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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으로부터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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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종경
댓글 0건 조회 5,905회 작성일 14-04-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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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처음 만난 것을 대학교 1학년 무렵이었다. 이제 어엿한 대학생으로서의 깜냥을 가져보자는 치기에 추천 교양도서 목록을 살피던 중 감옥과 사색이라는 두 단어로 이루어진 책 제목이 나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그 길로 바로 책을 구입하여 읽기 시작했는데 이 책을 한 권 읽어내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기억이 난다. 책 구절 하나하나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읽고 또 읽고를 반복해서만은 아니었다. 사실 더 큰 이유는 각 구절마다 어려운 한자어로 숨겨 놓은 행간의 의미를 해독해내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했거니와 한 줄의 문장, 하나의 단어 하나하나에도 생각해야 할 것들 것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학창시절 입시공부에 매여 독해력을 키우지 못한 잘못도 있겠지만 감옥에서 20년간의 수감생활을 통해 깨달은 저자의 사색의 깊이를 따라가기에는 당시의 나의 사유의 힘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사실 이 책이 진짜 어려운 이유는 그것이 한달 간의 사색을 단 몇 줄의 글로 압축한 고밀도의 기록들이었기 때문이다. 신영복 교수는 1960년대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감옥에 수감되었는데 종이와 펜도 부족한 감옥이라는 공간에서 매달 한번만 보낼 수 있는 엽서에 한 달 동안의 사색을 담아 친척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감옥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면벽명상을 통해 머릿속으로 교정까지 다 본 후에야 글을 종이에 옮겨 적었다고 하니 이야말로 어쩔 수 없는 궁핍이 빗어낸 인고의 미학이라 할만하다.

그래도 10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은 세월만은 아닌가 보다. 얼마 전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찮게 다시 한번 책을 읽어보는데 예전보다 글 하나하나가 보다 명징하게 다가오고 가슴속에서 큰 울림을 일으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요즘 같이 텍스트와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30년도 넘은 오랜 글귀가 진한 감동을 전하는 것은 신영복 교수의 글이 자기 고백 속에 담겨진 진솔함과 따뜻함, 인간에 대한 애정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영복 교수는 책 속에서 인간 사이의 관계 맺기와 실천을 강조한다. 지식을 책이나 서가에서만 건지려 하지 말고 실천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높은 장막을 거두어 내고, 모두가 더불어 함께 할 때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낼 근원적 힘을 얻는다는 것이다.

감옥에서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울타리 밖에 사는 우리보다 넓고 아름다웠다. 이것은 감옥이라는 사회에서 가장 ‘밑바닥’인 공간에서 힘들다고 불평하거나 원망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오롯이 자신을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놓는 철저한 자기 인식과 용기가 수반되었기 때문이다. 감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 비하면 우리가 사는 현재는 너무나 풍요롭다. 하지만 풍요 속의 빈곤이라 했던가. 물질적 풍요가 오히려 정신적 결핍을 초래하고 남과 다른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상적 기형아를 양산해 내고 있다. 그래서 세월이 많이 흐른 지금에도 우리 사회는 이 책을 온전히 내려놓기 힘들다.

가슴이 답답하고 고민이 있을 때면 이 책을 꺼내 어디든 손이 가는 대로 펼쳐 읽어 보아야겠다. 세월의 무게감이 더할수록 이 책에서 얻어내는 지혜 또한 깊어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더불어 신영복 선생은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듯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 한해 이 책을 통해 책을 욕심 내어 읽기 보다는 내면적인 성찰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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