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진과 금난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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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과 지휘자 금난새 오케스트라 공연 관람기
지난 한 달 사이에만 클래식계의 두 거장이 카이스트를 방문했다.
금요일마다 문화행사공연이 종종 있어왔지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이렇게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행운이 찾아올 때마다 카이스트에 매번 감사한 마음이 든다. 게다가 카이스트 학생이라는 이유로 티켓 값은 공짜다.
한수진 바이올리니스트의 공연날에는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여느 때와 달리 관객석이 빈틈없이 만석이었고, 그 인기를 크게 실감할 수 있었다. 사실 이날은 바이올린 연주자라면 공연하기 꺼리는 날이었을 것이다. 비가 워낙 많이 내리는 무덥고 습한 여름날 저녁이었기 때문에 공연장 내부에 축축한 습기와 찝찝한 비 냄새가 감돌았고, 이는 나무 재질의 바이올린에게는 치명적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보통의 그냥 바이올린도 아닌, 1666년산 스트라디바리우스였다. 그리고 음향시설에 이슈가 있었는지 스피커인지 어디선가 출처를 알 수 없는 낮은 노이즈 소리가 공연 내내 이따금씩 들렸고, 공연 중간에는 용무가 생겨 자리를 비우는 관객이 출입문을 들락거릴 때마다 날카로운 바깥의 빗소리가 빗발쳐 공연장을 침범하는 것이 심히 거슬렸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공연이었다. 한수진의 비범한 연주 스킬과 특유의 다채로운 표현력은 악조건에서도 빛을 전혀 잃지 않았다. 첫 곡이었던 아르보 패르트의 Spiegel 은 처음 들었는데, Intro 로서 탁월한 선곡이었다. 고요하고 웅장한 숲에 처음 발을 내딛는 낯선 여행자를 조심스레 반기는듯 한 음 한 음이 인상적이고 짙었으나, 전혀 어렵지 않았다. 마치 초대받은 손님이 되어 따스하고 잔잔한 환대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 곡이 끝나고 10 초간 긴 정적이 흘렀다. 마치 그 공간의 시간이 정지한 와중에 잔향이 은은하게 주변을 계속 맴돌고 있는 느낌이 들었고, 여운이 가장 컸다. 이어서 모차르트와 슈만은 말 그대로 모차르트와 슈만 같았다. 개인적으로 슈만의 작품은 피아노로 많이 접했는데, 바이올린으로 감상하니 더 현란했다. 들을 때마다 심오하고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는데, 내면과 정신세계가 정상적인 사람은 역시나 아닌듯한 것이 이번에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를 듣고 확신하게 되었다.
금난새 선생님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는 정말 좋았다. 오케스트라는 솔로 악기 연주보다 들을 기회가 유난히 드문데, 금난새의 해설을 곁들인 비제의 카르멘은 공연 내내 유쾌하고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게 즐거웠다. 어렸을 때는 실감을 못했지만, 성인이 되고 카르멘 스토리를 다시 들어보니 19세기 유럽 사람들에게는 이것이 넷플릭스 드라마였을 것 같다. 그만큼 재밌다.
새롭고 독특한 자극은, 언제나 깊이 잠들어있던 감각을 깨우고, 신선한 영감과 활기를 돌게 한다. 나에게 피아노와 현악기 소리는 익숙하지만, 관악기와 타악기가 한데 어우러져 하모니를 이루는 풍부한 소리는 평소에는 잘 듣지 못하는 낯선 자극이다. 업무를 지시하고 공유하는 사무적인 인간의 음성과 진공 장비의 시끄러운 굉음에 절여진 귀에 이날 오케스트라가 선사해준 청각예술은, 침울했던 내면에 파장을 일으켜 기분 좋게 환기시켜 주었고, 한마디로 감동이었다. 클래식이 아니더라도, 문화예술공연을 실제로 관람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금요일 저녁에는 꼭 시간을 내어 가보라고 모두에게 진심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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