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해지자! 신동준의 후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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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흑학– 신동준 (2011)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발전하며 세계에서 그 영향력을 급속히 키워가고 있는 나라가 있으니, 우리와 오랜 역사를 같이해 온 중국이다. 그 동안 세계의 패자로 지내온 미국과 더불어 G2의 위치로 등극한 중국은 미국과 상호 존중과 공동 이익을 위한 정상 회담을 하는 등, 일부의 이견이 있을지언정 이해가 일치하는 부분에 대해서 상호 협력하자는 약속을 하였다. 그런데 이 두 나라의 힘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볼 때 앞으로 오지 않을 좋은 기회가 우리에게 다가온 것일 수도 있다. 중미동주(中美同舟)의 시기에 우리나라 리더들은 정치 외교 군사뿐만 아니라 발전된 정보와 기술력을 이용해 두 나라 사이의 조정자 역할을 해내거나 아니면 지난 역사에서처럼 지속적으로 두 나라 사이에서 끌려다니는 상황이 닥쳐올 수 있다. 특히 최근 한중간의 교역 규모가 우리나라의 전체 교역액의 약 1/4 정도로 높아졌으며 미국과 일본과의 교역액을 합친 것보다 많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업가들은 중국의 큰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노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의 역할도 수행해주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에 대해 보다 더 깊이 이해하고 중국의 정치인들을 상대하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며, 중국인들이 어떻게 지금의 G2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게 되었는지 분석하고 배워 적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좋은 입문서가 있으니, 신동준의 후흑학이다.
중국 내의 격변의 시기에 장개석을 밀어내고 최후의 승자가 된 모택동이 전장에서 그리고 죽을 때까지 놓지 않은 책이 있었으니, 바로 사마천의 ‘사서’와 사마광의 ‘자치통감’이었다. 중국의 긴 역사 속에서 볼 수 있는 흥망성쇄를 통해 난세의 시기에 활약한 많은 군웅들이 어떠하게 판단하고 행동하였는지 공부하고 이로써 통치의 방향을 정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역사적 위인들은 하나같이 후흑에 뛰어났었다는 것을 분석한 책이 청조 말의 이종오가 저술한 후흑학이다. 후흑은 심흑(心黑)과 면후(面厚)에서 가져온 말로 음흉하고 뻔뻔하다는 직역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리를 위해 도덕을 폐하라’는 놀라운 의미를 가지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왕도 사상과 정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역사의 위인들은 하나같이 낯가죽이 두껍고 음흉하기 이를 데 없는 인물들이었다는 것이다. 후흑과 반대되는 박백(薄白)은 인의도덕을 기치로 내걸고 왕도를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 동안 전 세계를 주름잡은 미국과 맞서 도덕과 신의를 기치로 내건 왕도적 세계 질서를 구축하고자 한다면 그 상대인 대미 제국을 실력으로 제압할 수 있어야만 한다. 그런데 지금의 중국은 아직 그 시기가 멀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미국의 G2 운운하는 말에 현혹되었다가 일본이 20년 장기 침체에 빠진 지난 역사의 교훈을 잊지 않고 G2의 위치에 올라갔음에도 칼날의 빛을 칼집에 숨기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우리가 지금 반드시 배워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도광양회의 책략이며, 이를 위해 후흑에 대해 제대로 알고 깨우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의도이다.
신동준의 ‘후흑학’은 원서인 이종오의 ‘후흑학’을 현대인들이 알기 쉽게 현대의 기업 경영이나 자기 계발을 위해 읽을 수 있도록 해석을 하여 현재의 한국의 리더들이 꼭 알고 배웠으면 하는 바를 전달하기 위해 중국 근대 역사와 현재의 한반도 국제 역학 관계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가며 후흑에 대한 의미를 전달하고 있다. 이름에서부터 느껴지듯이 후흑학은 지금까지 우리가 듣고 배워왔던 유교나 성리학을 정면에서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마치 뻔뻔하고 정의롭지 못한 처세술 정도로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역사는 승자만을 기억하기 때문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후흑의 달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종오가 중국의 역사를 정밀하게 탐색하여 후흑을 찾아낸 결과이다. 바람직한 리더에 대한 내용을 담은 ‘정관정요’가 빛의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에 비해 ‘후흑학’은 그 어두운 그림자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일 뿐 다를 바가 없는 것이다. 중국 역사 중 춘추시대나 초한지제, 삼국시대와 같은 격변의 시기에서 월왕 구천이 와신상담과 포빙악화의 길로 오왕 부차를 제압하고, 천민 출신의 유방이 귀족 출신 역발산기개세의 항우를 깨뜨렸으며, 조조와 유비가 자웅을 다투었다는 등의 재미난 역사적 이야기를 통해 널리 알려진 영웅들이 어떠한 후흑술을 보였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읽는 이로 하여금 격동적인 시대를 읽는 재미와 함께 후흑의 절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21세기는 아편전쟁 이래 서양이 근 200년 가까이 세계를 주도한 시대가 저물고 동아시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부상하는 대격변의 시기에 해당한다. 신라시대 이후로부터 늘 외세의 위협에 시달리며 전전긍긍하는 삶을 살아야 했던 과거 역사의 아픈 사슬을 끊어내기 위해서 우리나라는 반드시 부국강병을 이뤄야 한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 이래 1세기 반 넘게 동아시아의 패자로 군림한 것도 수많은 유신지사들이 대격변의 시기를 잘 헤쳐나갔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나라도 과거의 그 어느 시기보다 세계에서의 위상이 높은 위치로 올라왔다. 세계 권력의 축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는 이번 기회는 앞으로 오지 않을 것이다. 지금껏 보고 배워왔던 것과 비교해 다소 생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늘 내가 입버릇처럼 이야기 하듯이 정말 인생에서 필요한 것은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서, 이제 현실의 실리를 위해 이러한 후흑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지금 우리들이 살아가는 시점에서 현실적으로 필요한 처세의 지혜를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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