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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으나 존엄한 조선의 9급 관원들 (김인호, 너머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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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대율
댓글 0건 조회 6,120회 작성일 12-02-0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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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으나 존엄한 조선의 9급 관원들 (김인호, 너머북스)

설 연휴 때, 집에 갔을 때 보았던 신문의 신간도서 안내 페이지에서 소개하는 글을 보고 이 책에 이끌리게 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는 취업난, 보수의 불안정성 등의 이유로 안정적인 수입과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 자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높은 능력이 필요하지 않은 자리인 9급 공무원이 되기 위한 시험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 개 틀리면 불합격 될 수도 있어서 상급 공무원인 7급, 5급 공무원 시험보다도 어렵다는 말이 나오곤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대학 진학률이 70 퍼센트가 넘어있는 시점에서 대학에서 배운 지식을 맘껏 활용하지 못하고 이렇게 단순 업무 처리를 담당하는 직업에 사람들이 몰리는 모습은 꽤 씁쓸해 보인다.

조선시대에도 상황은 다르지만 하급 공무원 즉, ‘9급 관원’에 대한 일반 평민들의 인기는 지금처럼 대단했다고 한다. 비록, 이들 또한 양반과 백성 사이에서 천시당하기도 했지만 먹고 사는 것에 대한 걱정이 해결되고 일을 수행하면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비리의 기회(?)도 생겼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선의 9급 관원에는 관청과 궁궐에서 일했던 하급관원인 통사, 소유, 구사, 마의, 산원, 중금, 숙수, 의녀, 금루관 등을 비롯하여 목자, 염간, 조졸 심지어 비구니, 광대, 점쟁이, 망나니 등도 있었다.

9급 관원들은 조선의 가장 아래 자리에서 밑을 바치고 있던 이들로 양반들로부터 엄청난 착취와 핍박을 당했다. 이 책에 나와 있던 내용들 중 ‘구사’라는 직책은 나라의 종으로 공신, 종친, 양반의 자제들에게 배치되어 길을 안내하고 심부름을 하는 일을 맡았는데 자신이 받들고 있는 양반이 잘못을 할 경우에 처벌도 대신 받는 비상식적인 대우를 받았다. 또한, 드라마 「허준」과
「대장금」 등에서 이쁘고 똑똑하게 그려진 의녀에 대한 실상도 충격적이었다. 의녀라면 나름의 교육과정을 거치고 인술을 행하는 자리인지라 여자로써 가장 인정받을 수 있던 자리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왕과 관리들로부터 기생 취급을 받으며 살았다고 한다. 또 사형수의 목을 베는 망나니는 목을 한 번에 베어주는 조건으로 사형수의 유가족들로부터 뇌물을 받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위의 망나니처럼 관직을 이용해 사리사욕을 채우는 9급 관원들의 모습들도 소개하긴 했지만 주로 핍박받던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는 조선왕조실록과 많은 문집들로부터 이들의 삶을 책에 옮겨 내었으나 그 내용이 오늘날 신문 사회면의 단신과도 같은 너무 짧은 내용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들의 실제 삶이 어땠는지 그 모든 면을 들여다 볼 수 없어서 아쉬웠다. “9급 공무원이 꿈이에요.” 라고 말하는 이 시대 학생들의 모습은 씁쓸하다. 하지만 훌륭한 지도자들 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해 어쩌면 하찮은 대접을 받으면서도 존엄하게 일했던 조선의 9급 관원들이 있었기에 그리고 오늘날의 9급 공무원들이 있기에 나라가 계속 발전하고 있지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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