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Column

  • Home
  • Cultural Activity
  • Culture Column

종암동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박동욱
댓글 0건 조회 1,088회 작성일 25-07-14 19:00

본문

 종암동


좀처럼 외출을 하지 않는 아버지가 

어느날 내 집 앞에 와 계셨다 


현관에 들어선 아버지는

무슨 말을 하려다 말고 눈물부터 흘렸다 


왜 우시냐고 물으니 

사십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런다고 했다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문득 내 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으셨던 분이지만, 그분의 삶에는 말보다 깊은 사랑과 책임감이 늘 깃들어 있었다. 시 속의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집 앞에 나타나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마치 오래전부터 내 안에 있었던 기억을 조용히 두드리는 듯했다.


 “사십 년 전 종암동 개천가에 홀로 살던 할아버지 냄새가 풍겨와 반가워서 그랬다.”는 구절은 단지 한 사람의 회상을 넘어, 세대를 잇는 그리움과 정서의 연속성을 강하게 느끼게 해주었다. 냄새라는 감각 하나로 시간과 공간을 거슬러 올라간 아버지는, 그 순간 자식의 자리를 되찾은 듯했다. 그리고 끝내, “아버지가 아버지, 하고 울었다.”는 마지막 문장은 너무나 조용하지만 처절한 울림으로 가슴을 두드린다. 그 울음 속에는 아버지의 지난 삶과 그 안에 켜켜이 쌓여 있던 사랑, 후회, 그리움이 모두 담겨 있었을 것이다.


 나 역시 어릴 적, 매주 주말이면 아버지를 따라 할머니 댁을 찾곤 했다. 당시엔 그저 습관처럼 느껴졌던 주말 나들이였지만, 돌이켜보면 그것은 아버지의 지극한 효심과 사랑의 실천이었다. 아무리 바쁘고 지쳐도 아버지는 빠짐없이 할머니를 찾아뵈었고, 집안일을 거들며 조용히 시간을 함께 보내셨다. 나는 아버지의 손을 잡고 할머니 댁에 가면서도,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철없던 나는 오히려 그 시간이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일상의 반복은 곧 아버지의 사랑이었고, 자식으로서의 도리였다. 그리고 그 모습은 말보다 더 큰 가르침으로 내게 남았다. 이제는 그때의 아버지가 누구보다도 지혜롭고 따뜻한 분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이 시를 통해 가장 깊이 다가온 사실은, 내가 응석을 부리며 의지했던 아버지 또한 누군가의 아들이었다는 점이다. 나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존재처럼 여겨졌던 아버지도, 부모의 따뜻한 손길이 그리웠을 것이며, 한때는 어린 마음으로 어른들의 세계를 바라보던 소년이었을 것이다. 그분도 세월을 지나며 부모를 떠나보내고, 그 빈자리를 안고 살아오셨다는 사실이 시를 통해 비로소 내게 스며들었다.


 『종암동』은 단순한 회상의 기록을 넘어, 사랑과 기억, 그리고 세대 간의 감정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전달되는지를 보여주는 시이기도 하다. 냄새 하나, 공간 하나가 과거를 불러오고, 묻어 두었던 감정을 일으켜 세우는 그 순간의 울림은 짧지만 오래 남는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아버지를, 그리고 그분의 아버지를, 더 나아가 나와 나의 자식이 이어갈 시간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부모의 품에서 자라나, 언젠가는 다시 그 자리를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이 시는 그 당연한 진실을 조용히, 그러나 묵직하게 일깨워주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