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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삶을 이야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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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823회 작성일 12-04-03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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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주로 후일에 남길 목적으로 어떤 사실을 적음” 또는 “어떤 정보를 갈무리하여 특정 신호로 바꾼 후, 어떤 매체에 남기는 것”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인류에 있어서 기록은 그것이 역사적 사건이든 개인의 욕구에 의한 것이든 이미 수 천년 전부터 이루어져온 행위로서 동시대의 사람들 혹은 후대의 사람들에게 무엇인가를 남기고자 하는 인간 본연의 특성에 연유한다. 이러한 기록은 문자형식이 발현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으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그림이다. 과거 기록이라는 방법을 통해 남기고자 했던 그 무엇인가를 우리는 단편적인 그림의 한 장면을 통해 다양한 시각과 관점으로 추론해볼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하지만 한 장면의 그림을 통해 작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의도를 제대로 읽어내기에는 그 정보의 양이 매우 제한적이다. 나머지는 그림을 감상하는 독자가 자신의 경험과 상황을 토대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관점에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물론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공간적 상황에 맞게 작품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 또한 후대 사람에게 남겨진 몫이지만 그러한 것은 단지 첨언에 불과한 것이지 모든 독자가 그 첨언에 붙들릴 필요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손철주, 이주은 두 그림 선생이 쓴 ‘다, 그림이다’라는 책은 각자의 전공인 동양화와 서양화를 넘나들면서 여러 인생의 주제에 관해 신선한 해석을 제공한다. 이 책은 동양화에 주목했던 손철주와 서양미술사학을 전공한 이주은이 그리움, 유혹, 성공과 좌절, 행복, 일탈 등의 9가지 인생의 큰 화두를 대상으로 자신들이 직접 선정한 그림에 비추어 편지 형식을 통해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 주거니 받거니 맛깔 나게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책을 읽다 보면 동서양의 훌륭한 명화들을 감상하는 재미에 한번 빠지고 저자들의 맛깔스런 말 솜씨와 글재주에 다시 한번 감탄한다. 특히나 어려운 한자어 대신에 아름다운 순 우리말을 적재적소에 새겨 넣는 손철주 선생의 텍스트는 그림하나하나에 생동감과 활기를 불어 넣는다.

책 속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다양한 시대를 아우르며 수많은 작품이 제시되다 보니 그림이 그려진 형식과 방법이 모두 제 각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을 관통하고 있는 한가지 사실은 그것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들이 인간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그림 속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삶 속에서 추구했던 이상과 가치관, 삶의 구체적인 모습이 담겨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그림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그런 그림으로부터 감성을 치유받고 또한 공감한다.

옛 그림에서 지혜를 얻고 싶은 사람도 좋고 삶의 의미를 풍성한 감성으로 채워 넣고 싶은 사람도 좋다. 아니면 빡빡한 여유가 없는 삶에서 일상과 섞이는 것이 꺼려져 잠시 멈추고 싶은 순간을 갖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한번 둘러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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