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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의 이유, 존재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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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희수
댓글 0건 조회 1,137회 작성일 25-07-0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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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매기의 꿈, 리처드 바크


어렸을 적 나는 이 책을 참 좋아했다. 자유롭게 날아가는 갈매기 조나단에 대한 동경, 무언가에 몰두하는 모습에 대한 동경, 그리고 그 열중하는 자세에 매료되어 몇 번이고 이 책을 읽었다. 그때는 단순히 날아오르는 자유가 좋았지만, 성인이 되어 다시 이 책을 마주했을 때, 나는 이 이야기가 단지 '자유'에 관한 책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자아를 실현하고, 생을 초월하려는 한 존재의 숭고한 기록이었다.

『갈매기의 꿈』은 태어났기에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다. 주인공 조나단 리빙스턴은 먹이를 위한 생존의 비행이 아닌, 그 자체로 완전한 자유와 기쁨을 느끼기 위해 하늘을 나는 갈매기다. 다른 갈매기들과는 달리, 그는 고속비행과 곡예비행에 몰두하며 하늘에서 존재의 의미를 찾는다. 그러나 그 열정은 곧 무리로부터의 추방으로 이어진다. 생존만을 목적으로 삼는 사회 속에서 조나단의 자유와 도전은 위협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조나단은 고독 속에서 훈련을 계속하며, 마침내 비행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를 능가하는 능력을 지닌 두 갈매기가 나타나 조나단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그곳은 초월의 경지에 이른 갈매기들-이른바 ‘자유’를 진정으로 깨달은 존재들-이 모인 곳이었다. 조나단은 이곳에서 스승 치앙을 만나, 단순한 기술을 넘어서 공간을 초월하는 법, 존재의 한계를 벗어나는 법을 배운다. 그는 비행을 통해 자아의 본질에 다가서며, 갈매기라는 종의 경계를 넘는 존재로 변화해간다.

하지만 조나단의 여정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그는 자신처럼 하늘을 사랑하고 꿈꾸는 갈매기들이 여전히 고립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무리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처럼 추방당한 플레처를 만나 제자로 삼고, 비행을 가르치며 공동체의 무지와 두려움 속에서도 꾸준히 사랑과 자유를 전파한다. 무리의 냉대 속에서도 조나단은 한 마리의 부러진 갈매기를 다시 날게 하고, 죽어가던 플레처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이는 단순한 기적이 아닌, 존재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이끌어낸 초월의 순간이다.

결국 조나단은 자신이 깨달은 바를 전수하고, 스스로는 더 높은 차원의 세계로 떠난다. “나는 그저 나는 걸 좋아하는 갈매기일 뿐”이라는 그의 마지막 말은, 인간으로 치면 자아 실현을 넘어선 존재의 초월을 뜻한다. 그는 누군가에게는 구세주로,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단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다. 남겨진 플레처는 조나단의 빈자리를 채우고, 처음에는 혼란에 빠지지만, 결국 수평비행부터 다시 시작하며 조나단의 진정한 뜻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며 스스로의 꿈을 외면하고 사회의 기대에 따라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나단 리빙스턴을 통해 우리는 알 수 있다. 진정한 자유란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선택하고 실천함으로써 성취되는 것이라고. 생이 주어진 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닌, 생을 넘어서 자신만의 의미를 창조하는 것이야말로 인간 존재의 궁극적 가치임을 이 책은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조나단은 자신의 본질을 실현하기 위해 무리에서 벗어나고, 고독을 견디며, 마침내 자신과 같은 길을 걷는 존재들과 교류하고, 다시 공동체로 돌아와 사랑과 자유를 가르친다. 이는 마치 종교에서 말하는 성자나 초월자가 세속을 떠나 깨달음을 얻은 뒤 다시 세상으로 돌아와 사랑과 자비를 전하는 모습과도 닮아 있다. 그는 공동체에 순응하기보다, 그 너머에서 진리를 체험한 뒤 다시 공동체를 비추는 존재로 변화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삶에서 '초월'은 무엇에 비유될 수 있을까. 그것은 단순한 성공이나 이상향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다. 매일 아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자신이 진심으로 의미를 느끼는 일에 한 걸음 더 다가가려는 의지, 타인의 시선과 기준이 아니라 스스로의 신념에 따라 무언가를 선택하고 지속해나가는 그 행위 속에서 초월은 빛난다. 그것은 곧, 삶을 수동적으로 견디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으로 응시하며 조율하는 태도, 타인과의 비교에서 벗어나 자신 안의 속도를 찾고 지켜내는 고요한 용기일지도 모른다.

조나단은 결국 인간의 형상으로 확장된다. 그는 도약하고 추락하고 다시 날아오르는 인간 존재의 은유다. 실패 속에서도 자신을 믿는 것,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내면을 응시하는 것, 그리고 비로소 다시 누군가의 길잡이가 되는 것. 이 책은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한 이에게 도달하는 ‘존재의 비행기록’이다. 요컨대 이 이야기는 단 한 마리 갈매기의 꿈이 아닌, 우리 모두가 언젠가 품게 되는 꿈, 혹은 놓쳐버린 꿈에 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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