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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지구인 - 행동경제학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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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6,104회 작성일 11-10-31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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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사람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봤을 때 당첨될 리가 만무한 로또에 열광한다. 로또는 1부터 45까지의 숫자를 6개 골라서 맞추는 매주 벌어지는 일종의 도박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면 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약 800만분의 1이기 때문에 사지 않는 것이 더 낫다. 그런데도 매주 토요일에 있는 추첨일 까지 행복한 상상하며 로또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나를 포함한 우리 연구실 사람들도 말이다.)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사람들의 이러한 태도는 해석할 수 없다. 전통 경제학에서는 경제의 주체를 합리적 인간으로 꼽는데, 합리적 인간은 다양한 의사결정을 할 때 모든 정보를 꼼꼼하게 입수해서 완벽하게 처리하고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는 사람이다. 한없이 0에 수렴하는 확률을 보고서 로또를 사는 인간은 합리적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전통 경제학의 한계는 이러한 곳에서 나타난다. 그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행동경제학’이다. 인간이 보여주는 다양한 비합리적인 행동은 행동경제학으로 대부분 설명이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왜 사람들은 당첨 확률도 낮은 복권에 열광을 하며’, ‘왜 가망도 없는 주식에 집착하고’, ‘왜 다이어트를 계속 시도할 때마다 실패를 하는지” 등… 긍정적 착각, 지나친 낙관, 근거 없는 편견 등의 인간의 불합리성을 설명할 수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인간을 합리적인 동시에 비합리적인 존재로 파악한다. 인간은 합리적이고자 하는 욕구에도 불구하고 정보의 부족, 인지 능력의 한계, 시간적 제약 등으로 제한된 합리성을 가진다. 비합리적인 인간의 행동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인간의 심리를 다루는 심리학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그래서인지 행동경제학의 시작이 심리학자이자 행동경제학자인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에 의해서 시작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방대한 행동경제학 내용 중에서 내게 제일 인상 깊었던 부분은 ‘손실 회피성 (loss acersion)’이다. 손실 회피성은 이익보다는 손실을 크게 평가하는 경향을 말한다. 이는 다르게 이야기하면 플러스적인 자극보다 마이너스적인 자극에 휠씬 민감하다는 소리다. 어떤 물건을 획득하는 것을 이익이고, 처분하는 것을 손실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린 홈쇼핑에서 흔히 제시하는 ‘7일 이내 환불 보장’이라는 문구가 얼마나 행동경제학적으로 계산된 행동인지 알 수 있다. 한번 물건을 받아서 썼을 때 얻은 자극보다 그 물건을 다시 반품했을 때 받는 자극이 더 크기 때문에 사람들의 반품율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이다. 또한 손실 회피성은 단순히 경제적인 것뿐만 아니라 지위나 권력, 기득권 등에도 나타난다. 한번 얻고 누리던 것을 잃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이러한 손실 회피성이 강하다는 것을 할 수 있다. 한 예로 얼마 전에 40년 철권통치의 막을 내린 카다피가 마지막까지 권력의 끈을 놓지 않고 저항을 한 행동을 들 수 있겠다.

사람이 현재의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향을 나타내는 현상유지 편향 역시 손실 회피성의 한 가지 예이다. 변화는 사람에게 성공 혹은 실패를 야기한다. 변화의 결과가 어느 쪽을 불러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한편 사람들은 이익보다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손실 회피성을 가진다. 결과적으로 실패를 극도로 두려워하기 때문에 변화해서 실패하기보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형상유지를 선호하게 된다. 놀랍지 않은가? 흔히 현실에 안주한다고 하는 말의 뒤에 단순한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이러한 논리적인 개념이 숨어있다는 것이 놀라운 따름이다.

행동경제학은 전통경제학에서 설명할 수 없는 이상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심리학적인 접근을 한 학문이다. 학부 때 내가 들어왔던 거시경제학과 미시경제학에서는 전통경제학을 다뤄왔기 때문에 수식으로 표현이 가능한 학문이 경제학이라는 생각을 해왔다. 그렇기에 심리학과 경제학을 적절히 섞어놓은 듯한 접근방식을 다룬 이 책에 큰 흥미를 느꼈다. (사실 될리 없는 로또를 매주 사는 내 행동의 원인을 알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 행동경제학이란 학문을 알게 된 이 시점에서 내가 위에서 언급한 비합리적인 행동을 하지 않을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모든 일에 있어서 기존의 생각과 상식에 갇히지 않고, 한번 더 생각하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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