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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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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원일
댓글 0건 조회 6,046회 작성일 12-06-2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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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이미 다양한 곳에서 많이 들어왔던 책이다.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군복무 시절 여행과 관련된 책을 무작정 부대 도서관에서 집어서 읽었는데 당시에 파리에서 택시운전을 하며 사는 삶에 관한 책으로 가볍게 생각하고 봤던 책이기도 하다. 몇 년이 지나서 이 책을 다시 폈는데 물론 당시에 읽었던, 귀에 못이 박히도록 이 책의 핵심 단어인 ‘똘레랑스’에 대한 중요도는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이 눈에 쉽게 들어왔지만 이와 함께 다른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현재 진보신당의 대표를 맡고 있는 홍세화씨가 1979년에 일어난 남민전 사건으로 인해 프랑스로 망명하여 택시운전사로 있을 때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묶어서 낸 경험담이다. 파리에 관광객 신분으로는 많이들 가지만 파리에서 오래 거주하거나 실제 사회의 구석구석과 접촉하는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는 흡사 TV에는 방영되지 않는 개그콘서트의 비방송용 비하인드 스토리 같은 느낌을 준다.

  280여페이지에 이르는 에피소드들을 펼치고 난 뒤 똘레랑스를 또 한번 강조하는 듯 ‘보론’이라며 ‘프랑스 사회의 똘레랑스’라는 제목의 20여장을 친절하게도 정리해두었다. 작가는 맨 마지막에 자신의 똘레랑스 예찬에 대해 독자들이 친불적인 얘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고 이는 사대주의적이 아니며 오히려 당신이 똘레랑스를 이해하지 못했으니 다시 설명하겠다는 말로 책을 마무리 짓는다. 똘레랑스의 개념을 이해 못했다며 독자에게 ‘당신은 이해 못했습니다. 아시겠어요? 다시 설명해드릴게요’라며 책을 마무리 하는 작가의 말투에서 은근하게 프랑스에서 ‘배워온’ 똘레랑스를 한국사회에 전파하겠다는 계몽적인 말투로 느껴지기도 하여 약간 불편하기도 했다. 똘레랑스가 프랑스에서 독특하게 내면화되어 있는 것을 보고 우리 사회가 그 수준에 아직 도달하지 못했으니 계속 갈고 닦아서 그 수준으로 가도록 노력하자라는 뉘앙스는 웬지 모를 거부감도 느껴졌다.
  
  의견이 다른 상대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주장하는 ‘평화적’인 똘레랑스는 매우 고귀해 보이며 우리나라 사회에서 아직 뿌리깊게 정착되지 않는 개념이라고 생각이 들며 이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바이다. 하지만 난 사실 이러한 똘레랑스를 가진 프랑스의 사회방식이 우리나라에 현재 없다고 해서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60여년전 전쟁을 겪었고 세계 열강 속에서 치열하게 먹고 살기 바빴으며 아직까지도 전쟁중인 휴전국이면서 실제 아직도 한반도 적화통일을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사상 얘기를 꺼내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겠지만)노리는 상식 밖의 집단이 서울에서 수 십 키로 떨어진 곳에 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가 200년 넘게 성숙되어온 프랑스와 비교해서 사회 전반적으로 인간과 인간과의 상호존중이나 보수/진보간의 ‘건설적’인 ‘토론’은 모자른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정치에서도 똘레랑스가 실천되어 보수와 진보가 각자 주장하는 다양한 안건들에 대해 정반합을 통해 나은 방향으로 가면 얼마나 좋겠느냐마는 아직도 우리 사회/안보분야에서 북한의 존재는 무시할 수 없으며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색깔 논쟁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꾸준히 우리나라는 발전하고 있으며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그래도 시민의식이 성숙해가고 있으며 남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인 인식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렇듯 다른 역사적 흐름을 가진 민족에서 같은 사회/민족적 분위기를 추구하기 보다는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만의 ‘똘레랑스’를 느리지만 천천히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바로 시민의식의 함양이고 성숙한 국민으로 가는 발걸음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정치적 갈등, 남남/남북 갈등, 환경문제, 인간소외문제, 인간의 존엄성 훼손 등 수많은 문제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단면을 보며 젊은이들은 '역시 우리나라는 안되', '프랑스는 똘레랑스가 있다던데..'라며 지나친 자책하는 인터넷 글들을 자주 보게 된다. 해외 거주를 하며 어릴 때부터 우리나라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자랐던 터라 이런 글을 접할 때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자신이 속해 있는 국가, 사회의 발전가능성을 좀더 높게 보며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생각을 조금만 더 한다면 어떨까? 내가 속한 사회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나아 질 것이라는 희망을 좀 더 가진다면 매사에 더 긍정적으로 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실제 그 긍정이 하나 하나 모여 더 좋은 사회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자책성 짙은 자기비하를 특히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입에서 듣고 싶지 않은 것은 나뿐일까. 이 책을 4년만에 다시 펼쳐보며 처음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생각을 한참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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