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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알랭 드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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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6,016회 작성일 12-03-02 13:50

본문

인간은 누구나 불안해 한다. 살면서 수시로 위기감이나 긴장을 느끼기 때문에 불안해 하고, 그것이 지나가면 다가올 미래의 불확실성에 불안해 한다. 인간에게 불안은 땔래야 땔 수 없는 존재이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안은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들어와 불안의 존재는 과거에 비해서 무척 심화되었다.

원하는 바이든 아니든 가치판단의 기준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해석된다.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판단에는 항상 다른 사람이 그 기준의 잣대로써 존재한다. 심지어 내가 지쳐 힘들 때조차 내가 이만큼 지쳐있으니 이 정도로 힘들어 하는 것이 허용되는지를 판단하는 데는 나보다 더 열심히 혹은 게으르게 공부하는 학생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학점이 좋은, 혹은 낮은’이 기준이 되어야 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대학원에 와서도 계속되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는 언제나 상대적 사고의 중요성을 언제나 강조 당해 왔지만, 자신의 위치에 대한 인간 스스로의 끊임없는 상대적 평가는 오히려 나라는 인간을 더욱 피곤하고 불안하게 만든다.

알랭 드 보통은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의 원인을 고대에서 중세, 그리고 근대와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서와 예술에 대한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들을 토대로 분석하고 있다. 과거 신분제도가 있을 때에는 신분상승의 기회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자신의 있는 처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불안도 거의 존재하지 않았는데, 기회평등의 시대 이후, 스스로의 가치 문제가 대두되면서 불안도 함께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 “불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앞부분에서는 우리가 불안을 느끼는 원인을, 뒷부분에서는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받고자 하는 본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탐욕과 야망을 품고, 부를 추구하며, 권력과 명성을 얻고자 하는 목적은 그러한 성취들이 타인의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의 존경과 인정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이것이 불안의 첫 번째 원인이 된다.

또 다른 원인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 때문에 생기게 된다. 사회마다 지배관념, 즉 통념이라는 것이 있다. 그것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두루 통용되는 관념을 이야기 한다. 통념은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받아들인다는 이유만으로 타당성을 얻어 별다른 의심 없이 통용되며, 심지어 그것에 어긋난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배척하고 억압까지 한다. 그러나 그러한 관념이 항상 옳지는 않다는 것은 역사 속의 수많은 예에서 증명되어 왔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따르는 생각이 잘못된 것이라는 의심을 갖기 힘들어 한다.

이것의 가장 큰 이유는 타인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사회의 지배 관념, 즉 통념이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그것에 어느 정도 순응할 수 밖에 없다. 한걸음 더 나아가 내 생각을 사회에서 통용되는 생각과 일치시키는 것이 더욱 편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내 안의 욕망과 사회의 요구가 서로 맞아 떨어지니 별다른 심적 갈등 없이 내 욕망의 충족에만 힘을 쓰면 될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의 진정한 욕망을 찾기도 전에 사회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어려서부터 주입된다. 가장 가까이에서는 부모님부터, 학교, 직장, 크게는 사회까지 틀에 박힌 이상형을 요구한다. 때문에 그러한 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면 우리는 죄인이 된다. 가치 없는 인간, 쓸모 없는 인간으로 낙인이 찍힌다. 우리 사회에서 바라보는 3D 업종 종사자나 중졸, 고졸 출신에 대한 시각을 대표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낙인은 그러한 사람들의 처지를 사회적 배경에 입각해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개인적 특성에 문제가 있기에 그렇게 된 것이라는 시각을 낳게 되고 이는 그들의 삶에 사사건건 간섭하여 장애를 일으키게 되며 욕망의 불충족을 낳는다. 결국 욕망의 불충족은 불안을 생성해내게 되고,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는 지속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러한 타인과의 비교에서 오는 위치로서의 불안감의 해소방법을 자신을 돌아보고 자기 자신에게 빠져 드는 것을 권하고 있지만, 이러한 방법은 본질적인 해결책이 되질 않는다. 현실적인 측면에서 수입원의 궁핍과 같은 1차원적인 욕구의 불충족은 자기 자신을 다스리는 것으로는 해결이 불가한 것이며, 더불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고 있는 이상, 타인을 내 삶에서 완전히 배제하는 것 또한 힘들다. 결국 작가는 불안의 원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론과 방대한 지식을 통해 풀어나가고 있지만, 그 해결에 대해서는 본인의 마음먹기라는 어중간한 답변으로 독자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불안’이라고 하는 것은 단어 자체에서 부정적인 느낌이 충만하다. 불안이 과하면 힘들고 고통스럽겠지만, 반대로 불안이 없으면 꿈이 없어지고, 무기력해지며, 자아도취적인 삶에 빠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적절한 불안을 유지하면서 하루하루를 치열하게, 그러나 타인이나 사회에 휘둘리지는 않게끔 자주적으로 살아가는 자세를 키우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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