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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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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중건
댓글 0건 조회 6,127회 작성일 11-11-30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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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자친구와 자신이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을 서로 바꿔보는 일을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보고 느끼는 시야는 그 사람이 평소 읽는 책에서 엿볼 수 있다고, 누군가가 했던 이야기를 떠올리며 그녀로부터 받은 책을 펼쳤다. 제목부터 굉장히 인상적이다.

“나는 아직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

최근 김충기 교수님과 자주 회식자리를 가지면서 그 분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되었다. 그 분은 과학고를 나온 학생들은 10대에 겪어야 할 사춘기를 대학교에 와서 느끼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하셨다. 주변과 경쟁 속에서 무작정 앞만 보고 달려오다가 어느 순간 방향을 잃고 방황을 하는 사람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저 나이만 먹고 겉모습만 어른처럼 컸지만, 여전히 속으로는 삶의 방향을 정하지 못해 갈피를 못 잡는다는 모습… 그건 다른 누구도 아닌 내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 내게 이 책은 내 생각을 정리해볼 기회를 준 셈이다.

이 에세이를 쓴 강세형이라는 작가는 독자에게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독자와 작가 간에 느끼는 거리감을 허물고 친근하게 다가와서 옆에서 다독여주는 글 솜씨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의 글은 라디오 작가가 쓴 글이라 그런지 지극히 감성적이고 소소한 공감들로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자주 느끼는 왠지 모를 무력감과 답답함 속에서 일상의 작은 이야기들을 풀어낸 이런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겪는 고민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느낌에 큰 위로를 받는다.

책에서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물론 미래에 대한 준비, 짜임새 있는 인생 설계, 필요하다.
하지만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는 ‘항상 뭐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건 아닐까?


남들은 다 뭐라도 하고 있는 것 같고, 남들은 다 뭐라고 배우고 있는 것 같고, 남들은 다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 같고… 다들 모두 조금은 다른 내일을 위해 바쁘게 살고 조금씩은 다른 모습으로 한 발짝씩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데 나만 제자리 걸음인 듯한 느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내 생각이 아직 어리고 미숙한, 어른이 아니라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어렸을 때는 그저 매년 나이를 먹고 몸집이 커져서 아버지만큼 키가 커지면 어른이 되는 거라 생각했고, 머리가 조금 크고 나서는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나 스스로 자립해서 살 수 있으면 어른이 되는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키는 아버지보다 커져서 더 멀리 볼 수 있고, 고등학교 때부터 집에서 나와 살다가 이젠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자립을 하게 되었지만, 스스로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나는 남들이 나와 다른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길을 뽐내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에 나를 비교하고 초조해지곤 했다. 하지만 강세형 작가의 이 책을 읽으면서 딱딱한 머릿속에서 벗어나 조금은 말랑말랑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산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싶고, 남들 눈치 보느라 나에겐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변화에 목을 매고 무리하게 나를 다그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생각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살든,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든 내 스스로에게 만족하는 나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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