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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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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신우철
댓글 0건 조회 6,172회 작성일 14-04-2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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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

사람은 누구나 죽음의 순간을 맞이한다.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는 다양한 사람들의 불평등한 삶과는 달리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기에 어떻게 보면 평등하게 보인다. 그러나 죽음의 순간,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에는 여전히 많은 불평등이 존재한다.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는 한겨레에 근무하는 한 기자가 “가난한 이들이 어떻게 죽음에 이를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응급실, 빈민촌, 쪽방촌을 돌아다니며 사회와 정부의 정책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의 죽음의 순간들을 보고한 책이다. 이 책에서 보여주고 있는 우리나라 건강 불평등의 현실은 생각보다 더 씁쓸하고 마음이 아팠다. 몸과 건강의 문제는 가장 개인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병과 죽음은 소득과 교육수준에 따라 철저하게 사람을 차별했다. 가진 것 없는 이들, 배운 것 적은 이들은 더 많이 아팠고, 더 많이 깨지고 다쳤고, 죽음의 순간까지도 더 많은 한을 가지고 세상을 편하게 떠나지 못했다.


성가복지병원. 1990년 성가소비녀회의 수녀들이 서울의 빈민촌에 세운 무료병원이다. 서울에 가난한 사람들을 보살피기 위한 무료복지 병원이 있었다니, 정말 좋은 곳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 병원의 호스피스에서 한 달여간 자원봉사를 하며 가난한 환자들과의 깊은 대화를 통해 그들의 삶을 이해했으며 죽음의 순간을 함께 했다. 글쓴이가 성가복지병원을 알기 전에 자원봉사와 취재를 위해 많은 병원들에 협조를 요청했을 때 모두 취재를 거부했다고 한다. 겉으로야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기자가 한 달 동안 상주하는 것을 대부분 부담스러워 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병원들은 자칫 “조직의 속살”까지 드러날까 두려워 매우 폐쇄적인 태도를 띄고 있던 것이다. 반면에 성가복지병원이 흔쾌히 취재와 봉사를 허락한 것을 보면 가난한 이들에게 얼마나 떳떳하고 열린 공간인지 알 수 있다. 기자가 한달 동안 일해도 문제가 될 것 하나 없는, 깨끗하고 투명한 공간. 이런 병원이 우리나라에 과연 얼마나 있을까.


성가복지병원의 호스피스에는 죽음에 임박한 환자들로 가득 찼다. 간암, 위암, 폐암, 간세포암, 담낭암, 뇌종양, 담낭담도암…. 인간의 죽음을 가져오는 혹독한 질병은 정말 다양했다. 성가복지병원의 환자들은 배우자 혹은 자녀가 경제능력이 없는 기초수급대상자였다. 그들의 삶은 그야말로 평생빈공층 그 자체였다. 간혹 갑작스런 사업 실패나 부도로 인해 고소득층에서 나락으로 떨어진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일생 동안 빈곤을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인지 호스피스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그들의 마지막은 그 누구보다 외로웠으며 쓸쓸했다. 실제로는 자식이 있지만, 기초수급대상자로 분류되어 정부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기 위해 자식의 존재를 숨기며 살아온 한 할아버지. 30년 넘게 겨우 돈을 모아 빈민촌에 작은 편의점을 세운지 2달만에 뇌종양과 혈액암 판정을 받은 부부. 2남 2녀의 중 고등학생 자녀들를 교육시키기 위해 평생을 가죽공장에서 일하며 노동만 하다가 위암과 심장병 판정을 받은 부부. 이들은 모두 죽음의 순간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간호사가 그들의 영면을 돕기 위해 눈꺼풀을 감겨주어도, 다시 천천히 눈을 뜨며, 그저 감지 못하는 것이다. 평생을 편하게 살지 못한 그들은, 죽음의 순간 마저 애환과 한 맺힘으로 쉽사리 떠나지 못했다. 무엇이 그들의 마음에 이토록 시퍼런 멍이 들게 만들었을까.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는 사회적 부의 양극화 속에서 우리는 너무도 쉽게 소외된 층의 삶을 간과하고 살고 있다. 우리나라 건강 불평등은 암 발생비와 사망비를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소득에 따른 암발생위험비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에 격차가 없었다. 오히려 월 335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이 가장 높은 암 발생 위험비를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암이 발생하였을 때 사망에 이르는 비율, 즉 사망비이다. 소득에 따른 암 사망 위험비는 너무도 정확하게 소득에 반비례했다. 고소득층으로 갈수록 암 사망 위험비는 현저하게 낮아진 것. 더 슬픈 현실은 암뿐만 아니라,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통사고 사망률도 고소득층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는 것이다. 교통사고 사망률도 유전되는 세상인 것이다.


건강 불평등이 최소화된 사회야 말로 인간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예우가 지켜지는 사회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 사회에서는 가난하고 못 배웠다는 이유로 그렇지 않은 사람들 보다 더욱 쉽게 다치고 아파하며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사람들이 많다. 과연 우리나라는 이들을 위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모두가 함께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은 우리 스스로가 나와 가족들 뿐만이 아닌 다른 소외층에 대한 관심을 가질 때 시작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소득 층을 위한 성가복지병원이 계속해서 환자들을 돌 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관심을 가지고 찾아오는 수백명의 자원 봉사자들과 기부자들의 도움 때문이다. 우리가 주위의 소외층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이를 위한 작은 행동을 보일 때 우리 스스로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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