신적인 살해를 당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대의 가치관을 흔드는 일이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는 당 시대에 알려지지 못하고 훗날 다른 누군가에 의해 세상에 드러나 충격을 주고는 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색안경을 벗고 다시 볼 때 70살 노인의 사랑을 어떻게 보여질까.

소설 ‘은교’는 한 변호사가 위대한 시인이라고 칭송받던 이적요가 죽은 지 일년 후 그의 유언에 따라 그가 남긴 노트를 공개하기 위해 열어보며 시작된다. 그 노트에는 이적요가 열일곱의 소녀를 사랑했으며, 유일한 제자인 베스트 셀러 작가 서지우를 죽였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뿐만 아니라 서지우가 발표한 작품들이 모두 이적요가 썼다는 사실까지 포함 된 것을 알고 그 놀라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것을 크게 우려하게 된다. 그리고 그가 은교를 만나고 서지우가 남긴 기록들을 확인하면서 그들 사이에 있었던 놀라운 일들을 알게 된다. 칠순의 시인에게는 받아들이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자신에게 수족과 같은 제자가 있다. 그 제자는 스승이 자신을 ‘멍청한 놈’이라고 해도 그것마저 그에 대한 존경과 충성스러움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끝없을 것 같은 스승에 대한 한결 같은 충성의 대가로 그는 스승의 글을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어놓게 되는데 그렇게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스승과 지울 수 없는 깊은 악연이 시작되었다. 스승에 대한 열등감과 존경의 혼란스러운 감정이 조용히 줄다리기 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 사이에 17 살의 ‘은교’가 나타난다. 그녀는 마치 평온해 보이는 두 사람 사이에서 크게 출렁거리는 물결을 일으켜 ‘서지우’에게는 보다 더 큰 불안함과 질투를 느끼게 하며 스승과 제자 사이의 관계를 크게 요동치게 한다. 이적요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은교’에게서 젊은 육체와 발랄한 모습을 보며 지금껏 느껴보지 못한 애욕의 감정을 느끼게 되어 자신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느껴지는 욕망의 본능을 억누르지 못하게 된다. 그녀의 말 한마디와 동작 하나하나 그리고 그녀의 싱그러운 육체에서부터 그는 처녀로서의 은교에 대한 갈망과 젊음에 대한 경외로 벅차오르는 가슴을 느끼며 글을 써 내려간다. 제자 서지우는 그러한 스승의 은교에 대한 눈빛을 눈치채고 두 사람은 은교를 두고 긴장과 질투, 열등감 등의 공기 속에서 아슬아슬한 관계를 유지해나간다. 그리고 스승이 은교에 대해 쓴 글을 읽고 그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스스로 하여금 수치스러움과 모멸감을 느끼게끔 그 글을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를 하게 된다. 이적요는 그렇게 제자에 대한 분노와 질투 그리고 적개심과 연민 속에서 그를 죽음으로 몰아내고 자신도 조금씩 죽어간다.

이 이야기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두 남자와 한 여자 사이의 엉켜있는 사랑인데, 다른 연애 소설과 달리 이 소설의 두 남자들이 바라보는 은교에 대한 사랑은 그녀 자체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설과 다르다. 스승인 이적요는 자신의 깊은 곳에 감추어져 있던 젊은 육체에 대한 갈망과 처녀에 대한 경외의 감정이 은교라는 아이에게 투영되어 자신과 비교되는 젊은 제자에 대한 질투와 적개심으로 보다 더 간절하고 환상적인 감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은교와 관계를 맺은 서지우의 은교에 대한 감정은 그가 남긴 기록에서 표현한 것과 같은 사랑이 아니라 자신은 따라갈 수도 없는 스승인 이적요에 대한 시기와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한 자위의 통로로 생각된다.

예순이 넘은 이 소설의 작가 박범신은 놀랍게도 인터넷의 개인 블로그에 약 한 달 반 동안 연재를 하며 완성하였다고 한다. 그리고 이 소설은 뒤에 박해일이 주연하는 영화로 개봉되어 더욱 더 큰 관심을 이끌게 되면서 노년의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끔 해주었다. 소설 내에서는 다양한 관능적인 문장들과 언어가 인용되어 노년의 욕망에 대해 표현하며 우리 사회적이고 도덕적인 기준에 대해 시위를 한다. 한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는 모습에서 욕망에 대해 나이가 사회적 윤리와 질서에서 불완전함을 드러낸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까 고민을 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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