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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향기 가득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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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홍슬기
댓글 0건 조회 6,234회 작성일 12-04-01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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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 개론'을 보고


어느덧 3월 이 다 지나가고 4월이 되었다. 날씨도 포근해져서 가끔 두꺼운 패딩 이나 코트를 입은 사람이 보이기도 하지만 거리를 활보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사한 봄 옷을 입고 있다. 찬바람이 가득하고 추운 영하날씨에 한없이 움 추리게만 만들던 겨울이 가고 드디어 따뜻한 햇살과 화사한 꽃들을 동반한 봄이 오고 있다. 그리고 여기 봄 향기가 물씬 나는 풋풋한 영화 한편이 요즘 극장가를 찾는 사람들에게 따스함을 더해주고 있다. ‘건축학개론’ 이 공대냄새가 물씬 나는 칙칙한 분위기의 제목을 가진 영화가 바로 요즘 따스한 날씨와 함께 내게 풋풋한 봄향기를 느끼게 해준 주인공이다. 과거에 개봉하였던 건축을 제목에 담은 영화들은 대부분 추리물이나 공포물이었던 것 과는 다르게 요즘 대세인 아이돌 수지와 충무로의 기대주인 이제훈, 그리고 엄태웅과 한가인이 주연인 20살 대학 새내기들의 잔잔하고 애잔한 첫사랑을 추억으로 다룬 이야기 이다.

영화는 건설회사에서 설계를 담당하고 있는 승민(엄태웅, 이제훈)에게 과거의 첫사랑이었던 서연(한가인, 수지) 이 집을 지어달라는 부탁을 하러 찾아오면서 시작된다. 대학교 새내기 시절이던 90년대, 승민은 건축학과 학생으로, 서연은 음대생이지만 동아리 선배를 좋아하는 마음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지고 건축학개론 수업을 듣게 되면서 친구가 된다. 서연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된 승민과 그런 어리숙하고 수줍은 많은 승민을 좋아했던 서연, 영화속에서 이들의 대학시절 이야기는 정말 풋풋하다는 단어가 이런 느낌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내가 대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를 생각하게 해주었고, 영화 같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같은 수업을 듣던 예쁘장한 여학생은 누구일까 궁금해 하던 일들이 생각나고 아무것도 모르고 친구들과 어울리던 1학년 시절이 그리워 졌다. 물론 학교 분위기가 공대인 만큼 영화와 같은 싱그러움은 부족하지만 대학원을 다니는 입장에서 마주하는 학부생들, 특히나 봄학기가 시작하는 2~3월에 이제 막 꾸미기 시작하고 한껏 멋을 낸 학부신입생들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기분들이 영화를 보는 내내 계속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풋풋한 첫사랑을 뒤로 하고 그들은 서로를 이루어지지 않고 서로를 추억만으로 간직한 체 성인이 되어 만나게 되지만, 이미 결혼할 여자가 있는 승민과 한번 결혼한 적 이 있는 서연은 집이 지어지는 동안 과거를 회상하고 마음속 첫사랑으로 서로를 간직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지만 현재의 자신의 삶에 충실하고 첫사랑은 가슴속에 묻으면서 영화가 끝나게 된다. 문득 영화를 보면서 내가 승민의 입장이라면 어떠했을 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영화가 진행되면서 승민과 서연이 서로의 첫사랑임을 확인하면서 가까워 질 때 저러면 안되는데 라는 마음이 우선이었던 나는 망설임 없이 현재의 인연과 삶에 충실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에 마음속에 담았던 사람이 무엇을 하면서 지내는지, 또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다고 해서 지금까지 지내오던 내 생활과 내 인연들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 생각된다. 책임이나 그런 문제는 뒤로 하더라도 현재 내가 마음을 주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갑자기 첫사랑이 나타난다고 해서 그 마음이 변하거나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영화가 끝난 후에 성인이 된 서연과 승민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바람직하게 영화가 끝난 것 같았다.
어떻게 보면 진부한 이야기이고 뻔한 결말인데 ‘건축학 개론’은 영화가 끝나고 잔잔한 여운을 계속 남겨놓고 있다. 영화관을 떠나서도 영화 속 장면들이 계속 생각나고 멍한 기분마저 들게 하였다. 이는 배우들의 연기도 연기지만 관객을 공감하게 하는 시나리오도 크게 영향을 준 것 같다. 내가 겪은 이야기도 아닌데 나의 과거를 생각하게 하고 보는 입장에서도 풋풋한 기분이 느껴지게 해주는 영화의 구성과 15년 만에 만난 첫사랑이라는 설정은 정말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해주었다. 아마 예쁘장한 여학생을 힐끔거리고 제대로 말도 못 붙여보고 또 고백하기 위해 설레는 맘을 가지고 기다리고 실패한 사랑에 가슴 아파하던 모습들이 많이 공감이 가기 때문에 여운이 더 진하게 남는 것 같았다. 영화 속 등장하는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때 다시한번 나오는데 진한 여운때문인지 노래가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않는 관객들이 많았고 나 또한 노래가 끝나고 나서야 극장을 나설 수 있었다. 나중에 다시 한번 이 영화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때도 과거에 얽매여 살 수는 없지만 떠올리고 추억할 수 있는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라는 기분은 계속 될 것이다. 그리고 어디선가 기억의 습작이 들리는 날에는 영화의 풋풋한 기분이 느껴질 것 같다. 물론 감상문을 쓰고 있는 지금과 앞으로 한동안 내 핸드폰에서는 기억의 습작이 반복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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