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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개>, 이외수,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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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대율
댓글 0건 조회 6,401회 작성일 14-04-2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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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줄거리는 소설의 등장인물을 소개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대체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남자 :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후 회사에 들어가 일러스트를 그리면서 생계를 유지하였지만, 아내와 이혼 후 현실에 회의를 느낀다. 술집에서 만난 여자가 폐건물에서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도 폐건물 방 한 곳에 화실을 마련하고 학창 시절 그리던 ‘들개’를 그리기 시작한다. 그림을 그리는 도중 많은 어려움을 겪지만 여자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결국 작품을 완성시키나, 작품이 완성됨과 동시에 죽는다.

  여자 : 생활고에 시달리는 24살의 작가 지망생. 힘들게 학비를 벌어 대학을 다니고 있었으나 대학 생활에 염증을 느끼고 홀몸으로 폐건물에 들어가 살기 시작한다. 글이 그녀 마음처럼 잘 써지지 않아 힘들어 하던 중 남자가 자신이 사는 건물 2층에 몰래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녀와는 달리 본인의 작품에 몰입하는 남자의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경제력을 상실한 남자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그를 돕는다. 그리고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 떠났던 바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그녀가 사온 들개 한 마리와 남자가 폐건물 화실에서 죽어있는 것을 발견한다.

  우리 또래 친구들의 마음 속 가장 큰 의문은 “나 뭐해야 하지?”이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중학교 1학년 도덕 교과과정에서부터 사춘기에서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자아정체성이 확립이 된다고 주입식 교육을 한다. 하지만, 치열한 입시 경쟁 속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할 시간과 여유는 수험생들에게 주어지지 않는다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나도 전공이 정해지는 대학교에 와서야 “졸업하고 사회 나가면 무슨 일을 하고 살까?”라는 고민을 하며 뒤늦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다.

  이 소설의 작가인 이외수는 인터뷰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20대에 출세를 하려고 하냐. 20대에 성공하는 건 정상이 아니다. 역량을 연마할 때다. 부모들도 20대에 성공하라고 재촉하지 말아야 한다. 어차피 학교를 졸업하고 3~5년은 정해진 게 없어야 정상이다. 인생을 어디에 제대로 바치고 살 건지만 정해도 다행 아닌가.”
멋있는 말이다. 그리고 훌륭한 위로다. 비록 이 소설이 1981년에 쓰여진 작품이지만 소설 속의 ‘여자’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방황하고 있는 청춘들 그리고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꿈을 이루고 싶지만 사회, 가족, 자신의 조급함 등의 이유로 글을 쓰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에서 난 서점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류의 책을 사서 읽는 동년배의 청년들이 보였다. 자신들의 아픔을 누구에게서라도 위로 받고 싶은 욕구를 가진 친구들, 하지만 위로는 위로일 뿐 김난도나 이외수가 우리들의 삶을 대신 살아 줄 수는 없다.

  너무 팍팍하고 현실적일지는 모르나 늦은 시기에서의 진로 고민 때문에 힘들었던 나에게도 요즘 부쩍 베스트셀러 목록에 위로하는 글이 올려져 있는 것은 거슬린다. 위로의 글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의지력을 불어 넣어준다. 하지만 지나친 위로의 글은 감언이설이 되어 사람들을 안일함과 자기 합리화의 늪에 빠지게 해 결국 야생성을 잃어버린 ‘집개’가 되어 버리게 만드는 것 같다. 이외수씨 또한 글을 쓰기 위한 절박함을 찾기 위해 스스로 철문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생활한 적도 있지 않는가? 꿈을 찾아 번뜩거리는 들개가 편안함에 젖어 사는 집개가 되어버리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야성을 되찾는 것은 스스로를 다시 혹사 시켜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소설과 실제 소설가의 삶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안락함에 길들여진 집개보다 굶주려 있는 들개처럼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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