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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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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윤호
댓글 0건 조회 1,144회 작성일 25-06-17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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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라는 혼란

-박경숙-


 인간이 어른으로 성장하다 보면 여러 내적 고비를 직면하게 된다. 학습된 무기력은 실제로 할 수 있으면서도 스스로 할 수 없다고 믿게 만든다. 내적 저항은 해야 할 중요한 일이 눈앞에 있어도 이유 없이 미루게 한다. 하지만 그보다 우리 마음을 더욱 어지럽히는 것은 바로 ‘혼란’이다. 하고 싶은 일이 끝없이 떠오르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지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던 중에도 다른 생각이 자꾸 고개를 든다. 결국 스스로 선택해 시작했던 일이 언제부턴가 하기 싫은 일이 되어버린다. 이것이 바로 심리적 엔트로피가 높아지며 만들어진 혼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자연의 법칙, 즉 열역학 제2법칙이 심리 세계에 투영되어 ‘심리적 엔트로피’가 어떻게 우리의 의식을 무질서로 몰고 가는지 설명한다. 성취감만으로 만족하려 하고, 인격 성숙에는 무심하며 늘 경쟁에 매달려 바쁘기만 한 사람들은 특히 이 혼란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 이런 상태가 되면 목표가 자주 바뀌고,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며, 결국 자존감은 떨어지고 인간관계마저 소원해진다. 마음속에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 차 있으면 진짜 중요한 에너지가 들어올 자리가 없다고 보면 좀 더 이해가 빠를 것이다. 하지만 뜨거운 물이 식고 생명체가 노화하듯, 마음속 엔트로피도 방치하면 점점 확산되어 무질서해진다.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의식의 수준은 자연스럽게 낮아질 수밖에 없다. 뇌의 작용부터 성격, 어린 시절 경험, 사회적 환경까지. 이 모든 요소가 마음속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이 문제에 대한 해답으로 저자는 ‘메타마인드’라고 부르는 의식의 자각적 통제 방법을 제안한다. 메타마인드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한 발짝 떨어져 관찰하며 다시 질서를 세우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산만해진 의식을 걷어내고, 한 번 더 꿈꿔온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러한 메타마인드의 기본 전제는 이미 우리가 알고 있을지 모른다. 


“경험이란 당신에게 일어난 일이 아니다. 당신에게 일어난 일을 가지고 무엇을 했는가이다.” 


 우리가 살아오며 겪은 모든 경험은 사실 소명(召命)을 밝히는 단서가 된다. 니체의 ‘아모르 파티(amor fati)’는 그런 경험들이 오늘의 나를 만들고 내일의 나를 이끌 원동력임을 일깨운다. 이 깨달음이 없으면 문제는 결코 해결되지 않는다. 가치를 외부가 아니라 내면에서 발견하는 혁명은 아주 조용히 시작될 수도 있고, 때로는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드는 거대한 전환으로 찾아오기도 한다.


 나 역시 살아오며 크고 작은 혼란을 겪어왔다. 대학원에 들어오기 전까지 나는 무언가를 끝까지 완수하는 습관이 없었기에, 그 습관을 몸에 익히기까지 수차례 큰 고비를 넘겨야 했다. 그러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 말이 있지 않던가. 과거의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성격이든 태도든 단숨에 바꾸려면 그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부정해야만 한다. 그런 변화를 견디는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고. 나한테도 너무나 맞는 말이였던 것 같다. 돌이켜보면 나도 짧고 강렬한 자극에만 의지해 즉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금세 흥미를 잃었고, 당장의 문제를 급히 해결하느라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곤 했다. 이제는 이런 습관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깨달음에 이르기까지는 남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이 과정 속에서 연구실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던 부족한 나였지만, 이를 품어주고 응원해준 모든 주변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그리고 이러한 것들은 분명 나에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 나는 그동안 겪어온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려 한다. 저자의 말처럼, 그 안에 내 목표와 삶의 의미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의 고통을 낭비하지 않고, 그것을 긍정적인 에너지원이자 소중한 자원으로 삼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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