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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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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6,165회 작성일 14-04-29 13:03

본문

어느 시대보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이 일상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경쟁의 핵심은 얼마나 많은 부를 차지하는 가에 있다. 즉, 돈이 모든 가치의 최상위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작 근본적인 문제는 언제나 뒷전이며 우리네 삶은 늘 치열하고 마음을 졸이며 살아간다. 그리고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시점이 가까워서야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비로소 잊었던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된다. 그러나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우리들 삶이라는 것이 대체로 이런 모습이라 생각된다. 이와 같은 삶에 회의를 조금이라도 품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인간이라면 안고 사는 근본적인 문제들에 대해 미리 고민할 기회를 주고,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전에 읽었던 『무지개 원리』의 저자이기도 한 차동엽 신부는 공학도로서의 삶 대신, 사람을 살리는 일이 자신의 소명임을 일찍 깨닫고 성직자의 길로 들어선 분이다. 저자가 말하는 사람을 살리는 일이란 사람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갖게 하는 것, 즉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 책 『잊혀진 질문』도 이와 같은 저자의 소명 의식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24년 전 삼성그룹의 창업주 고 이병철 회장이 가깝게 지내던 신부님께 남긴 ‘인생에 관한 절실한 질문 24가지’를 바탕으로 완성한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도 죽음을 앞두고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음을 깨달은 것이다. 책에서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한 번은 하게 될 근본적 물음 15가지와 거기에서 파생된 절실한 물음 11가지에 대한 따뜻하고 친절한 저자만의 해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야기한다.

먼저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인가”라고 도발적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명시적이든 묵시적이든 ‘성공'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산다. 물론 성공의 기준은 부의 크기에 달려 있다. 저자는 성공이 인생의 최고 목표임을 의심치 않는 우리들에게 잠시 여유를 갖고 다시 생각해 볼 계기를 제공한다. 즉, 저자의 도발적 질문은 더 가치 있고 중요한 것이 있을 수 있음을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그렇다고 오늘부터 이른바 스펙 쌓기를 멀리하며,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믿음에 3D 직업도 마다 않고, 황금을 보기를 돌같이 하는 삶을 살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다만 극단에 치우치는 삶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중용의 삶을 사는 노력의 작은 시작으로 만족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다.

24가지 질문 중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한 질문의 하나로 “착한 사람은 부자가 될 수 없나?”가 있다. 가진 사람이 더 하다라는 말은 악한 사람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사례가 흔한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나름 착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의 위치는 언제나 제자리이거나 심지어는 뒤처지기까지 하는데, 오히려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이 잘 살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런 천하의 나쁜 놈들에게 벼락을 내리시지 않는 신은 신이 아니거나 아니면 없거나 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울분을 터트린다. 이런 의문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신은 벌을 주시는 분이 아닙니다. 적어도 현세에서는 말입니다. 그 죄인 또는 악한 사람에게 회개의 기회를 주기 위한 신의 자비가 그 이유입니다.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으니 언젠가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마음을 고쳐먹기를 기다려 주는 신의 자비가 바로 그 답답한 침묵의 이유입니다.”

죄인에게 자비를 베풀어 현세에서 벌을 주지 않는 것은 죄인에게는 다행스러운 것이지만, 그로 인해 선한 사람이 받게 되는 고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물론 저자의 답변에 감동을 받고 현세에서의 불만을 참고, 내세에서의 행복을 기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 큰 아이에게 산타클로스를 믿기를 바라는 것만큼이나 설득력이 부족한 말이다.

우리는 착한 일을 하면 하늘이 복을 준다는 말을 듣고 자란다. 요즘 부모들 중에 자녀를 이런 말로 교육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정작 본인도 믿지 않으니 말이다. 착한 일을 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면 크리스마스 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밤에 몰래 찾아와서 양말에 선물을 넣고 간다는 말이 어린아이들을 구슬리는 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요즘 어른들도 영악해져 착한 일 했다고 복을 주는 것이 썩 과학적이지 못한 말임을 안다. 어떻게 보면 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다. 신의 존재를 증명해 줘야 할 만큼 종교가 제 역할을 못했음을 자인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24가지의 질문들… 질문은 단순한데, 대답은 복잡하다. 저자는 고 이병철 회장이 제시한 이 질문에 혼자만의 종교적인 생각이 아닌 수많이 인용된 동서고금 많은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받았던 것들을 아울러 물음에 답하고 있다. 간혹 위처럼 몇몇 답변에 대해서는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개인적인 선입견을 제외하고 각 답변을 바라보면 내적인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이런 질문에 가슴이 뻥 뚫리도록 명쾌한 답이 역사가 시작된 이래 한번이라도 나온 적이 있었던가? 그러한 점에서 비록 차동엽 신부의 답변이 그 모든 것의 해답이 될 수는 없지만, 그러한 시도를 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우리네 삶의 다시 한번 더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잊혀진 질문”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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