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당신은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6,173회 작성일 14-04-11 12:13

본문

얼마 전 연예계에서는 한 방송인의 막말논란이 큰 이슈가 되었다.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방송계의 독설 캐릭터로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한 방송인이 10년 전 한 인터넷 방송에서 한 말이 문제로 불거지며 잠정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직후 해당 발언으로 상처를 받은 이들에게 공개적을 사과의 말을 전했지만 향후 방송인으로서의 그의 생명을 이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를 무명에서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스타로 흥하게 했던 ‘말’이 도리어 거꾸로 날아와 자신을 찌르고 대중으로부터 비난을 불러일으킨 것은 참으로 역설적이게도 말의 중요성과 무게를 보여주는 일례라 하겠다.

옛말에 ‘생각은 말을 낳고, 말은 행동을 낳고, 행동은 습관을 낳고, 습관은 성품을 낳고, 성품은 인격을 낳는다’라고 했다. 이 뿐만 아니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말 한마디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가르침은 빠진 적이 없다. 말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생각과 인격을 대변하는 통로이기 때문에 잘 못된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전체 인품을 평가하는 잣대로 사용되기도 한다. 비단 개인 뿐만 아니라 언어가 한 사회의 분위기를 만들고 국가의 미래를 결정짓는 다는 측면에서 볼 때 인류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말과 관련된 흥망성쇠는 끊임없이 반복될 것이다.

특히나 너도 나도 소통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수사학’의 시대. 시중에는 그래서 오늘도 ‘상대를 사로잡는 대화의 기술’ 혹은 ‘매혹적인 프리젠테이션 기법’과 같은 자기 계발 서적들로 넘쳐난다. 이런 때에 마침 아나운서 유정아씨가 쓴 말의 벽(壁)과 격(格), 그리고 문(門)에 대해 다룬 산문집이 내 눈을 사로잡았다. “당신은 상대의 아픔을 보지 못했다” 라는 다소 도발적인 책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어떻게 하면 말을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라는 대화법을 다루는 기존의 책과 달리 말의 진정한 기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는 말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테크닉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세계관이며 마음가짐이라고 얘기한다. 아무리 자신이 공정하다고 말하고 공생을 꿈꾼다고 말하고 심지어 눈물을 흘려도 사람들은 결국 공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지만 그 마음속에서는 당신이 결코 진실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까지 하고 있는 셈이다. 책에서 그러한 예를 들기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거물급 인사들의 언행을 분석하고 비판하기도 한다. 거침이 없는 그녀의 글들은 당황스러우리니 만큼 솔직하고 그만큼 진솔해 보인다.

기존의 말하기 방법을 다루는 스피치 책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이 다소 지루할 지도 모르겠다. 스피치 기술이 아닌 말에 대한 자신의 단상을 적은 에세이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다 보면 본인의 평소 말하기 습관과 마음가짐을 되돌아 보고 성찰하게 된다. 상대방의 처지에 적극적으로 공감하지 못한 채 섣불리 연민하거나 충고하려 들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상대방의 아픔을 보지 못한 채 말뿐인 소통을 하지는 않았는지. 혹은 상대방의 이야기에는 귀를 닫고 오직 내 주장만 반복하지는 않는지. 상대방을 위하는 순수한 호의와 열정을 갖고 얘기하고 있는지.

특히나 재미있었던 것은 책 중간에 이웃집 개 ‘멍구’와 서울대공원에 있는 고릴라인 ‘고리롱’ 얘기를 통해 말 뿐만 아니라 몸짓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한 부분이다. 안타깝고도 허탈할 수도 있지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외모와 표정을 포함해 그의 동작, 제스처, 서 있는 자세, 눈빛 등에서 그의 말을 들을지 말지 판가름해버린다. 하여 비언어적 수단을 통해 표현된 메시지가 더욱 강한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래서 그녀가 던지는 다음의 질문은 쉬이 기억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나는 떳떳하고 당당하되 오만하지 않고, 세상을 헤쳐 나갈 요란스럽지 않은 각오가 느껴지는 몸짓언어를 갖고 있는가’

이런 말이 있다. 말은 한 사람이 아니라 듣는 사람이 주인이라고. 자신의 이해받음은 타인을 향한 따뜻한 배려가 우선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서로간에 오해가 생기지 않고 자신의 말에 진심이 실리며 대화의 품격이 생긴다. 말을 단순히 목적을 이루려는 수단이 아닌 진지한 고민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일 그것이 그녀가 우리에게 던지는 직구이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